D-1 후임들에게

D-1 후임들에게

후임들아, 나는 내일 전역하는구나. 어제만 해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여서 기분이 썩 상쾌하지만은 않았는데, 오늘은 제대로 봄날씨야. 내일도 날씨가 좋으면 좋을텐데. 나란 사람이 꽤나 생각이 많고 어쩔땐 생각이 너무 많아서 복잡할 때도 가끔있는데, 전역을 하루 앞두니까 이놈의 머리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구나. 아침 9시에 일어나서 마지막 종교활동으로 법당에 가서 좋은 말씀님 좀 들었더니, 생각이 좀 정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법사님께서 이제부터가 진짜 치열한 삶을 시작하는 거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잘 살라고 하시더라고..전역하고 나서 일본에 가는 것 때문에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도 말씀 드렸더니, 내가 외국에 나가서 나의 목표를 이루고 돌아오면 그 땐 나를 보는 부모님의 눈이 달라질 거라는 말씀으로 자신감을 주셨지. (다들 나가는 종교는 다르겠지만, 혼자 안고 있는 고민거리가 있다면 성당이든 법당이든 가서 고민을 상담하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거야. 적극적으로 이용하길 바란다!) 정말 전역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렇게 전역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니까 일단은 정말 기쁘네. 참,, 군대란 곳이 정말 신기한 곳이야,,, 먼저 앞서 나간 선임들이 "너네들도 시간이 빨리 갈거야" 란 말을 해줄 때마다 전혀 위로답지 않은 위로라고 생각하면서 웃음으로 받아쳤지만, 분명 너네들도 나중에 후임들한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의 말이 저 말 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정말 2년 동안이 시간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애. 나는 유별나게 기초교에 입대한 순간부터 디데이 카운트를 했으니까 더욱 시간과 씨름을 했지. 정말 힘들어서 눈물나는 순간도 있었고 짜증나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돌이켜 보면 다 나를 성숙시킨 시간들이었다는 것도 깨닫고.  이병때만 해도 군대에서의 인연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군대 내에서도 사회에서 쌓아온 인맥관계만 잘 유지하자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이 곳에서 쌓은 인연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음이야. 군생활 말년의 시간을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즐겁게 웃으며 보낼 수 있게 해준 친구들아, 정말 고맙다. 각자 남은 군생활 정말 잘하고, 항상 몸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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