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27일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하는 스키캠프'
장소: 강원도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을 처음 가봤다. 스노우보드를 정식으로 타본 것도 처음이다. 정말 구르고 구르고 계속 구르기만 했다.친구들이 옆에서 계속 타는 법을 알려주긴 해도 그걸 도저히 몸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2박 3일간 떠났던 스키캠프 동안 결국 몸은 다 상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갑을 잃어버리고 카메라까지 고장나버리는 바람에 정말 우울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되다보니까 정말 수많은 후회가 밀려오더라. '스키캠프 오지말고 차라리 기숙사에 남아서 과제나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저렴하게 올 수 있어서 신청한건데 이건 뭐 배꼽이 배보다 더 커져버렸으니...'
그나마 다행인건 캠프 막바지쯤에 지갑을 잃어버린 걸 알게되고, 카메라가 고장났다는 정도.
아마 초반부터 그랬다면 전혀 즐기지도 못했을 것이다.
맨날 신중하게 행동을 하자고 다짐을 하는데도 늘 이런 일이 터져서 마음을 고생하게 한다.
과제가 전부가 되버린 그동안의 학교생활에서 조금 벗어나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발한거였는데,마음의 짐만 더욱 만들고 돌아온 상황이었다.
스노우보드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천천히 풍경을 감상했다. 정말 입이 쩍 벌어지는 아름다운 경치다. 다들 속도에 쾌감을 느끼면서 재빨리 슬로프를 오르내리는 걸 반복하는 동안 난 천천히 오르내리면서 스노우보드보다는 풍경을 감상하는 일에 몰입했다. 물론 그건 내가 스노우보드를 전혀 탈 줄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지도 모른다. '에잇, 스노우보드는 됐고 경치나 감상하면서 천천히 즐겨야지'라는 생각
그저 학교 과제에만 몰입하면서 소중한 것들을 챙기지 못하는 모습. 일본 친구 마스미로부터 일주일 전에 메일이 왔었는데 아직까지도 답장을 못보내고 있는 나. 하루에 한편 씩 영화를 보고 책 한 권씩 읽자는 다짐들은 갈수록 희미해져가면서 여유란 걸 찾아볼 수 없는 생활.
학교 공부는 내가 해야되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