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2011년 10월 31일
언제나 날씨가 좋은 날이면 모든 걸 던져버리고 어딘가로 놀러가고 싶은 심정이 마음을 가득 메운다. 오늘은 유난히도 정말 따뜻한 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어제는 쌓이고 쌓인 할 일들 덕분에 밤을 샜다. 수많은 팀 프로젝트와 과제들이 쌓여있다고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만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밤을 새는 것도 다음 날을 생각하면 매우 안좋은 선택이지만 밤을 새는 것도 내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힘이 빠지는 하루였다. 내가 가장 힘이 빠지는 때는 사람들에게서 이기심을 발견할 때다. 사람은 누구나가 이기적이라는 가정은 경제학에서 '합리적'이라는 용어로 묘사가 된다.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것이 수많은 이론들을 지탱해주는 전제라고 하지만 나는 모든 사람이 이기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에서 "세상이 왜 아름다운 줄 아십니까?" 라고 늘 물어보는데 나는 그 대답으로 '세상 사람 모두가 이기적이지는 않기 때문에'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이 자기 앞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보게 된 세상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내 생에서 아름다웠다고 생각되는 모든 순간들은 '이기적이지 않은 마음'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서라도 남과 혹은 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친구 철민이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철민아, 왜케 힘드냐.. 모르겠다 진짜"
"니가 니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니까 그렇지."
"야 내가 뭐 나를 힘들게 하냐.그냥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 뿐인데."
"야 그게 너를 힘들게 하는거지 뭐냐."
오랜만에 도서관 열람실에 와서 앉아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여유롭게(?) 과제를 하면서 책상에 앉아있는 것도 오랜만이다.
뭐 하루하루 살다보면 어찌 매일 기분이 좋을 수 있으랴. 기분이 안 좋은 날도 있고, 기분이 좋은 날도 있는 거지. 그냥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 날로 하루를 보내고 싶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