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 돌아보기 / 1년 전 그리고 2년 전의 오월

병영일기 돌아보기 / 1년 전 그리고 2년 전의 오월
(http://seonil.egloos.com)

1.이등병의 오월

비 내리는 날 그려본 내 모습, 2008년 5월 4일 http://seonil.egloos.com/9616615
아침부터 바람이강하게 불더니 결국 오후가 되어 비바람이 몰아친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가 정말 반갑다. 좋다.
갑자기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지네.

내 삶을 그려본다. 일상의 소박한 것에서부터 매우 화려한 것들까지.
작은 시골교회에서의 결혼식. 혼자 힘으로 세계 여행을 다니는 모습.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 클럽 한가운데서 멋지게 춤을 추는 모습.
불가능해보이지만 내가 그리는 삶의 모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나가고 싶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도 그려보지 않았던가.
영화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제임스카메론 감독처럼 전세계 영화인이 지켜보는 그 시상 석상에서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것.
노벨시상식에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것.

아니면 정말 소박하게 시골에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데리고 살아가는 모습.

아니면 뉴욕의 근교에서 살아가는 모습. 뉴욕의 높은 빌딩에서 살아가는 모습.

내 실제 삶이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지만, 단 그 모습이 영화 같았으면 좋겠다.
물론 영화같지 않은 경우에도 내가 영화처럼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즉, 내가 꿈꾸는 모든 것은 영화같은 삶이다. 어떠한 삶의 모습이든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

정말 삶에 대해 이 정도의 태도를 지니고 있으면 대단한 거 아닌가. ㅋㅋ 어떤 모습의 삶을 살아도 괜찮다니!!
영화같은 삶이 주어지면 아이구 감사합니다 하며 받겠다는 마당에 영화같은 삶을 직접 만들어가겠다니!!
난 정말 대단하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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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벌 경우의 내 인생 VS 돈을 많이 못 벌 경우의 내 인생, 2008년 5월 4일(이등병)  http://seonil.egloos.com/9616638
돈을 많이 벌 경우의 내 인생
모든 빛이 차단되는 깜깜한 방안에는 극장용 스크린과 스피커가 구비되어있다.
좌석은 일반 극장과도 같은 정도의 좌석수.200~300여석의 매우 편안한 의자.
그래. 결국 이건 영화감상방이 수준이 아니라 내 집에 극장이 있는 거다.
돈을 많이 벌었는데 영화감상방 수준에 만족하는 건 말도 안된다. 많이 벌었으면 집에 극장 정도는있어야지!
아....생각만 해도 얼마나 황홀한가. 내 집에 극장이 있다니.. 아... 내가 다 하는 거지..
필름도 내가 직접 돌리고, 불도 내가 끄고. 그래 이왕하는거 전자레인지로 팝콘도 만들어 먹자.
학교의 도서관처럼 엄청난 양의 영화 필름들과 DVD들도 있어. 하하하하하
꿈에서 빠져나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면
돈을 많이 벌지못하더라도 영화감상방 정도는 꼭 가져야겠다,진심으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영화를 볼수 있는 방.
장비들은 형편대로 사야지 뭐.
돈을 많이 못벌면서 살고 있는 거라면 내 시간의 가치가 크지 않는 거니까
난 가족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애정을 쏟아부을 시간이 더 많겠지?
같이 더 자주 놀러다니면서. 5월엔 전주영화제를 8월엔 판타스틱영화제를 10월엔 부산영화제를 가족과 함께 다녀야지 ㅋㅋ

많이 벌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가난하게 살아가면?!
비디오테이프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돈을많이 벌어도 행복하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도 행복하다면 난 선택의 여지없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이미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극히 적다는 것을 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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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깨어있어야 한다 2008년 5월 9일
오늘 일기부터 그날의 마인드컨트롤을 적자.
Mind control : 내가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다. 주부식 보급업무를 함으로써 3함대 모든 사병들이 식사를 할 수 있다. 나의 일에 중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다해 열심히 하자. 난 강하다. 난 해낼 수 있다.
내 군생활은 원래 10년인데 그중 8년을 끝내고 이제 2년만 남은 것이다. 2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ㅋㅋㅋㅋㅋ 이런 마인드컨트롤을 했었다니)
내 군생활 업무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하고 힘이 드는 업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사회에서는 금전을 대가로 노동을 하는것이다.
군대는 성과가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를 어떻게 보내든 시간을 보내면 밥은 꼭 챙겨준다.
군대는 먹여주고 재워주지만 사회는 먹여주지도 재워주지도 않으면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반드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군대는 사회보다 훨씬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이곳은 자유라는게없다. 잘 먹고 잘 자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괜찮지만 나에게 발전이 없다.
그저 배를 채우면서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난 늘 깨어있어야 하며 틈나는대로 내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지금 젊었을 때가 무척 중요하다. 젊었을 때 노력하지 않고서는 창조적인 직업(내 자아를 찾는 직업)을  가질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나를 성장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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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5월 12일
언제 진급을 하고 언제 제대를 하는지 전혀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 충실하면서 살아가자.
하루를 보내는데 조금 더 나를 기쁘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 있으면 시간이 더욱 빨리 흐를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책을 더 많이 읽고, 자기계발에 더 신경써야 한다.
좀만 더 이곳 생활에 적응하고 내가 해야할 일들을 모두 익히고 나면 내게 맞는 것들을 조금씩 끄집어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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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5월 13일 http://seonil.egloos.com/9616668
하루하루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적응하면 적응할수록 어려워지는게 많다.
해야할 일도 더욱 많아지고, 외울 것도 많아지고
선임병들의 막내에 대한 기대도 많아진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시간을 재촉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은 빨리가지도 느리게 가지도 않는다.
시간은 정말 내가 의식하는 만큼 흐른다.
애써서 5월까지 힘겹게 달려왔는데 내가 단순히 가볍게 '어! 벌써 5월이네?'
'벌써 5월의 절반을 왔네' 라면서 생각해버리면 그만이다.
시간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
난 지금 시간을 아까워해야하는 입장에 서있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자는 과연 나일까, 시간일까.
선임들과 격려도 받고 선임들의 지적을 받으면 하루가 금방 간다.

오늘 처음으로 연등실(공부방)에 내려왔다.
오늘을 시작으로 제대하는 그날까지 연등실에서 내 젊음의 밤을 지새워보도록 하자.
매일 매일 내 군생활의 그날의 느낌을 간직하자.
후에 내가 군생활 2년을 추억하기 위해서,.. 난 영화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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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병의 오월

휴가를 마치고 들어와서 '09.5.7.(상병) http://seonil.egloos.com/9967367
길고긴 휴가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하였다. 많은 영화와 함께 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와 함께 했다는 사실 하나에 너무도 기쁜 휴가였다. 정말 최고다. 전주영화제와 전주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한다는 것은 이 얼마나 기쁜일인가. 내가 누구인지 밝혀져가는 느낌을 가지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밖은 멋있었다. 자유는 흥겨운 것이다. 자유의지. 하고싶은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람은 정말 멋지다. 당분간은 영화제의 환상에 젖어있도록 하자. 내년 전주영화제를 기다리며~
"기억을 조금이라도 잃어버려 봐야만 우리의 삶은 구성하고 있는 것이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억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라고 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통일성과 이성, 감정, 심지어는 우리의 행동까지도 기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 스페인 영화감독, 루이스부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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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즐거운 세상 '09.5.17. http://seonil.egloos.com/9967381
  오늘 어떤 영화를 본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르다. 그리고 오늘 어떤 책을 읽은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르다.

  세상 모든 사물을 경외감을 가지고서 보니까 세상이 정말 달리 보인다. 그냥 지나쳤을 책들이 모두 보물처럼 보이고, 어느 TV채널하나 가볍게 넘길 채널이 없다. 이번 주말은 계획대로 많은 걸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면에서 굉장히 뜻깊은 주말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게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아는 만큼 보이며" 아는 만큼 느끼는 법이다. 대상을 알기 위해선 자신을 낮춰야 한다. 정말 재미있는 세상이다. (머리가 어지럽다.으..) 날 낮췄을 때 세상의 사물들이 힘을 갖고 움직인다. 그리고 나에게로 와서 유의미한 존재가 된다. 김춘수의 <꽃>이란 시처럼 대상과 일체가 되는 경험.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겨우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경험'의 가치에 중점을 두기로 생각해본다. 전혀 힘들게 없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반짝인다. 엄청난 체험이다. 지금처럼만, 세상의 모든 가치와 사물을 우러러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 꽃이 되었다. 세상에 처음 눈 뜬 어린아이의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도록 하자.
 이토록 즐거운 세상. 그곳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매우 중요한 것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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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가꾸는 재미 '09.5.19. http://seonil.egloos.com/9968968
  사무실 앞과 뒤에 만든 화단을 가꾸는 재미가 나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할때는 힘들더라도 깔끔하게 정리되는 뒷모습을 보면 기분이 날아간다. 공부도 그렇고 인생도 그러할거다. 할때는 조금 힘들더라도 나중엔 큰 보람을 느끼게 되는 일.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포인트는 힘들긴 하지만 화단을 가꾸는 것이 매우 즐겁다는 점이다. 노동이나 의무로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보니 정말 재미가 넘친다. 그것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남은 시간을 보낸다면 내 남은 시간들마저도 햇볕속에서 그것들과 함께 광합성 될 것 같다.
  아무것에도 괴롭힘을 받지 않은 요즘의 날들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내일도 웃으면서 보내자. 그런데, 상황이 괴롭지 않은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괴롭지 않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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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 복귀 후 드는 생각들 '09.5.22. http://seonil.egloos.com/9968993
  외박을 나가서 모교에 들렀다가 3학년때 담임선생님의 부탁으로 1학년 교실에 들어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나보다 5년 아래의 후배들 앞에서 이런 저런 말을 늘어놨던 경험은 매우 감상적이었다. 아직 그들에 비해 아는 것은 많이 없지만 5년치의 세상을 더 경험한 사람으로서 앞에 서니 내 자신이 달라보였다. 그래서 사람은 꾸준히 달려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나보다 세상 경험이 적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기 위해. 또 부끄러움이 없이 살아야겠구나. 그 또한 당당하게 서기 위하여.

 - 정확하게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는 건 지금으로서 큰 무리지만 적어도 어떤 자세를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조금씩 확실해진다.

 -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땐 왜 그랬을까' '그 때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질문과 후회는 지금의 나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로선 그 방식이 나에겐 최선의 방안이었다. 그러므로 그때의 '나'에 대한 다름의 인정을 넘어서 존중에 이르러야만 한다.
  정의를 알고서 옳은 것을 택하고, 내가 할수있는한 최대한 노력해서 최선의 방안을 선택해야 되는 이유는 지금의 '나'를 존중해주는 동시에 그때의 '나'를 존중하기 위함이다.

 - 인생을 쉽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쉽게 살아지지도 않을 뿐더러, 쉽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게 사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은 쉽고 어렵고가 아니라, 열심히 살것인가 게으르게 살것인가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