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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마스미로부터 온 선물
2011년 4월 2일
집에 가니 일본에서 택배가 와있었다. 친구 마스미가 보내 온 것이었다.
택배 속에는 규동(소고기덮밥)이 들어있었다 !!
예전에 일하면서 마스미와 나누던 대화가 떠올랐다.
마스미 : 저스틴은 제일 좋아하는 일본음식이 뭐야?
나 : 글쎄.. 다 좋아하긴 하는데.. 역시 난 규동이 제일 맛있어.
마스미 : 정말? 규동을 제일 좋아해?
나 : 음. 일본에 처음와서 먹은 음식이 규동이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게 먹었거든. 그 뒤로도 저렴하고 간단히 먹을 수 있어서 일주일에 세네번은 먹는 것 같아.
마스미 : 그래? 그렇게나 많이 먹어?
나 : 응. 언제 같이 요시노야 가서 규동먹지 않을래~
그 뒤로 우리 둘은 가끔씩 같이 쉬는 시간 혹은 퇴근하고 나서 요시노야나 스키야(牛丼屋규동가게)에 가서 규동을 같이 먹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
마스미 : 저스틴 한국에도 규동있어?
나 : 응 있긴 있는데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냐.
마스미 : 한국으로 돌아가면 규동 못먹어서 어떡해.
나 : 그러게말야. 하하 일본 올때마다 꼭 먹으면 되지.
마스미 : 저스틴이 한국 돌아가면 내가 슈퍼에서 파는 레토로트 규동 보내줄게.
나 : 하하하 말만이라도 고마워.
그랬는데 마스미가 정말로 규동을 보내 온 것이다. 그리고 정성스레 편지까지 써보내 왔다.
마스미의 선물을 받고서 울었다. 나는 일본을 떠나온지 두달이 되어가면서 최대한 빨리 학교 생활에 적응해야 된다는 이유로 내 머릿 속에서 차지하고 있던 일본에서의 추억들을 무덤덤하게 조금씩 조금씩 덮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지진이 일어난 후로 친구들이 생각나면서 안부인사를 돌리고서 무사하다는 답장을 받은게 전부였다.
마스미가 보내온 규동은 슈퍼에서 하나에 100엔이면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걸 사서 한국까지 택배로 보내려면 항공료가 몇배는 되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미는 일하면서 잠깐 오갔던 얘기 속의 약속을 지켜준 것이다.
자신은 일본 대지진 때문에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텐데......
나는 그저 하루하루 레포트를 써가면서 그것마저도 어렵다고 힘들어하고 있다니...
위로의 선물과 편지를 보내야 하는 건 내 쪽인데 오히려 내가 그걸 받고 있다.
이렇게도 부족한 사람인 내가, 이렇게도 넘치는 사랑을 받아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정말 고마워, 마스미.
나도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겪든, 무슨 일을 하든,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우리들의 소중한 추억을 잊지 않고,평생 너희들을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