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가 기다리는 오타루小樽
드디어 오타루小樽에 오게 되었다. 오타루는 정말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영화 러브레터 때문이다. 중학교 때 봤던 러브레터의 감동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중학교 때 봤던 영화의 장면들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아닌가..
오타루는 저번 홋카이도 여행 때 꼭 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들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삿포로에서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달리니 오타루에 도착하였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간에 영화 러브레터의 음악 (A winter story) 를 스마트폰에 다운받았다. 계속 그 음악을 들으면서 오타루를 걸어다닐 생각이었다.
오타루는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갔을 때 엄청난 눈이 내렸는데 새하얀 눈이 정말 아련하게 아름다웠다. 오타루에서는 약 한시간 정도의 자유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았는데, 모두가 무리지어 다니려고 해서 난 혼자만 조용히 걷고 싶어 따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오타루를 천천히 감상했다.
1주일간 있었던 홋카이도 일정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뽑으라고 한다면 오타루다. 러브레터의 음악을 들으며 눈이 가득 쌓인 마을 걷는 기분은 정말 영화같았다.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눈이 아름답게 보일까. 만약 내 나이의 대학생이라면 어떨까. 25년 동안 겨울만 되면 이러한 풍경을 매일 보고 자랐을텐데 어떤 느낌을 가질까. 함박눈이 내리는 풍경이 아름다워보이는 건 이곳에 여행을 온 우리들의 눈만 그런 것이 아닐까. 눈을 보는 눈에 따라 그 풍경의 아름다움이 달라진다.
오타루가 오후 일정에 들어있어서 야경까지 볼 수 있어서 있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오르골 공방에서 오르골 만들기 체험을 하고서 약간 남은 저녁 식사 시간 때까지 약 50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다시 한번 음악을 들으며 러브레터의 마을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오타루의 밤의 풍경은 조용해서 눈이 내리는 소리만 들렸다.
친구들과 오르골당에서 수많은 오르골을 구경하기도 하고, 유리공방에 가서 직접 유리를 만드는 장인들의 모습도 감상했다.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마을이다. 눈, 유리, 오르골. 뭔가 매우 약하고 깨지기 쉬운 이미지와 마을의 이미지와 겹친다. 그러기 때문에 좀 더 조심조심 다뤄야 할 것 같은 이미지.
오르골 공방에서 오르골 만들기 체험을 하였다. 몇가지 노래 중에 자기가 마음에 드는 곡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곳은 GreeeeN의 キセキ(기적)이었다. 이 오르골 음악과 관련해서는 나름대로의 기적이 있었다. 도쿄에서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나중에 적어야겠다.
수많은 작고 아기자기한 오르골이 많았던 이 곳에서는 오르골이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나중에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소중한 사람을 위해 꼭 오르골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송별회
2012년 1월 17일 여섯째 날
이윽고 송별회라는 시간이 찾아왔다. 홋카이도의 명물을 만드는 공장 견학, 일본의 가정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홈스테이, 여러가지 체험 활동 등으로 알차게 차있었던 일주일 덕분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버린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주일은 정말 생각 이상으로 즐거웠다. 이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춥고 긴 겨울일 수 있지만 여행을 온 우리들에게는 정말 다른 세상이었다. 평생 볼 눈을 이번 일주일 동안 다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들뜬 기분으로 지냈고, 눈 위를 뛰어다니는 모든 풍경은 하나의 영화가 되는 걸 느꼈다.
이번 프로그램이 교류프로그램이었던 만큼 한국과 일본 대학생들 간의 교류도 정말 활발했다. 젊은 사람들은 어느 한 곳에만 같이 모아놓으면 쉽게 친구가 되지 않은가. 밤 늦게까지 웃으며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있어서 늦게까지 잠을 못자는 밤도 며칠 있었지만 그도 그 나름대로 추억으로 생각했다. 확실한건 사람은 언제나 놀면서 친해지는 법이다. 어른들의 세계에는 술이 그 역할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수록 그 유대는 깊어진다.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뉴프론티어가 그랬고, 일본 콜드스톤에서도 그랬다.
모두가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실감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게 가장 즐겁기도 했을 것이다. 그만큼 가깝고도 먼 나라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다. 분명한 건 서로가 서로에게 배워야 할 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건 사회 시스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해당된다. 좀 더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어나가고 재미있는 사이가 되는 법을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송별회를 하면서 헤어짐 때문에 아쉽거나 슬프거나 하지 않았다. 그건 분명 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두달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우리는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만남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난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시켜 나간다. 다음 만남이 주게 될 크나큰 즐거움을 기대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맞이한다.
누구는 이미 취직을 했고, 나를 비롯한 누군가는 이제부터 취직활동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아직 대학생활의 자유를 좀 더 만끽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던 이번 교류에서 우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입기도 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교류 프로그램의 가장 큰 의의는 그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준비해 갔던 한국 문화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은 너무도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서로가 하는 삶의 이야기에서 우리들은 어느샌가 새로운 책을 읽는 것처럼 생각에 많은 변화를 겪는다. 그런 점들이 당장 각자의 삶에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혹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한 번 대했던 누군가의 삶은 우리의 마음 속에 늘 남아있어서 삶의 길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정말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각 학교의 관계자 선생님과, 일주일동안 계속 함께하면서 즐거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준 일본 친구들, 그리고 재미있는 추억을 함께 쌓아준 한국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