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곳엔 사람이 함께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구나

2011년 12월 23일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쓴다. 중간고사 이후로 정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중간고사 이후로 밀려오는 과제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다 보면 어느덧 기말고사 기간이 되어 모든 과목들의 기말 과제와 더불어 시험 준비를 동시에 하면서 학기의 끝을 맞이한다.

이번 학기는 나에게는 조금 특별했던 한 학기였다. 특별함을 결정지었던 것은 역시 이번 학기에 내가 수강했던 과목들이었고, 수업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는 천천히 글을 써내려가며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생각이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 둔 오늘은 일본 오사카에서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와 디카동호회에서 알게 된 형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늘 생각하고 얘기하는 것이지만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 수 있는 사람과의 인연이 이토록 오래가는 게 신기하다. 그 인연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서로에게서 형성되는 마음의 공감대다. 그들과 얘기를 하고 있으면 편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들이 자꾸 든다. 그건 사람이 함께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좋은 것이기도 하고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내 앞에 있는 상대방으로 인해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말이다. 그게 우리들의 만남을 아름답게 하고 , 만남을 지속시켜주는 것이다. 사람의 만남은 언제나 상호보완적이다.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부모님은 자식에게 사랑을 주고, 자식은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멘토는 멘티에게 조언을 해주고, 멘티도 멘토에게 더욱 자극을 주는 그런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저녁엔 가족과 함께 '망년회'를 가졌다. 메뉴는 곱창이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든 소중하다. 형과 내가 서울에서 공부를 하러 올라간 뒤로는 더욱 외로움을 많이 느끼실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욱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 없다. 지금은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라 경제적으로는 보탬이 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곁에서 함께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두 분께 크나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망년회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날이 많이 추웠다. 대리운전 기사님을 불러서 집까지 돌아오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부모님은 기분이 좋으셔서 노래 소리에 맞춰 크게 노래를 부르셨고, 뜬금없이 내일 모레 대천 바닷가에 가자고 하신다.

우리 모두가 연말을 맞이하는 풍경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경
언제나 그 곳엔 사람이 함께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구나.

집에 돌아와 어머니가 내주신 키위를 먹으면서 문득 눈 앞에 보였던 노트를 한 권 빼들었는데 내가 군생활동안 빼곡히 적어두었던 일기장이었다. 내가 쓴 노트를 보면서 스스로 감탄했다. 어떻게 매일같이 이런 생각을 하며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이창동감독님의 영화 <시>에 "시를 쓰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쓰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어려운 겁니다" 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정말 군대에 있었을 때는 매일 밤만 되면 일기를 쓰고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가졌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때도 모든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작아진 건 아닐까 싶다.
또 한가지는 SNS(페이스북, 트위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게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매일 짧은 문장으로 그 상황상황들을 표현하다보니 글을 쓰는게 더욱 서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SNS는 그 당시의 생생함을 담아내고 사람들과 그것을 공유하기엔 적절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글은 아니다. '생각의 짧은 보고' '상황의 짧은 보고' 메모장을 연결해 놓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렇게 나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 글만큼 연말을 보내는 나의 모습과 생각을 가장 잘  담아내기에 적당한 수단도 없지 않을까 싶다. 펜으로 직접 써내려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생각의 공유를 이루기에 펜과 노트는 부족하다.

글을 쓰며 연말 연시를 잘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