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5일
지금부터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은 삶의 이음에 관한 것이다. 글을 쓸 때마다 어떤 식으로 글을 시작해야되는지 매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글을 이렇게 써내려가기 시작한 다음 이 글이 끝에 가서는 어떤 식으로 글이 끝맺음을 할지 전혀 알 수 없다. 애초에 내가 의도했던 방향으로 글이 써내려가지지 않을 수도 있고, 애초에 의도했던 글쓰기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담는 글이 나올 수도 있다. 일단은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부터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은 삶의 어느 순간에 느끼게 되는 '이어져 있음'에 관한 것이다. 어제 그러니까 2월 14일 저녁을 기숙사의 친구와 함께 먹으면서 하나의 대화 주제를 가지게 된다. 수강신청 기간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이라서 모두가 시간표를 만드느라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이 친구가 원래 2학점이었던 '글쓰기'과목이 이번 학기부터는 3학점으로 올라갔다는 사실을 전해주면서 우리의 대화는 이어져나갔다. 우리의 대화는 보통 관찰되어지는 자그만한 사실로부터 시작한다. 그 사실에서 그 친구는 학교 행정 당국의 부족한 공지, 학생의 의견을 전혀 수용하지 않는 처사, 학생회 역할의 필요성 등으로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갔다. 나는 그에 대해서 친구에게 반론아닌 반론같은 성격의 질문을 해가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애초 그렇게 시작한 대화는 3시간 반동안 이어졌고 그러면서 대화의 주제는 한국 사회의 교육 시스템, 대학은 무엇이고 대학생은 누구인가, 즉 우리들은 누구인가로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확장되어 나갔다.
모든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현상)과 대상을 받아들일 때 모두 저마다의 가치관과 사상에 입각하여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한다. 그것은 곧 다양성을 말하는 것인데 그것은 곧 이 사회를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힘의 근원이 된다. 다름이 있기 때문에 사회는 진보와 퇴보를 거듭하며 진보해 나간다.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일수록 더 건강한 사회다. 다양성을 해치려는 세력마저 또 다른 다양성으로 인정을 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것은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고, 자신의 생각만을 옳다고 생각하여 남에게 강조하지 않으며 다름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은 본디 모두가 다른데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한다면 개개인의 존재 방식은 자꾸 억압받게 되어 건강하지 못한 사회적 현상을 표출하게 된다.
즉, 모든 객관적 현상에 대해서 사람마다 받아들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 어제 대화의 핵심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평소에 그러한 생각을 쉽게 망각하고 살아간다. '아니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거지?' '어떻게 그 사건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그 사람이 불쌍하지도 않아?' 등등 우리들은 똑같은 현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비슷한 주파수의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기 때문에 많은 갈등을 유발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다양함' 또한 다양성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러한 세력이 '다양한 다양성'보다 더 크다면 정말 '다양성'이 억압받기 때문에 건강한 사회가 못된다는 것이다.
나는 어제 친구에게 '나'라는 사람의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객관적 사실을 접했을 때 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그 사실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다보니 그것은 지금까지 쭉 내가 살아온 날들에 이야기가 되었다. 친구에게 계속 말하면서 처음에 말할 의도가 없었던 나의 과거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았더라면 전혀 연관성을 가질 수 없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보았을 개인적 역사가 같은 하나의 생각 아래 묶이고 있었다. 이야기는 꼬리의 꼬리를 물어 작년 대학생활까지 이어져와서 '환경분석론 수업의 교훈','불교철학 교수님의 가르침','인적자원개발론의 프로젝트에서 얻은 즐거움'으로 계속되었다.
길고 긴 대화를 마치고 각자의 방에 올라갔고 나는 다시 한번 친구와 나눈 대화의 의미를 되새긴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이 특정 시간대에서 생각하는 것도 모두 다르지만 결국 같은 뿌리를 두고서 벌어지는 것들이다. 그 뿌리라는 것은 결국 '나'라는 사람이고 그건 '개인이 살아온 시간'과 동일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애기를 적어보자.
개인이 만들어내는 모든 문제와 고민들은 사실 애초에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을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개인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내가 요새 가장 문제로서 받아들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마지막 대학생활을 앞두고 다가오는 취업 준비를 비롯한 미래에 대한 총체적 고민을 안고있다. 난관을 잘 헤쳐나가는 내 자신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당장 먹고 살 일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1년 동안 나의 모든 미래가 결정되는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이것이 내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나는 어제 잠자리에 들기전에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최신 뉴스기사들을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그 때 우연하게도 나의 병영일기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모든 병영일기를 인터넷에 올려놓은 덕분에 생각날 때마다 찾아 읽는 일이 많다.) 나의 군생활 일기 중에서 가장 많이 읽는 부분은 상병과 병장 때의 부분이었는데, 어제는 희한하게도 좀 더 오래 전의 일기를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삶은 늘 언제나 이런식으로 우연한 이끌림에 의해 재생된다.)
그리고 몇 개의 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난 '삶의 이어져 있음' (이 글의 주제)을 느끼고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일기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면 갈수록 그러한 글들이 나의 지금 모습에 반영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내가 그 당시에는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사실들에 대해 지금에서는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느꼈다.
09년 4월 27일 http://seonil.egloos.com/9967345
"책 한자를 더 읽고, 단어 하나를 더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내면의소리는 곧 나의 글로써 표현이 된다.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데 시간을 아끼지 말도록 하자. 글은 어떻게든 써지는 건가보다. 인생이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내 인생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로 내 인생을 꽉 꽉 채우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가 나 자신의 모습을 뛰어넘게 만든다. 그저 그런 사이의 사람이 부탁했으면 정중히 거절했을 일들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탁하면 아무리 어려운 부탁이더라도 모두 들어주고 싶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계속해서 사랑하고 볼일이다. 참 골치아픈 인류애다. 사람을 사랑한다니.. 그래서 다들 보고싶다. 당신들과 함께 숨쉬는게 너무도 행복하다. 나는 타인의 인정과 관계속에서 존재하는 걸 잊지말자.
09년 4월 26일 http://seonil.egloos.com/9967342
"깨어있다는 생각. 눈이 깨어있고, 귀가 깨어있고, 그리고 내 정신이 깨어있고. 늘 깨어있자. 세상의 기운을 모두 받아들이자. 살아있음을 느끼자."
09년 4월 23일 http://seonil.egloos.com/9967340
가장 최악의 경우는 사람에 대한 흥미를 잃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 수 있나. 한겨레 신문과 씨네21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는 느낌이다. 그저 나하나만 잘 살자고 살면 안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을 심어준다. 내 깊숙이 진보라는게 자리잡았던걸까, 아니면 모든 사람들은 진보로 향하게 되는 것이라서 그러는 걸까.
진보라고 할 수 있나 싶다. 이건 인간애다. 다 같이 잘 살아보자에서 출발하는 그런...
나란 사람 철저히 중간에 서려는 것 같다. 무섭고 잔인한 지성인이 되고 싶기도 하지만 내 모든걸 희생하는 매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나야. 나는 언제든 변할 수 있으며 내 마음가는 대로 날 완성해가며, 세상의 모든 존재형태(방식)을 한없이 존중한다. 기형도로서의 삶도 멋지고, 할리데이비슨족들의 삶도 멋있고, 운동선수의 삶도 멋있고,. 그래 된장녀와 된장남의 존재 방식까지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 다름의 인정이다. 완전한 인정이다. 세상에 절대기준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 인정은 어디까지나 신념이 존재하는 인간에 한해서다. 자신의 행동과 말과 존재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할 수 있을만한 신념. 굳이 설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알고 있어야 된다.
사랑한다. 내 삶과 내 존재를 사랑한다. 그리고 살면 살아갈수록 명확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를 멋지게 만들어 갈 것이다.
09년 4월 11일 http://seonil.egloos.com/9936322
기뻤다. 내가 썼던 글들을 보면서 당시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를 알수있는데 그 생각들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내 글들이 예전의 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 당시 그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 놀라버린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글쓰기에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는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은 한 나라의 일들을 기록하는 역사와도 같다. 이번처럼 예전에 썼던 글들에서 지금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건 대단히 멋진 일이다. 글쓰기의 위력을 실감한다. 내가 쓴글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란 사실을 알았다. 당분간은 일기를 온라인에 옮기는데 좀 더 치중하자. 그걸 통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있다. 너무도 재미있다. 내가 썼던 글을 통해서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나란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나란 사람은 일정한 범위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지금은 매우 기쁘다.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감이 충전된다. 부드럽게 나가자.
그때 당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나란 존재를 알아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자. 그 범위는 상상력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글쓰는 연습을 계속하다보면 어쩌면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세상을 바꿀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지도 모른다.
내가 그동안 기표에 너무 얽매여 있었던 것 같다. 기표는 기의를 모두 표현해낼 수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 머릿속의 생각들(기의)이고,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것들을 최대한 모두 끄집어내어서 나에게 허락된 능력을 사용해 표현 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표의 함정에 빠지지 말도록 하자. 나에게 필요한 것은 글씨연습이 아니라 글연습이니까.
사람을 사귀는 방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진정한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세상의 핵심은 속뜻에 있다는 것을 지금 이순간부터 잊지 않기로 하자.
그리고 아래의 일기가 3년 전 딱 이 맘 때 내가 쓴 글이다.
난 어젯밤 이 글을 읽고서 내 스스로 갇혀있던 고민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이것이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삶'이 순간순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우주다.
2009년 1월 19일 휴가를 나가서 (3년 전의 내가 쓴 글)
정말 길고 긴 하루였고 꿈을 꾸는 듯한 하루였다.
오늘도 아침 일찍 서둘러서 일어났다. 전날 밤 인터넷으로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종로의 서울극장에 예매를 해놓았다. 형 집에서 9시정도에 빠져나왔다. 날씨가 꽤 따뜻했다. 종로까지는 지하철 대신 내가 좋아하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생각했다.일단 노량진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노량진에 거의 도착해서 며칠전 노량진에서 임용고시 대비강의를 듣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했고 바로 만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내가 가장 많이 의지하고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가장 즐거운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나의 베스트프렌드! 너무 기뻤다. 거의 2년만에 처음 본것이니. 그 동안엔 그 친구의 연락처가 바뀌어서 연락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친구는 그대로였다. 예전처럼 밝았고 의욕도 넘쳐보였다. 우린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핫초코를 마시면서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초스피드로 나누었다. 그친구나 나나 말이 엄청빠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 친구와 떨어지게 된 이후로 그렇게 말이 잘 통하고 정신이 없을정도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는 만나기 힘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약 한시간 동안 온갖 주제를 아우르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시간이 1분 처럼 느껴졌고, 대화를 하면서 우리 둘 모두는 변하지 않았으면서도 더 성장한 모습에 서로 감탄을 했다. '네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고등학교 그 때의 모습, 여전히 변하지 않고 너로 남아줘서 고마워!' 대화 속에 오갔던 친구와 나의 고민들이 모두 잘 해결되길 바랄뿐이다.
영화 시작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급히 극장으로 갔다. 역시 오랜만에 가보는 종로.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고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어제 책을 사기 위해 학교 앞 서점을 갔지만 결국 고르지 못했다. 어떤 책을 사야 가장 돈이 아깝지 않고 현재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어쩌면 나의 완벽주의나 시간적 효율에 대한 강박증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비카인드 리와인드 영화는 문제를 단방에 해결해 주었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영화가 전해주는 메세지가 정확히 그것은 아니지만 내가 포착한 것은 그것이다. DVD의 날카로운 화질과 고감도의 음질을 비디오테이프는 절대 따라갈 수 없지만 그런 DVD조차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 채워지지 못하는 것이 휴머니즘이든 옛것에 대한 따뜻함이든 그리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것이든. 세상은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완벽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헛 될수도 있다. 그 영화를 보고서 종로거리로 빠져나왔는데 날씨가 따뜻한 것이다. 겨울인데도. 바로 가방안에 있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내가 보고 있는 영상에 배경음악이 흘렀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완벽한 해답을 찾는다기 보다는 해답에서 좀 비껴나와 인생을 즐기는 태도. 수많은 영화에서 보고 깨달았던 내용이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That's why I love movie.
그래서 난 서점으로 갔다. (그래서 난 비디오 대여점에 갔다.) 어제처럼 완벽한 책(완벽한 비디오)만을 찾으려 하지 않을거란 다짐을 했다. 쭉 훑어봤다. 마음이 이끌리는 분야(장르)쪽으로 갔다. 읽고 싶은 책(보고 싶은 비디오)을 집어 들었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카운터에가서 책 값을 (비디오 대여료) 계산했다. 서점(비디오 대여점)을 빠져나왔다. 기분이 좋았다.
어젠 1시간 넘게 서점에 있었는데도 책을 사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고를 수 있었다. 신중한 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을 골랐고 그 책에서 인생의 완벽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가지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 어찌되었든 한 권의 책은 세상을 담고 있고 말이다. 나중에 내가 직업의 선택에서도 이런 생각이 중요하지 않을까. 너무 완벽한 직장, 연봉도 높고 복리후생도 좋고 일은 어렵지 않고 명예도 가져다주는 직장. 그런 직장을 찾아헤매다가 난 서점에서 처럼 방황만 하다가 서점 밖으로 빠져나올 것이다. 취직을 하기 위해선 눈높이를 낮추라고들 말하지만 눈높이를 낮추어선 안된다. 그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꿈을 낮추는 것이나 다름없다. 눈높이를 낮추다기 보다는 완벽함에 대한 환상을 깨야한다는 것이 더 맞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라고해서 아카데미시상식의 작품상을 받은 영화라고해서 신이내린직장이라 불리는 몇몇 직장들이라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결국은 나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다. 세상으로부터 칭송받는 좋은작품을 읽어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책 속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돈을 많이주는 기업이라고 해서 나와 맞지않으면 그건 아니다. 결국 이 모든 문제(선택에 관한 문제)의 답은 나 자신으로 통한다. '완벽'은 환상이다. 그러므로 내 마음이 가는대로 좋아하는대로 즐겁게 가야한다. 영화 한편이 나의 생각을 이렇게 확장시켜줬다.
오랜만에 도심을 걸었다. 종로-청계천- 을지로-시청-남대문시장-서울역까지. 예전에도 한가로운 날이면 자주걸었던 코스다. 길을 걷다보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이 보인다.종로와 을지로의 높이 솟은 회사의 빌딩들과 세련된 회사원과 청계천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예술과 들과 남대문시장의 언 손을 녹이는 상인들과 서울역의 노숙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삶.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 아우르는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편견없이 모든 세상사람들을 바라보고 싶다. 걸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2009년 1월 19일 군생활 일기, 휴가를 나와서
http://seonil.egloos.com/9901021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