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오늘은 일본에 있는 친구 마스미의 생일이다.
일본에 있으면서 나에게 너무도 큰 행복을 주고 많은 걸 알려주었던 친구.
내가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여전히 편지와 함께 선물까지 보내주기도 했다.
대지진으로 마음이 편치않을텐데도 먼 나라의 친구까지 생각해주는 친구.
그래서 오늘을 위해서 약 2주 동안 준비를 해 왔다.
사실 친구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이렇게 오랫동안 생각하고 준비를 한 건 처음이다.
내가 받은 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떻게든 친구에게 최고로 기쁜 생일을 보내게 해주고 싶었다.
마스미에게 보내주고 싶은 한국 과자들과 식품을사고, 문구점에서 작은 선물을 사고, 정성스레 편지까지 썼다.
그리고 선물이 5월 2일에 정확히 일본에 도착하도록 하고 싶어서 우체국에 가는 날까지 계산해서 소포를 보냈다.
그리고 5월 1일에서 5월 2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일본에 있는 마스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스미가 전화를 받았다. '모시모시もしもし'
마스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dear Masumi, happy birthday to you"
"마스미 생일 축하해! ますみ、お誕生日おめでとう!"
전화 너머에서 마스미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마스미 : 저스틴?! ..... 저스틴이야?.....
나 : 응! 저스틴입니다! 생일 축하해, 마스미! 마스미의 생일을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어!
조금 기다리자 마스미가 말을 했다.
마스미 : ........고마워 저스틴... 너무 감동받아서 말을 못하겠어....(感動しすぎて言葉にならない)
나 : 하하 감동받아서 다행이다.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제일 먼저 전화하려고 했는데
혹시 전화 안 받으면 어쩌나 싶었거든. 잘 지내? 건강하지?
마스미 : 응. 나도 잘지내고, 모두들 잘 지내고 있어. 생일 축하하려고 자정이 될때까지 기다린거야?
나 : 하하. 응! 계속 기다렸어!
나 : 있잖아. 혹시 오늘 소포받았어?
마스미 : 응. 오늘 아침에 출근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딩동 소리가 울리는 거야.
나가보니까 한국에서 소포가 온거야. 출근 전에 열어볼지 갔다와서 열어볼지 계속 고민하다가
참을 수 없어서 열어봤어. 정말 너무나 기뻐서 오늘은 그냥 출근안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까지 했어.너무 감동이야.
나 : 아.. 다행이다... 잘 도착해서.. 못받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생일 축하해.
라면은 너무 매울 수 있으니까 분말스프를 조금만 넣어서 먹으라고 말해주었다.
마스미 : 안그래도 오늘 퇴근 길에 저스틴이 보내준 과자랑 같이 먹으려고 한국 막걸리 사가지고 왔어.
나 : 막걸리? 하하하하 괜찮은데? 맛있게 먹어! 먹고 맛있으면 알려줘. 나도 같이 먹어보게 하하
일본을 떠나온 지가 거의 3달이 지나서, 서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던지 계속 대화가 이어졌다.
마스미 : 있잖아. 저스틴이 들으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하나 있어.
저스틴 : 응? 뭔데?
마스미 : 며칠 전에 매장에서 일할 때, 일본 젊은 남자손님 3명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왔었거든.
그 친구들이 '지금은 한국인 남자 없나요? 예전에 왔을 때 그 분이 만들어줬는데. 노래도 불러주고.'라고 말을 하더라고.
저스틴 : 정말? 손님이 날 기억해 준거야?
마스미 : 응. 그래서 내가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해주고,
일부러 그 손님들에게 더욱 열심히 노래 불러주고 기쁘게 해줬어.
저스틴이 옛날에 그 손님을 기쁘게 해줬을테니까 나도 더 열심히 했어.
저스틴 : 하하하 왠지 기쁘다. 날 기억해주는 손님이 있다니.
마스미 : 모두들 저스틴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저스틴 : 하하 거짓말아냐? 거짓말이라도 고마워 하하
좀 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뒤,
저스틴 : 그럼 또 편지로든, 전화로든, 메일로든 연락할테니까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마스미 : 응,저스틴도 잘 지내! 앗, 잠깐 잠깐
그런데 한국은 몇시야? 어떻게 자정이 딱 넘은 걸 알고 전화한거야?
저스틴 : 응? 한국이랑 일본은 시간이 같아. 그래서 0시가 되자마자 전화했지.
마스미 : 그래?? 한국이랑 일본 시간이 같구나..!! (え?そうなの?まったく一緒なんだ!)
난 혹시 저스틴이 미래에서 전화한 건 아닌가 싶어서 하하.
저스틴 : 아.. 아쉽게도 여긴 미래가 아냐 하하.우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다음에 외국에 나갈 일 있으면 미래에서 전화 해줄게.
마스미 : 아냐아냐 외국에 가면 안돼.
저스틴 : 하하하하
그렇게 우리 둘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사람을 기쁘게 해준다는 것 정말 좋은 것 같다.
물론 마스미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에 보답하기엔 너무도 작은 것이었지만,
어쨌든 마스미가 기뻐해줘서 나도 무척 기뻤다.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것에 크나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정말, 나중에 직장에 들어가서도, 결혼을 해서도, 나이를 먹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끝까지 이 우정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부야에서 2010년 마지막 날을 보냈던 때>
마스미가 편지를 통해 했던 말을 끝으로...
저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기분이란 건, 시간으로는 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 밖에 함께 있을 수 없었지만 저스틴을 정~~말 좋아합니다.
근 수개월동안 쌓였던 추억 전부가 보물입니다.
지금부터는 따로따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겠지만, 평생 친구인거지?
'사요나라'(안녕さよなら:작별인사)는 싫어. '그럼 또보자'(またね마따네)라는 말이 좋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기분이 드니까. 절대, 계속, 잊지않을거야.
봄이 되면 벚꽃(桜사쿠라)을 보고서, 여름이 되면 불꽃놀이(花火하나비)보고서,
가을이 되면 단풍(紅葉코요우)을 보고서, 겨울이 되면 눈(雪유키)을 보면서
계절과 자연을 좋아하는 저스틴을 떠올릴테니까.
1년 동안 계속 기억할게. 고마워.
생애의 우정을..(生涯の友情を쇼가이노 유죠오) -마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