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의 도쿄
2012년 1월 18일 홋카이도에서 마지막 날, 도쿄에서 첫째 날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치고 이제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비행기가 12시로 남들보다 조금 빨랐기 때문에 모두에게 먼저 인사를 한 뒤 혼자서 전차를 타고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까지 갔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마지막으로 홋카이도의 눈을 감상했다.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모르겠지만 다음에 다시 올 그 날까지 삿포로와 안녕~ 할수만 있다면 다음에는 꼭 여름에 찾아오고 싶다. 홋카이도의 여름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참, 전날 밤에 깜짝 파티가 있었다. 전날 썰매를 타고 오후엔 온천을 즐긴 탓인지 합숙소에 오니 너무 피곤해서 빨리 잠이 들었다. 그런데 주위가 시끄러워서 눈을 떠보니 어둠 속에서 스무명이 넘는 애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정말 무섭기도 했고 깜짝놀랬다. 내가 맞는건 아닌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 때 갑자기 촛불이 밝혀진 케익을 들고 오더니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다. 아.. 정말 감동이었다. 모두 0시가 되길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줄도 모르고 나는 피곤하다고 먼저 잠들어버렸으니. 밤 늦게까지 잠도 안자고 기다려준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일본에서 맞는 생일의 시작이 정말 멋졌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서 도쿄에 와서는 외로운 하루를 보냈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약 2시 반였는데 그 때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매우 고민했다. 일단은 짐이 너무 무거우니 숙소에 짐을 가져다 놓아야 할지, 아니면 긴자의 카페에 들러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지, 아니면 시부야에 가서 사람들을 깜짝 놀래켜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말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계속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벌써 저녁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향한 곳은 결국 도쿄타워였다! 20kg 가까이 나가는 짐을 들고 도쿄타워에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그곳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이런걸 이끌림이라고 한다) 왜 도쿄타워에 가지 않았으면 안됐을까를 얘기하자면 도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쿄타워는 생일에 가면 입장료가 무료이고 케익도 공짜로 주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도쿄타워를 향했다. 도쿄타워는 나에게 있어 도쿄를 낭만적인 곳으로 기억하게 해주는 곳이다.
그런 도쿄타워를 나는 작년(2011년) 생일에 올랐었다. 그러니 정말 딱 1년 만에 도쿄타워에 온 것이다. 아...이건 아무래도 생각해도 너무 멋지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당분간 일본에 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우연히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기회를 얻어 오게 되고,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친 다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도쿄에 들러 도쿄타워에 왔는데 그게 정확히 내 생일이면서 1년째 되는 날이라니. 이렇게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해주는 카미사마에게 감사해야한다.
무거운 짐을 도쿄타워까지 들고가는 것은 무척 고생스러웠다. 그럼에도 가슴을 두근두근 떨렸다. 하나의 장소를 이토록 좋아할 수 있는 건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한국에는 나에게 도쿄타워 같은 곳은 없는 것 같다. 동경이라고 할 수 있으면서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하는 건물말이다. 무겁게 끌고온 짐을 도쿄타워에 올라가기 전에 대형락커에 넣고 몸을 가볍게 했다. 생일이라고 말하니 입장권과 케익 교환권을 주었다. 그 때부터 직원들이 나를 볼 때마다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작년에는 친구와 함께와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혼자여서 그런지 조금 어색했다. 그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