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7일
건대극장 150회 봄 공연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감상 후기
학교 게시판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 연극 포스터를 보았을 때 고민도 하지 않고 혼자서 보러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처음 본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담임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있으시다면서 수업시간에 보여주신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어린 나이로 영화의 메세지를 공감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다시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난 그 후로 한 동안 '카르페디엠 Carpediem' 이란 문구를 가슴에 지니고 살았다. 노트를 새로 사면 항상 제일 첫 페이지에 Carpediem 이란 말을 적어 놓고 노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그 문장은 나의 고등학교 생활 내내 함께 해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험 기간과 항상 겹쳤던 전주영화제도 3년 동안 꼬박꼬박 갔던 게 아닐까 싶다. (가장 큰 이유는 전주영화제 장소와 내 고등학교가 걸어서 15분 거리 밖에 안됐던 사실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나에게 그런 영화들 중 하나인데 오늘 그 영화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을 한 동안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현재를 즐겨야 된다는 말씀. 이유는 우리 모두 죽기 때문에. 이번 학기는 신기하게도 계속 '죽음'이라는 주제와 함께 하고 있다. 죽음에 관한 수업과, 책과, 영화와, 다큐멘터리와, 그리고 연극까지. 덕분에 여러모로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해주고 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건 Carpediem이란 말은 접하는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현재'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일까.
키팅선생님의 대사가 머릿 속에 맴돈다. 과학이나 경제는 우리의 삶을 유지시켜주기는 하지만,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해주는 건 시와 사랑과 낭만이라고. 시를 그윽하게 읽고 감상해 본 게 언제이던가. 군대에 있을 적 김광석님의 시에 빠졌을 때 이후로 시를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연극을 보고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의 저녁이었다. 잠깐 학교 호수 옆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시 좀 읽어야겠다고.그리고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삶 자체로 아름다운 거지만, 학교를 다니다보면 그 사실을 잊고 사는 때가 많다.
재밌고 훌륭한 연극을 보여준 학교 연극 동아리 '건대극장'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