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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조각들 12. 2013 그해 여름은

찬물로 샤워하는 계절, 로션을 안발라도 되는 계절.

에어컨을 틀기엔 아깝고 약한 선풍기 바람이 필요한 그런 날씨의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다. 빨래도 끝내고 방청소도 끝내고 지난주 무한도전도 봤다. 이젠 책 읽어야지.

출근 길이 어떻게 이렇게 상쾌할 수 있나. 버스에 앉아있는 사람은 네 명. 여기저기 열려있는 창문으로는 시원한 아침 바람이 들어오는구나.

비가 와서 밖은 많이 싸늘하구나.

-2013 여름

아름다운 것들을 하나하나씩 이어붙이면 늘 더 아름다운 것들이 기다린다

어떻게든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을 소중히 한다는 건 '시간'이 지나서도 지금의 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을 하는 것. 우린 지금의 기록이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기록의 중요성은 중학교 때 메모라는 습관을 몸에 지니게 된 이후로 수없이 생각해 온 것이기 때문에 매회 리마인드할 필요는 없더라도) 과장되게 생각해보자면, 우리의 선조들이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했던 토기들 조차도 지금은 모두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지금 시대 사람들의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이다.

시간을 소중히 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자. 올해 들어 여름과 밤이 만난 이래로, 여름밤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게 된 이후로 산책을 즐기고 있다. 여름이 밤과 만나 여름밤이 되고, 여름밤이 산책을 만나 여름밤의 산책이 된다. 또 여름밤의 산책은 음악도 만나고, 사색을 만날 수도 있다. 아름다운 것들을 하나하나씩 이어 붙이면 늘 더 아름다운 것들이 기다린다. 홀로 서 있을 때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지만 같이 서 있으면 아름다움은 늘 더 빛나는 법이다.

시간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시간에 아름다움을 보태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여름은 늘 찾아오고, 그 안에는 낮과 밤이 있다. 여름의 낮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시원한 그늘과 수박을 찾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그리고 여름밤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는 밤 바람을 쐬며 조용히 산책을 한다. 그런것들은 지금의 시간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나온 시간들을 이미지로서 회상하지 않는가. 그 여름밤 먹었던 달콤한 수박, 장마가 이어지던 어느날 만났던 친구. 그러니 어떻게 하면 지금의 시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올 여름을 보내야 겠다.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누구와 대화를 해야할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1년, 5년, 10년이 흐른 뒤에도 2015년의 여름은 아름다웠노라고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2015년 7월 여름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너는 서로의 글을 읽으며 서로의 삶에 영감을 주며 공존한다

회사의 동료들과 맛있게 점심을 먹고 회사 근처를 한 바퀴 돌았다. 봄이 왔다는건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찬바람이 여간 멈추질 않아서 여유로이 산책을 하기보다는 빨리 따뜻한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은 날씨였다. 그런데 진짜 봄이 온거 같다. 회사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도 더 이상 바람이 차지 않다. 시원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인턴생활을 한지도 곧 세달이 채워져 간다. 많은 걸 배우며 느끼고 있다. 그래서 아주 좋은 경험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많은 직장인들은 이런 좋은 날씨로부터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곧 짧은 봄이 끝나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올테지만 이 짧은 봄은 우리들에게 많은 걸 의미한다.

나에게는/
하고 싶은게 부쩍이나 많아지는 봄이다.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 배우고 싶은 것가고 싶은 곳 등등 마음 속에 위시리스트가 빈틈없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 실현가능성을 따져본다면 제한된 시간과 비용과 혹은 마음의 용기 때문에 위시리스트를 얼마나 실현시킬 수 있을지는 대단히 미지수지만 위시리스트가 있는 것 자체에 마음이 놓이는 요즘이다.

얼마 전 본 영화 '오블리비언 Oblivion'에서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 한,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기억들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 더해서 우리가 바라는 것 또한 곧 우리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희망'이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꺼내놓는 게 쿨하지 않고, 현실감각이 떨어지고때론 부끄럽게 보여지는 요즘 세상이지만, 있는 걸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 더 쿨하지 않고 부끄러운 것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희망은 있다는 말이다이건 또 내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쓴 '믿음'에 관한 글과도 연결된다. '믿는 사람에겐 존재한다'는 것.

내 블로그에서 내 글들은 끊임없이 '연결'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언젠가 본 영화, 언젠가 읽은 책, 언젠가 만난 사람, 언젠가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들은 쉴새없이 끊임없이 연결된다. 예를 들어 이 글이 맞닿아 있는 내 삶의 접점을 말해보자면,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봄을 산책한 일우린 무슨 얘기들을 나눴지이런 날씨 좋은 날 소풍 가고 싶다 - 그러게, 정말 봄이 왔네. 좋다 - 작년에는 일본, 독일,중국 친구들과 어린이대공원을 벚꽃놀이를 갔었지중학교 때 재밌게 봤던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흐드러지게 흩날리던 벚꽃이 생각나네 - 그 애니메이션의 음악도 좋았는데 - 벚꽃이 아름다웠던 애니메이션은 '초속 5cm'라는 애니도 있었지 - 애니라,, 친구 중엔 그림을 잘 그리는 애가 있는데 - 그 친구는 뭐하며 지내나'

글이 지니는 가치에 대하여
애초에 인간은 소리 언어를 기록하기 위해 문자 언어를 만든다단순한 글자에서 단어로, 문장으로 그리고 글로 발전하게 됨과 동시에 우리 인간은 과거로의 연결통로를 가지게 된다그리고 하나의 생각은 한 사람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글을 통해 공유되게 된다. 말그대로 시공간을 아우르며 우리는 모두 연결된다. 과거의 너와 미래의 나, 과거의 나와 미래의 너는 서로의 글을 읽으며 서로의 삶에 영감을 주며 공존한다. 그러니까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련다. 이글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내가 됐든, 타자가 됐든 결국엔 어느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좋은 생각만을 담지 않을 수가 없다.

봄꽃 산책으로 가볍게 시작한 문장이, 또 이렇게 하나의 짧은 글이 되었다. 자 그러면 마지막으로 (내 머릿 속에 스친) 예전에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으로 연결지어 이 연결을 마무리해보자.

삶은 결과를 위한 끊임없는 추구가 아니라 조각을 이어 만든 퀼트 같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이 각자의 길을 찾아갈 있도록 도와주며 서로 한땀한땀 꿰매나가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와 사랑과 번영을 확인할 있다. 우리가 엮어나가는 관계들이 아름답고 끝없는 패턴을 이루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있는 곳과 지금 아는 것들은 , 당신이 직접 혹은 책과 음악, 이메일, 문화 등을 통하여 당신의 속에서 상호작용한 사람과 생각과 경험으로부터 발생한 산물이다. 풍요가 풍요를 불러들이고 있을 누가 많이 받고 누가 많이 주는지 계산할 필요는 없다. 오늘부터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사람과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인간관계를 넓혀나가겠다고 결심하라. 어떻게 삶을 살고 싶은가? 당신의 퀼트에 어떠너 사람을 엮어나가고 싶은가? 아마도 일이나 회사나 멋진 신기술 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세상을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 만들어나가는 몫은 우리 각자에게 달려 있다.<Never eat alone> 키이스 페라지 , 라즈 지음
2011 4 1 도서관 4층에서 http://ksi8084.blog.me/40126458394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옮겼을 때도 4월의 봄이었다. 2년 전의 봄. 이렇게 올해의 봄과 2년 전의 봄은 또 연결되는구나.

그리고 또 그로부터 2년 전의 봄
기뻤다. 내가 썼던 글들을 보면서 당시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를 알수있는데 생각들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글들이 예전의 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 당시 생각을 했다는 자체에 놀라버린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글쓰기에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는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은 나라의 일들을 기록하는 역사와도 같다. 이번처럼 예전에 썼던 글들에서 지금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건 대단히 멋진 일이다. 글쓰기의 위력을 실감한다. 내가 쓴글의 가장 수혜자는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란 사실을 알았다. 당분간은 일기를 온라인에 옮기는데 치중하자. 그걸 통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있다. 너무도 재미있다. 내가 썼던 글을 통해서 '' 찾아가는 느낌이다. 나란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나란 사람은 일정한 범위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지금은 매우 기쁘다.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감이 충전된다. 부드럽게 나가자
그때 당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나란 존재를 알아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자. 범위는 상상력을 통해 확산될 있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글쓰는 연습을 계속하다보면 어쩌면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세상을 바꿀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지도 모른다
내가 그동안 기표에 너무 얽매여 있었던 같다. 기표는 기의를 모두 표현해낼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머릿속의 생각들(기의)이고,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것들을 최대한 모두 끄집어내어서 나에게 허락된 능력을 사용해 표현 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표의 함정에 빠지지 말도록 하자. 나에게 필요한 것은 글씨연습이 아니라 글연습이니까 사람을 사귀는 방법이 필요한 아니라, 진정한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세상의 핵심은 속뜻에 있다는 것을 지금 이순간부터 잊지 않기로 하자. 2009 4 11 '병영일기'  http://seonil.egloos.com/9936322

2년 전, 4년 전 이맘때의 글에서도 '연결'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니, 얼마나 재밌나.지금으로부터 2년 후의 4월에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위와 같은 이야기를 또 한번 하지 않을까.

2013 4 17일 봄날


어제 내린 가을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있고

정점은 군대시절이었다. 과업이 끝나면 딱히 할 일이 없었고, 주말에도 낮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일 외에는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늘 '공부방'에 내려가서 연필과 종이를 꺼냈다. 그러고는 무작정 생각나는 것들을 종이에 옮겨 적었다. 그때만큼 나의 마음 속에 있는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어내려갔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참 많이도, 청춘에 대해 고민을 했더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나라에 청춘을 위로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강연회가 열리면서 나의 글 속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일이 줄어든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났던 행동이었던 것 같다. '청춘'을 내 글에서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청춘이라 칭하면 정말 위로받아야만 하는 대상이 되는 느낌이었다. 군대 시절에만 해도 '청춘'이라는 단어는 펄떡펄떡 뛰는 이미지로서 마음 속에 번졌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청춘'에서 '푸를청과 봄춘 - 푸른 봄'의 생기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 단어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사회의 역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들의 힘없는 노랫말 같았다.

지난 추석 때 어머니께서도 나에게 '힘들지' 라는 말을 건네주셨다.

一生靑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CD선물을 건네받았던 적이 있었다. 청춘이라는 건 좋은 거라면서, 육체는 늙어가도 청춘의 마음은 바래지 않는다는 걸 느끼며 감격스러워 했었다. '그래 난 언제까지나 청춘이야'라며.

기성세대와 사회의 청춘을 향한 위로와 동정들이 오히려 '청춘'을 정말 나약한 존재로 만들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건지 생각해 본다. 뭐 나도 "동정을 할거면 돈으로 주세요."라고 말을 해보고 싶다.

지금의 사회를 만들어온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도 않아도 되고,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인마냥 너무 멀리 떨어져서 위로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오고 싶어해서 들어온 우리들이니까 같이 세계를 공유하는 존재들로 봐주는 편이 더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

어느덧, 어제 내린 가을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있고, 다가오는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날씨는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었다

2012년 9월 9일

4학년 2학기 개강을 하고 나서 2주가 지났다. 초반에 갈피를 못잡고 복잡하기만 했던 마음들도 이제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고 3주로 접어 들어가는 나의 자취생활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방향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조금씩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 의식이 가장 크다. 돌아보면 지난 1년은 매우 열심히 살았지만, 열심히 살았던 기억들보다는 안일하게 살아왔던 기억들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 또한 하나의 계시라고 생각하고 이를 발판 삼아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개강하고나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고 책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취하고 싶은 부분만을 취하며 나의 생각을 강화하는 쪽으로의 내용만을 취사선택을 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이라면 그것들을 적극 받아들여서 나의 신념대로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날씨는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었다.

'우린 모두 하나다'라고 하는데 우린 모두 정말 하나다

생각 놓치지 않기
2012년 4월 24일

교양과목을 통해 인간의 언어, 마음과 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다보니 이 모든 건, 이 세상, 이 우주는 모두 하나의 유기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꿈틀거린다. 인간의 신체와 마음은 절대 별개의 것이 아니고 따로 존재 할 수 없듯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보이지 않는 힘이라든지 보이지 않는 손 이라든지)'보이지 않는 것들'이라고 표현하는 것들 조차 결국 우리는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추상적인 개념들 '관계'라든지 '자유'라든지 '사랑'이라든지 하는 것들도 결국은 지구라는 하나의 유기체, 나아가 우주라는 유기체를 보존 존속하기 위한 것들, 그래서 결국은 하나.

벚꽃이 피어나고 지는 것처럼,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처럼, 조직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처럼 모든 것에는 생성과 소멸이 있어서 세상도 마찬가지로 생겨난 이래로 끝을 향해가고 있다. 인간의 놀라운 기술력으로 새로운 발견을 거듭하고 있는 이 광활한 우주도 (시간의)끝이 있을 것이고 이 광활하다고 생각하는 우주 또한 우리가 생각해낼 수 없는 '존재'의 극히 작은 하나의 세포일 수도 있다.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수없이 많은 개개의 세포들이 '하나의 인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듯이 수명이 하루인 하루살이들이 한달, 1년이라는 시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처럼 현재 인간의 지능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시간관념들 (몇억광년이라든지 하는)을 초월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마저도 뛰어넘고 아예 그 개념의 아주 미세한 부분마저도 건들리 수 없는) 종교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내는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이라든지, 불교의 연옥이라든지, 절대자라든지 하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러한 상상력으로도 도달할 수 없고, 결국은 인간의 언어와 지능이 그려낼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생각들은 흥미롭다.

도달할 수 없는 세계라고 한다면 (도달할 수 없는 세계라는 것, 인간의 체세포가 인간의 모습을 그려낼 수 없듯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세계'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의 물음으로 이어진다. 모든게 멸망한다면, 지구위에서 공룡이 멸망했던 것처럼, 인간도 멸망하고 세계가 멸망한다는 걸 인지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삶을 만들어나가야 할까.

'사명'이라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아까 공부를 하면서 알았는데, 단기기억에 있던 기억들이 장기기억으로 옮겨가는데에는, 즉 학습이 이루어지는데에는 CREB에 통제되는 단백질이 새롭게 생성된다고 한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단기기억이 어떻게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가이다. 단기기억의 초기 공고화는 불과 수 시간만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장기기억으로 전환은 피질에 의해 정보가 해마로 보내져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장기기억으로 전환이 가능한 시기가 있다. ..(중략)..단기간에 뭔가를 기억할 때는 시냅스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사용한다. 하지만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려면 시냅스 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단백질이 요구된다. 이 단백질은 CREB로 알려진 단백질에 의해 통제된다. CREB는 새로운 단백질의 생성을 유발하는 스위치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정신의학 교수가 밝히는 뇌] 중-

새롭게 생성된 단백질로 인해 성공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게 되어, 다음날 시험에서 필요에 의해 지식을 꺼내 쓸 수 있다. 즉 한 세포의 출현으로 인해 (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인간세계에서 뭔가 이로운 일이 발생했다. 그건 사명을 다한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봤다.

결론
늘 세상을 들여다보거나, 내려다보거나 하는 일은 흥미롭다. 그런 일들이 가끔은 영감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말이다.

'우린 모두 하나다'라고 하는데 우린 모두 정말 하나다. 출발도 하나였고 끝도 하나일지도 모른다. (지구과학에 대한 지식은 초라하지만) 지구라는 행성의 탄생의 순간으로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면 지구는 옛날 우주의 어떤 별이 폭발하여 생긴 우주의 먼지들이 모여서 생겼다(라고 한 것 같다) 우리의 출발은 별이었고 지금은 모두 다른 모양 '산과 바다' '호랑이' '벌' '벚꽃' 그리고 우리들은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하나다. 우리도 세포에서 출발하여 세상에 나와서 영양분을 먹고 햇볕을 받으며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또 하나의 별로서 살아간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도 어쩌면 다시 별로 돌아간다는 말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별빛'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살아간다면 차가운 흙이 되거나 지옥불에 떨어진다는 것보다는 죽으면 밤하늘의 별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더 멋지지 않을까. 정말 밤하늘의 별이 된다면 '도달할 수 없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갈수도 있지 않을까.

아...시험기간의 밤은 깊어가는 구나.

생각을 품으며 궁금했던 점 인간 신체의 생태계에서도 '이타주의적' 행위를 하는 세포가 발견이 되었을까

덧붙이는 글
"우리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행성, 지구는 46억 년 전에 고대의 별이 폭발해 생긴 잔여물이 태양 성운(solar nebula)과 행성으로 응축되는 과정에서 탄생하여 성진(stardust, 항성먼지)과 태양의 복사에너지,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 태양과 달과 이웃 행성의 중력 등등의 영향을 받아 그 꼴을 갖추어갔으며, 그들의 영향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지구를 계속 변화시키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의 기억 : 행성 지구 46억 년의 역사] 중 -

머뭇거리다가는 벚꽃은 모두 지고말겠지

2012년 4월 19일

수업이 끝난 3시 학교 바로 옆의 어린이 대공원을 찾아갔다. 시험이 모두 끝난 건 아니었지만 시험의 반절이 끝난 날이었다. 벚꽃구경, 벚꽃놀이를 위한 목적보다는 시험 공부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싶었다. 바로 그 전날에도 유통전략 시험을 위해서 친한 동생과 함께 도서관에서 밤을 샜다.  아침까지 꾸벅꾸벅 졸아가며 10시에 시험을 보고 나와 곧바로 12시에 3시간짜리 수업을 듣고 나온 상태였다.

어린이 대공원에 가니,  벚꽃이 정말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준비해 온 돗자리를 그늘 잘드는 곳에 잘 펼치고, 준비해온 맥주를 마셨다. 신선놀음이나 다름없었다. 함께 온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잠깐씩 눈도 붙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인생을 이렇게 사는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봄이 결국은 찾아오고 영원히 아름답게 펴있을 것 같은 벚꽃은  작은 바람결에도 힘 없이 떨어지고 우린 벚꽃나무 아래에서 그 떨어지는 벚꽃들을 맞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머뭇거리다가는 벚꽃은 모두 지고말겠지

내 생에서 아름다웠다고 생각되는 모든 순간들은

10월의 마지막 날
2011년 10월 31일

언제나 날씨가 좋은 날이면 모든 걸 던져버리고 어딘가로 놀러가고 싶은 심정이 마음을 가득 메운다. 오늘은 유난히도 정말 따뜻한 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어제는 쌓이고 쌓인 할 일들 덕분에 밤을 샜다. 수많은 팀 프로젝트와 과제들이 쌓여있다고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만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밤을 새는 것도 다음 날을 생각하면 매우 안좋은 선택이지만 밤을 새는 것도 내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힘이 빠지는 하루였다. 내가 가장 힘이 빠지는 때는 사람들에게서 이기심을 발견할 때다. 사람은 누구나가 이기적이라는 가정은 경제학에서 '합리적'이라는 용어로 묘사가 된다.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것이 수많은 이론들을 지탱해주는 전제라고 하지만  나는 모든 사람이 이기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에서 "세상이 왜 아름다운 줄 아십니까?" 라고 늘 물어보는데 나는 그 대답으로 '세상 사람 모두가 이기적이지는 않기 때문에'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이 자기 앞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보게 된 세상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내 생에서 아름다웠다고 생각되는 모든 순간들은 '이기적이지 않은 마음'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서라도 남과 혹은 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친구 철민이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철민아, 왜케 힘드냐.. 모르겠다 진짜"
"니가 니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니까 그렇지."
"야 내가 뭐 나를 힘들게 하냐.그냥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 뿐인데."
"야 그게 너를 힘들게 하는거지 뭐냐."

오랜만에 도서관 열람실에 와서 앉아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여유롭게(?) 과제를 하면서 책상에 앉아있는 것도 오랜만이다.

뭐 하루하루 살다보면 어찌 매일 기분이 좋을 수 있으랴. 기분이 안 좋은 날도 있고, 기분이 좋은 날도 있는 거지. 그냥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 날로 하루를 보내고 싶었나보다.

葛西臨海公園 카사이 린카이 코우엔 (카사이 임해 공원)

2011년 1월 6일
葛西臨海公園 카사이 린카이 코우엔 (카사이 임해 공원)

에도가와구에 있는 카사이 린카이 공원을 다녀왔다. 얼마전부터 수족관에 가보고 싶어서 도쿄에 있는 수족관을 조사해 봤었다. 조사하던 중 저렴하면서도 좋은 수족관을 발견했는데 바로 카사이 린카이 공원 안에 있는 수족관이었다. 일본인 스쿠버다이버의 홈페이지에서 처음에 발견했을 때 필자의 추천하는 수족관이라고 했는데, 그 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봤을 때는 한국 사람들의 평은 그저 그랬다. 그래서 일단은 큰 기대는 접어두고 출발.
수족관 관람 목적의 외출이기도 했고, 오늘은 하루 종일 밖에 있으면서 책을 읽을 생각으로 소설 책도 챙겨갔다.

언제나 입장료를 내고 관람을 하는 거라면, 조용히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전차를 타고 출발했다. 카사이린카이코엔 역에 도착하니 9시 15분 정도였는데 곧장 수족관으로 향했다. 수족관은 아직 개관하지 않았다. 9시 30분이 조금 넘어서 문을 열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입장을 했다. 역시 이른 아침에 오는 수족관은 정말 한산했다. 기분이 상쾌해지기 시작했다. 카사이린카이코엔 역 바로 다음 역이 디즈니랜드인데 디즈니랜드에는 지금 이 시간쯤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수족관의 건물 쪽으로 연결되어있는 길을 따라가자 서서히 수족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족관의 입구는 거대한 조형물로 되어있다. 조형물이라기 보다는 반원 형태의 유리 건물이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봤을 때와는 역시 다르다. 멋진 건축물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또 그 건물의 멋에 한동안 빠지고 말았다. 투명한 유리 건물이 아침 햇살을 받아서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정작 더욱 아름다웠던 것은 주위의 인테리어였다. 처음 올라갔을 때 바다 한가운데로 와있는 느낌을 받았다. 수족관에 들어서기도 전에 외관 디자인에 넋을 잃고 말았다. 키타구 중앙도서관에 갔을 때도 가장 처음 반한 것은 외관 디자인이었다. 어떻게 이런 멋진 도서관이 있을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 때와 똑같이 반하고 말았다. 바로 뒤로는 진짜 바다가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도쿄의 시가지가 또 그 반대쪽으로는 디즈니랜드 건물들이 보인다. 입구를 들어오고 나서 30분이 지나도록 건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아직 수족관을 둘러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분이 좋아졌고,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온 것에 대해 만족했다.

수족관의 뒤편으로는 시원하게 펼쳐진 천막이 있었는데 마치 바람을 신나게 가로지르는 보트의 돛 같았다. 보고만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구조물들이 있는데, 분명 그것들 중 하나였다.

날씨는 겨울 답지 않게 햇볕이 따뜻하고, 바다 답지 않게 바람도 차지 않았다.

이렇게 따뜻한 크리스마스는 처음이다

이렇게 따뜻한 크리스마스는 처음이다. 따뜻하다는 의미는 마음이 따뜻하다는게 아니라 날씨가 따뜻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오늘은 어제보다는 약간 추워진 것이다. 그제와 어제는 날씨가 15도 정도였다. 오늘은 영상 12도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항상 이 맘 때쯤 정말 추웠다. 안그래도 오늘 뉴스를 보니 한국은 성탄한파라고 해서 가장 추운 날이 될 거라는 뉴스를 봤다. 역시 한국은 춥구나. 블로그 옆의 날씨를 보니 -15도라고 쓰여져 있다.

서울과 도쿄 무려 30도의 온도차이가 난다. 가까운 나라인데도 온도차가 이렇게 심하다니. 그래서 올 겨울은 도쿄에 있는 덕분에 나도 따뜻하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려나. 연말연시가 되니까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 너무 보고 싶다. 전 잘 있으니까 부디 올 겨울 따뜻히 건강하게 보내시길...

날씨예보를 보니 흐리고 비가 온다고 되어있더라

비 소식

한 달 전부터 11월 23일, 24일에 교토여행 일정을 잡아 둔 상태인데, 야후날씨에서 교토의 일주일 후 날씨예보를 보니 흐리고 비가 온다고 되어있더라. 오늘부터 슬슬 코스를 정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코마고메 도서관에 가서 교토 가이드북까지 빌렸는데 이 일기예보를 보자마자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코스를 열심히 세워봤자 안그래도 추워지는 시기인데 비까지 온다면 밖을 돌아다니는 것도 뜻대로 안될테고.. 흑흑.

이번만큼은 하늘이 내 편이 아닌가 보다. 일본에서 단풍이 가장 예쁜 곳이 교토라고 들은 후로 맑은 하늘 아래의 단풍을 찍고 싶어서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웠는데. 빨리 침체된 이 마음을 반전시켜야 겠다. 비오는 날에 가면 좋을 장소를 찾아보는 수 밖에 없겠다.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레시피 같은 건 없으니까 자기 자신의 길을 찾으면서 살아갑시다

쿠리하라상과도 안녕

http://ksi8084.blog.me/40115536731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쿠리하라상 마저도 게스트하우스를 떠나간지 벌써 나흘이 지났다. 쿠리하라상과는 내가 일본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쭉 같은 숙소에서 생활을 하였다. 여름 세달 동안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더욱 친하게 지냈다.

쿠리하라상과는 인생에 대한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누었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얘기들은 항상 무겁게 다가오고 부담스러운 주제였지만, 쿠리하라상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언제나 즐겁고 항상 대화 끝에서는 즐거운 결말이 있었다. 쿠리하라상은 와세다대학을 다니다가 중도에 자신이 살고싶은 인생을 살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었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 뒤로 공연장 스태프, 스포층의류 매장 직원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활을 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쿠리하라상은 자전거를 타고서 빌딩 간의 서류를 배달해주는 메신저와 동네 골목골목을 다니며 두부수레를 끌면서 두부를 파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소리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워낙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두부수레를 끄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멋지다고 생각했다.

쿠리하라상은 게스트하우스를 나가기 전 일주일 넘게 고향인 카마쿠라에 가서 있다가 집을 나가는 날 짐을 싸기 위해 다시 숙소에 왔다. 나의 한국 방문과 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꽤나 오랫동안 못 본 나머지 정말 반가웠다. 그 동안 못나눴던 이야기들을 늘어 놓다가, 쿠리하라상이 벌써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했다고 했다. 무슨 일자리냐고 물어보니, 두부장사란다. 일전에 얘기했던 두부수레를 끄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고향집 근처에 있는 두부가게가 들어가서 일자리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있다고 해서 바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동안 도쿄에 돌아오지 못했던 거라고.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두~부! 두~부!를 외치면서 하루 종일 돌아다닌단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단골손님의 집 위치도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에 대한 노하우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하니...

둘이서 1,2주에 한 번씩 노래방을 가곤 했다. 언젠가는 밤 11시에 가서 새벽 4시까지 밤을 새가며 노래를 부른 적도 있다. 쿠리하라상과 나의 애창곡은Mr.Children이었다. 쿠리하라상은 고교생 시절 수험공부를 하면서 항상 미스터칠드런을 들었다고 한다.

이젠 노래방을 같이 가기도 하고 인생에 대해 즐겁게 얘기를 나눌 친구가 숙소를 떠나버려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 정말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여러가지 것들을 많이 배웠다. 나의 일본 워킹홀리데이 시간 중 가장 중요한 만남으로 기억될 정도로 소중한 만남이었던 듯 싶다.

(6/21 일기)
일본의 젊은이들은 이런 생각을 정말 마음 깊이 가지고 있다. 楽しくなきゃ意味がない-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하루 하루를 재미있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미래의 일은 나중에 가서 생각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하루를 걱정으로 소비해버리면 그건 하루를 재미있게 사는게 아니라고, 쿠리하라상은 말했다.
(9/8 일기)
인생에서 용기를 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 실패는 두려운 것이니까, 실패를 두려워해도 돼. 하지만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도전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실제로 실패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실패에서 분명 배우는 것도 있고, 우리들은 실패를 통해서 성장하니까.
그러니까 이치군, 지금이 즐거운 만큼 지금의 시간을 즐기면 되지 않을까? 지금껏 용기를 내서 결정했던 순간들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간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간다면, 반드시 즐겁게 살 수 있을거야

栗原さん、こんにちは。
今日も運動しました?もう実家に帰ったかなぁ
僕は今成田空港でのんびり飛行機を待ってます。
成田空港の屋上にビューポイントがあるんですが、すごい良い場所ですね。もうリフレッシュされるらしい!
さてもうすぐ栗原さんと離れること考えると寂しいですね。
今も、ミスチルの歌´終わりなき旅`を聴いてますが、栗原さんのことが思い出しましたよ。
栗原さん、ミスチルの歌のように人生に生きるためのレシピなんてないから自分の道を探しながら生きましょう。
僕だって栗原さんがどの道を選んでも応援してあげるから。
いつも最高の選択だけをすることは出来ないからあんまり迷わないで栗原さんのことを探して欲しいです。
これから僕は誰と一緒にカラオケに行ってミスチルを歌うんだろう。
僕が帰って来たらぜひミスチルを歌いに行きましょう!
じゃ行って来ます

쿠리하라상 안녕하세요
오늘도 운동했어요? 벌써 고향에 돌아갔으려나?
전 지금 나리타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공항 옥상에 전망대가 있는 정말 좋은 장소네요. 벌써 재충전이 되는 듯 해요.
그건 그렇고 쿠리하라상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쓸쓸하네요.
지금 미스치루 음악을 듣고 있는데 쿠리하라상이 생각이 났답니다.
쿠리하라상, 미스치루의 노래처럼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레시피 같은 건 없으니까 자기 자신의 길을 찾으면서 살아갑시다.
저도 쿠리하라상이 어떠한 길을 선택해도 응원해줄 테니까.
언제나 최고의 선택만을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너무 고민하지 말고 자기의 길을 찾길 바래요.
앞으로 난 누구랑 노래방에 가서 미스치루를 노래불러야 되나. 제가 돌아오면 꼭 노래방에 갑시다. 그럼 다녀올게요.

완연한 가을 / 초심으로

2010년 9월 25일 완연한 가을 / 초심으로...

  한국에 다녀오니 일본은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다. 굳이 추석 기간에 입국을 했던게 잘못이었을까. 이번 한국방문은 꽤나 힘든 여정이었다. 평소같았으면 2시간 반이면 서울에서 전주에 도달하는데, 이번엔 6시간이 걸렸다. 안그래도 아까운 시간을 버스에서 낭비해버렸으니. 확실하게 생각이 짧긴 짧았다. 추석이 겹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한국에 있는 동안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갔다. 여름이 끝나버리니까 시원섭섭하다. 여름에는 땀으로 흠뻑 젖은 티셔츠를 앞뒤로 흔들면서 이 무더위가 하루빨리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입버릇 처럼 말하지만, 막상 또 끝나버리니까 여름이 아니면 즐기지 못할 것들이 생각나면서 아쉽기만 하다. 어쨌든 일본에서의 여름은 무사히 지내 넘겼다.

 지난주 출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33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이 오늘은 22도였다. 너무나 갑작스런 날씨의 변화에 아침에 옷을 고르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반팔만 입으면 추울까, 겉옷을 걸치면 더울까. 하지만 오늘은 어떻게 입었어도 괜찮았을 날씨였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반팔을 입으면 시원해서 좋고, 긴팔을 입으면 따뜻해서 좋을 날씨. 카페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한결같이 정말 좋은 날씨라면서 오늘의 날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름이 즐겁기는 하지만 여름에 하는 일들은 대체로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하는 일들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무더위를 잊을 수 있을까. 불꽃놀이가 그랬고, 여러가지 축제들이 그랬다.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보면서 잠시나마 열대야를 잊어보자는 것 아니었을까. 하지만 가을이란 계절은 날씨를 피하지 않고 즐기는 계절이다. 한적한 공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어가며 책을 읽기도 하고 기분좋은 음악을 듣기도 하면서.

  2010년 4월 12일에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와서 167일, 5개월 하고 13일이 지났다. 스스로 조금은 지금의 생활에 지쳐있는건 아닌가 싶어서 한국에 갔다오는 것을 재충전의 계기로 삼고자 했지만 계획했던 것보다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와버렸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을 보고 친구들을 만난 것은 좋았다. 역시 재충전을 하는데에 중요한 것은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는 본인의 의지였나 보다. 그러고보면 원래부터 나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자'라고 생각해서 재충전을 하기보다는 뜻하지 않게 접하게 된 책이나 영화에서 혹은 사람에게서 자극을 받게 되어 재충전이 되는 사람이다. 한국에서 반드시 재충전을 하고 와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국에 입국을 했던게 오히려 더 방해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냥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며 편안하게 쉬고 오자라는 생각정도로도 충분했을지 모르겠다. 마음을 먹는 것은 내 마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지금 이 시점에선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의 기분으로 말이다. 모든게 신기하고, 일본어 공부에 대한 뜨거운 열의가 있어서 모르는 글자를 발견하면 즉시 사전을 찾아 보기도 하고, 어떻게든 일본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다가가곤 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에겐 그런게 없다. 지금까지의 노력들로 가진 것들을 유지하기만 하면서 이대로 시간을 (즐기면서) 흘러보내고 싶은 심정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하루를 즐기면서 보내는 것은 좋지만 발전이 없는 내일은 싫다. 
  이제 5개월이란 시간도 남지 않았다. 후반전이 막 시작되었지만 벌써 끝나가는 느낌이다.  너무나도 귀중한 하루하루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완전한 초심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지 몰라도, 일본에 처음 왔을 때 한 달 간의 일기를 돌아보면서, 그 때 그 생각들을 가슴 속에서 끄집어내어보도록 하자..

4월 15일 일기
難しいことは面白い.  易しいことはつまらない。  (어려운건 재미있는거야. 쉬운건 재미없어. )
유헤이상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누구든 잘할거라고 괜찮을거라고 말은 해주지만 쉬울거라는 얘기는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고맙게 생각된다.  쉽게 가려고 하지 말자. 유헤이상 말마따나 쉬운건 재미없으니까. 


4월 18일 일기
이나다군은 앞으로 일본에서 살아갈 젊은이고, 난 한국에서 살아갈 젊은이다. 우린 각자 나라의 불경기에 대해서 걱정하는 한숨을 내쉬면서 서로 위로를 했다. 그리고 다 잘될거라는 말도 했다. 이나다군을 만나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갈 일을 걱정하는 것도 젊은이의 특권아닐까. がんばろうよ。(힘내자! 이나다군)
 私たちは若いだから。우린 젊으니까
まあね、わかいかな 글쎄..젊은걸까 하하하

4월 19일 일기
하루는 여행자로 살고
하루는 학생으로 살고
하루는 알바생으로 살고
하루 하루 맨날 똑같으면 재미없으니까, 또 지치니까. 암.

4월 20일 일기
늘 하는 생각이지만 매일 똑같은 것은 재미없다. 학교를 가더라도 내일은 다른 길로 가봐야 하는 것처럼. 늘 똑같기만 했던 한국 생활을 하다가 일본 생활을 하니 모두가 다르다. 다르다는 것에 불평을 하면 절대 안된다. '왜 일본에는 커피믹스(1회용스틱같은)가 흔치 않은거야.' 라는 식의 생각보다는 '일본은 커피믹스가 흔치않구나'라는 식으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르다는 것은 재미있는 것이니까. 새삼 중학교 때 배운 '문화의 다양성'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4월 24일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젊음이지만, 현재를 재미있게 살지 않으면 안돼.
4월 26일
일본에 온 이유야 어찌됐든 일단은 이 곳에서 생활을 하기로 한 이상 언어 공부를 쉴 틈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진리인 것 같다.이건 내가 다른 나라를 갔더라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문제다워킹홀리데이 기간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간 후 다시는 일본에 올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일본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할지도 모르지만그런 생각에 언어 학습을 소홀히 한다는 건 절대 안 될 이다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일본을 경험하기 위해 왔으니까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언어를 먼저 습득하도록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기본적 자세인 것 같다.
 
4월 30일
아직은 일이나 식사 같은 문제가 안정돼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빨리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어쩌면 안정된 생활이란 없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안정되지 않은 하루를 매일 살아가는 모습이 결국 안정적인 삶이 아닐까. 안정된 삶은 안정된 하루의 연속이 아니라 불안정한 하루들의 연속이다재미없고 딱딱한 안정된 하루를 사는 것 보다는 늘 에피소드가 있고 걱정거리가 끊이질 않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물론 어느 누구의 인생에 걱정이 없을 것이냐마는.
참 운이 좋게도 멋지고 재밌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에 더불어 나의 생활까지도 재미있다이 만남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할 때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군대에서 제한된 자유의 틀 안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고 최대한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지혜를 쌓았다면군대와는 너무도 다른 이 곳에서는넘치고 넘치는 자유를 적절히 조절해서 나에게 맞는 가장 이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해야 한다인간에게 자유는 위험하고 벅찬 것이라서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따라서 한 인간의 삶이 좌우될 수 있다내일 아침 해가 뜨면 또 다시 주어질 자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4월 30일
5월 3일

5월 6일

5월 8일
돌아오는 길에서 페달을 구르면서 한 생각들. 이렇게 무턱대고 에너지를 써버리면 내 젊음의 소진되지는 않을까. 나중엔 뭔가를 하고 싶은 의욕이 안생기는거 아닐까. 젊음이란 것도 소진될 수 있을까. 젊음은 소진 될 수 없는 거 아닐까. 젊음은 실체가 아니라 추상적인 것이니까. 그렇다면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젊음'이란 건 무엇일까. 내가 언제까지 나의 형상에 '젊음'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그래서 결론에 이르길..오늘과 같은 나의 무모한 행동들이 곧 '젊음'이구나. 내가 '젊음'이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애시당초 이런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을거고 도전도 하지 않았을 거니까. 젊음은 생각과 행동을 같게 만드는 것이구나내가 무슨 생각(계획)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행동(실천)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내 나이가 아무리 젊더라도, 그건 젊음이 아닌거라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한 젊음은 유지되는 거라고. 그래서 나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가면서 살거라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힘든 만큼 생각할 시간도 많은 하루였다.
 일본에 와서 최대한 많은 곳에 가서 구경하고, 많은 것을 먹어보고, 많은 것을 체험하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많은 걸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느끼기 위해선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느낌이 없는 경험은 시체와 다름없다. 우린 느낌으로 살아가니까.
 왜 이렇게 오늘밤은 일기를 쓰는데 눈물이 나려고 할까. 돌아오는 길이 힘들긴 했나보다. 확실히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야. 아니 그런데 이렇게 힘들어하면 나중에 일본 전국 일주는 어떻게 하고, 미국대륙 횡단은 어떻게 한담. 
아직은 일이나 식사 같은 문제가 안정돼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빨리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어쩌면 안정된 생활이란 없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안정되지 않은 하루를 매일 살아가는 모습이 결국 안정적인 삶이 아닐까. 안정된 삶은 안정된 하루의 연속이 아니라 불안정한 하루들의 연속이다재미없고 딱딱한 안정된 하루를 사는 것 보다는 늘 에피소드가 있고 걱정거리가 끊이질 않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물론 어느 누구의 인생에 걱정이 없을 것이냐마는.
참 운이 좋게도 멋지고 재밌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에 더불어 나의 생활까지도 재미있다이 만남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할 때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군대에서 제한된 자유의 틀 안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고 최대한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지혜를 쌓았다면군대와는 너무도 다른 이 곳에서는넘치고 넘치는 자유를 적절히 조절해서 나에게 맞는 가장 이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해야 한다인간에게 자유는 위험하고 벅찬 것이라서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따라서 한 인간의 삶이 좌우될 수 있다내일 아침 해가 뜨면 또 다시 주어질 자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삶에 익숙해지는 것은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익숙해지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의 삶이 어떻게 돌아갈지 뻔하게 알게되면 의욕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나도 그걸 경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늘 가는 곳을 가고, 같은 길로 가더라도 이번엔 다른길로 가보고, 다른 음악을 들으면서 가보고, 다른 기분을 가지고 가도록 노력한다. 오늘도 10시에서 2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는 신주쿠와 요요기역을 걸으면서 구경을 했다. 물론 여행자의 기분으로 걸었다.
아무리 익숙한 곳이라도 스스로 여행자가 되어 걷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늘 보던 건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진에 담고 싶으면 마음껏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언젠가는 이런 도쿄의 밤 풍경도 익숙함으로 다가올 때가 분명 찾아올 것이다. 그토록 황홀했던 도쿄타워의 야경을 보면서 더 이상 영화 '도쿄타워'를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고,  단순히 빨간 조명을 받고 있는 전파탑으로 보일 때가 찾아올 것이다. 곧 '익숙해짐'이다. 늘 먹는 밥을 맛있는지 모르고 먹는 것처럼, 늘 다니는 길이 멋진 길인 것을 모르고 걷는 것처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조금씩 새로움을 주고, 대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들으려고 하고, 무엇보다 다르게 느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다면 타성에 젖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의 기본적인 출발은 오늘의 태양과 내일의 태양이 다르다는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일도, 다르게 느끼도록 하자. 날마다 다르게 느끼도록 노력을 하자. 노력하지 않으면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정말이지 최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일본에 온 이후로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있다. 한결같이 멋지게 살아가고, 본 받고 싶은 사람들 뿐이다. 나의 그런 생각을 유헤이상한테 말했더니.
  [유헤이상, 일본에 와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하나 같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 뿐이에요. 아무래도 일본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다는게 사실인 것 같아요]
  [에이, 그건 아냐. 아직 온지 한 달도 안되기도 했고... 일본에 계속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텐데 그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지는 않아. 모두 다 다르지. 너가 일본에 와서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고 생각된다면, 그건 니가 'ラッキガイ 락키(LUCKY )가이' 이기 때문이야. 내가 생각해도 넌 럭키야.]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온지 한 달, 일수로 27일이 지난 뒤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한달 동안 도쿄에서 생활하면서 결코 관광을 많이했다고는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충분한 시간이 있어서 마음이 급하지 않았고, 일본에 온 목적 자체가 관광이 아니라, 타국에서의 생활 경험이었기 때문에 이 곳 생활에 천천히 적응해가면서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5월 13일
일본에 온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외국인 등록증이 나왔다. 드디어 여권 말고 또 다른 신분증이 생긴 것이다. 고등학생 때 주민등록증을 처음 발급 받았을 때 만큼이나 기뻤다. 이제 어딜가도 난 이런 사람이라고 보여줄 수 있다.
도서관에서 앉아 있으면서 지금의 생활을 조금 반성했다. 노력하고 있지 않는 나의 모습에 대해 반성을 했다. 지금보다 훨씬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앉아 이런 글을 끄적거렸다.

죽을 힘을 다해서 열심히 해보자. 내 인생에서 이토록 노력하는 건 처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열심히 하자. 단순히 공부뿐만이 아니라 모든지 열심히 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나의 행동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서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내 인생에서 노력의 정점이 결코 고3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고3 때 보다 하루를 더 규칙적이게 살아갈 수 있고, 더 노력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보다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땀과 눈물을 흘려보고 싶다.

인생은 대충 대충 살아가도 잘 살아갈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에는 분명 무언가가 존재한다. 노력하는 인생에는 노력하지 않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어서 눈물을 흘려보고도 싶다. 힘들지 않은 인생에선 눈물도 흘릴 수 없는 법이니까.
노력만으로는 안되는게 이 세상이라지만, 노력이 없으면 결코 아무것도 되지 않는게 이 세상이다.
열심히 살아보면 뭔가가 있을 것 같다. 괜한 기대감일지 모르지만, 뭔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살고 싶기도 하다.

鎌倉 旅行記 카마쿠라여행기

鎌倉 旅行記 카마쿠라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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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4일

일주일 전, '다음주 화요일이 휴일인데 오랜만에 좀 멀리 여행이나 가볼까.' 라는 생각을 한 뒤, 도쿄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카마쿠라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카마쿠라는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8월 초 비를 맞으며 후지산 등반을 한 후로 디지털 카메라가 고장나버려서 사진 다운 사진도 못찍고 있던 차였기 때문에 옷장 속에만 박혀있던 필름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어보자고 생각했다.

아침 일찍 여행 책과 카메라를 들고서 신주쿠로 가서,  쇼난신주쿠센湘南新宿線을 타고 오후나까지 간 다음, 오후나에서 요코스카센横須賀線을 타고 카마쿠라까지 갔다. 약 한시간이 걸렸다. 이르게 출발한 덕분에 카마쿠라에 도착을 한 시각은 9시 정도였다. 같이 동행한 친구와 둘다 아침밥을 먹지 않고 나왔기 때문에 카마쿠라 역 앞의 EXCELSIOR CAFE (에크세루시오루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가볍게 아침을 해결했다.

#에노덴江ノ電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에노덴이라는 노면전차인데, 운치있는 카마쿠라의 해안가를 조용히 달린다. 노면전차를 타면 왠지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다이부츠大仏
이날 정말 좋았던게 날씨였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카마쿠라의 날씨를 봤는데 오전에 흐리고,오후에는 비였다.
날씨가 안좋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운 감을 가지고 출발을 하긴 했지만, 카마쿠라에 도착하니 정말 맑은 날씨였다. 그리고 하루 종일 맑았다.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이었는지 어딜 가든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정말 여유롭고 한가로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카마쿠라고교앞鎌倉高校前
드디어 왔다. 슬램덩크의 오프닝에 등장한 철도 건널목과 서태웅이 달리던 해변가. 에노덴이 해변가를 달리는데 정말 멋졌다. 넋을 잃고 풍경을 감상한 건 정말 오랜만이다. 그리고 바다에 간 건 해군을 전역하고 나서 처음이다. 2년 동안 계속 바다에서 군복무를 한 덕분에 더 이상 바다에 애착을 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다에 오니까 다시 해군 생활이 그리워진다. 이게 모두 바다가 참으로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덕분이다. 여름의 끝무렵에 찾은 바다물의 온도는 딱 좋았다. 진작에 가끔씩 시간을 내서 이런 곳에 왔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으로 몹시 아쉬웠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추워서 바닷물에 발도 못담글텐데. 그 때는 또 그 때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바다일지도 모르지만.

이 건널목의 신호등은 버튼식인데, 버튼을 누른 뒤에 5분이 지나서야 신호등 불이 바뀐다.
푸른불을 기다리는데 인내력 테스트를 받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찾은 바다가 너무 좋아서 계속 걸으면서 바다를 구경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에노덴을 타고서 에노시마로 향했다.

하세역의 다이부츠와 카마쿠라고교앞역의 해변을 구경한 뒤 다시 에노덴을 타고 에노시마에 왔다. 에노시마는 아르바이트 친구들로부터도 여러 차례 추천을 받은 장소이기도 했다. 매년 여름엔 이 섬에서 불꽃놀이를 하는데 정말 멋지다고 한다.
내가 느낀 에노시마는 너무 관광지라는 느낌이었다. 이 섬을 어떻게 하면 멋진 관광지로 개발해서 사람을 많이 끌어모을 수 있을까 라는 흔적들이 너무도 섬 곳곳에 묻어있었다. 무엇보다 섬의 아랫자락에서 전망대까지 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땅 속에 설치해 놓은 것이다. 처음엔 정말 놀랐다. 이건 절대 자연이 아니라면서. 하지만 결국 나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 전망대까지 올라가긴 했다. 에노시마 프리티켓이라고 해서 1000엔에 판매하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 이와야동굴, 전망대 등을 모두 포함해서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섬 자체는 아름답기 했지만 역시 너무도 과도한 개발에 대한 이미지는 에노시마를 둘러보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에노시마를 모두 둘러보고 다시 육지로 나와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에노시마 수족관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날씨 좋은 날의 행복한 여행이었다. 카마쿠라는 또 한번 오고 싶다. 아니 에노덴과 슬램덩크의 해변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다시 한번 와야겠다.
이제 이틀 후면 한국에 잠시 들어간다. 무척 기대중이다. 5개월 간의 워킹홀리데이 기간을 중간정리도 하고, 재충전을 하는 시간을 확실하게 가지고 싶다.

그리고는 나의 일본 생활의 '가을편'이 시작되겠지.

처음이자 마지막인 여름이 끝나긴 해도, 이제부터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가을이 시작되는데 무슨 걱정이야

아자부주반 마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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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0일 麻布十番 お祭り(아자부주반 마츠리)

콜드스톤 시부야점 식구들과 함께 아자부주반 마츠리(축제)에 다녀왔다. 이것 저것 먹어보고 싶은 신기한 먹거리들이 정말 많았다. 인기있는 가게들 앞에는 사람들이 쭉 늘어서 있어 왠만큼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나도 그 대열에 참여해서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K짱, 마스미, 히메, 쥬리, 세키마이상과 함께한 일본의 마츠리는 너무도 즐거웠다. 마츠리 자체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게 무척 즐거웠다.

히메 : 저스틴은 이번 마츠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거야?
나 : 에~ 그런말 하지마. 서글퍼지잖아.
마스미 : 한국에 돌아가지 말고 일본에 쭉 있으면 되잖아.
나 : 그러고 싶지만 돌아가서 대학 졸업도 하고 취직도 해야지.
마스미 : 그럼 여행으로는 올 수 있지?
나 : 당연히 와야지!

아직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부쩍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떠오른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곳에서 맺었던 인연들을 모두 그것으로 끝인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금새 서글퍼진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생겨버렸고, 너무도 정이 들어버렸다. 평생 쭉 알고 지내면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과의 인연이 기간 한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건 가슴 아픈일이다.

8월 12일, 나의 일본 생활이 4개월 째에 들어섰다. 1개월전, 2개월전, 3개월전에 느꼈던 일본과 지금의 일본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때 그때 느끼는 일본이 다 달랐던 것 같다. 시기마다 하루 종일 머릿 속을 채우던 고민거리도 다 다르고 말이다. 결국 생활을 해나가는 건 사람들과 연을 맺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쉬움에 대한 걱정이 커질 것 같다.

뭘 하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다. 한 나라에서 1년을 사는 건 이런 느낌이다.

나 : 마스미, 오늘 진짜 시원하지 않아? 이제 곧 8월도 거의 끝나가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나의 일본에서의 여름이 끝나버리는건가..
마스미 : 그렇네, 벌써 9월이네. 처음이자 마지막인 여름이 끝나긴 해도, 이제부터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가을이 시작되는데 무슨 걱정이야. 

나와 동갑인 마스미의 말이 꽤나 충격이었다. 정말 그렇다. 마지막이란 건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을 마스미는 잘 알고 있었다. 흘러가버리고 있는 시간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더 소중하게 해야할 것 같다. 여름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지만, 다가오는 가을은 더욱 즐겁게 보내면 된다. 마스미는 항상 '楽しくなければ意味がない'라고 늘 말하면서 다닌다.

조금은 일에 지쳐서 일본의 여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아직도 여름은 남아있으니까, 또 여름이 끝나면 더 즐거울 가을이 찾아오니까, 또 더 즐거울 겨울이 찾아올거고,,,, 더더더 즐거워질 생활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즐겁게 살아가야겠다고, 사람들과 오늘 마츠리를 함께하면서 생각했다.

일본의 여름은 정말 덥다고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본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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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0일

10일만에 쓰는 일기. 꽤 오랫동안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지 않는 건 일을 하느라 시간에 여유가 없었거나, 특별히 기록으로 남겨둘 만한 인상 깊은 일이 없었거나, 둘 중 하나다. 후지산을 다녀온 이후로 쭉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시간도 없었고 특별한 일도 없었던 것 같다.

몸이 많이 지쳐있다. 6,7월만 해도 비가 오는 날이 많고 그렇게 덥지 않았기 때문에 두 곳의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던 것 같은데, 8월에 들어서는 실내든 실외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등줄기에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 연일 36도 37도를 오가는 기온 속에서 생활하다보니, 한국에 있을 때도 꽤나 더위에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내가 더위에 이렇게 약했던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루 종일 '아츠이, 아츠이(덥다)'만 몇번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 그렇다.

일본의 여름은 정말 덥다고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르바이트 동료는 열사병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일지라도 특별함으로 가득 채워가자고 다짐했지만 더위 때문에 특별함으로 채워나갈 기력이 없다고 해야할까.

조금 선선해지면, 그보다는 조금 이르게, 이 무더위가 조금 사그라들면, 블로그 포스팅도 열심히 하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일들을 열심히 찾아나서야 겠다.

도쿄대학 학생을 붙잡고 그들의 머리 속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다

도쿄대학 홍고캠퍼스 / 도쿄대학 학생을 붙잡고 그들의 머리 속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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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3일 도쿄대학 홍고캠퍼스

날씨가 정말 너무도 좋아서 밖에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집 근처에 있는 리쿠기엔을 가서 책을 읽을 계획을 세웠지만, 갑자기 도쿄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을 바꿨다. 자전거를 열심히 밟아서 10분이면 도쿄대학에 도착한다. 캠퍼스가 넓어서 자전거로 천천히 돌아보기엔 최고다.

도쿄대학이 집 근처에 있어서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캠퍼스 분위기가 너무도 좋아서 기분전환을 하는데 이보다 더 훌륭한 곳은 없기 때문이다. 나도 젊은이지만 또래의 열심히 사는 젊은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대학아닌가. 정말 기회만 된다면 걸어가는 도쿄대학 학생을 붙잡고 그들의 머리 속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다. 일본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두뇌들이다.

학생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도 하고 중앙도서관 견학도 하였다.

일본 생활 2주차 시작 / 남쪽으로 자전거 여행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일본에 온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벌써 일주일의 시간이 가고 다시 월요일이다. 고로 이제 일본생활 2주차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여행자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지난 일주일을 돌이켜보면 많이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온 첫날부터 비가 오더니 다음날 잠시 맑아졌다가 그 뒤로 계속 흐리고 비만 오고, 듣기론 41년만에 일본에 4월달에 눈이 왔다고도 했던, 여러모로 날씨부터가 조금 정신 없었던 한 주였다.
  다행히 2주차의 첫 날이었던 오늘의 날씨는 굉장히 좋았다. 어젯밤에 룸메이트 유헤이상이 오늘은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간다고 말을 해줬다. 하지만 수요일부터는 다시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고 했다. 뭐, 날씨가 항상 좋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날씨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 특히 요즘 자전거로 도쿄를 여행하고 있는 나에겐 비가 온다는 것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여튼 날씨가 매우 좋은 하루여서 오늘도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오늘은 정말 여러 곳을 돌았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서서 오후 5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왔으니까 8시간이나 자전거를 탄 셈이다. 오늘은 정확히 목적지가 있었던 게 아니라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아래쪽으로 내려가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내려갔다. 갈 때는 아무 계획 없이 막 내려가니까 표지판 보면서 마음대로 달렸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는 집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 몰라서 한참이나 헤매면서 왔다. 정말 나름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내 머리속의 GPS가 도쿄란 도시에선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하루였다. 내가 사는 곳 외에는 지리를 하나도 모르고 표지판을 봐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봤을 때는 도쿄의 도로는 이방인에게 너무 친절하지 않았다. 망가진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도로도 그렇고, 표지판의 설명도 너무도 추상적이다. 그냥 그렇게 느꼈다. 때문에 더욱 오기가 생겼다. 도쿄란 도시의 엄청난 전철-지하철노선과 도로를 정복하고 싶은 오기.

  그래서 오늘 자전거를 타고 헤매면서 돌았던 곳은 대충 이렇다.
우리 집(코마고메) - 도쿄 돔시티(Tokyo Dome City) -  황거(고쿄 - 천황이 사는 곳)  - 도쿄타워(Tokyo Tower) - 게이오 대학 - 롯본기힐즈 - 국립신미술관(國立新美術館) - 도쿄미드타운(Tokyo Mid Town) - 아오야마 - 요츠야 - 와세다 대학 - 도쿄돔시티 - 집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도쿄타워에 갔을 때 내가 집에서 지갑을 안챙겨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모른채 주머니에 있던 동전으로 도쿄타워 전망대 입장권 (820엔(약1만원))을 사버렸다. 나중에 배가고파서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사마시려고 하니까 지갑이 없던 것이다. 딱 동전 250엔이 남아있길래 그거로 규동(소고기덮밥)만 하나 사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그렇게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아침밥도 안먹고 출발했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정말 침대에 바로 쓰러졌다. 정신이 혼미했을 정도다.ㅋㅋ. 이렇게 장시간의 하이킹은 제주도 자전거 여행 이후 처음이었으니까 몸이 지칠만도 했다.

  침대에 바로 쓰러져서 좀 누워있는 그 때, 전화가 따르릉 울렸다. 아르바이트 면접을 본 곳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아핫! 설마 합격인가?' 생각하고 기쁜마음에 "하잇" 하고 대답했다. "김상, 교외활동허가서도 가지고 있나요? 그게 필요하거든요." "아! 전 취학비자가 아니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라서 그게 없어도 되는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요? 흠... 그렇군요...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하잇!" 아..전화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또 다시 기다리라는 하는건지.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봐야되나. 오늘은 너무 피곤하구나.

도쿄 돔 시티(Tokyo Dome City)
도쿄돔시티에 있는 놀이공원은 따로 울타리가 없고 오픈되어있다. 도시 한가운데서 즐기는 저런 롤러코스터라니.

고쿄(황거)
오늘은 들어가지는 않고 주위만 돌았다. 주위를 도는 것만으로도 위엄있어 보였다. 이곳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많더라. 고쿄 주위에 둘러싼 묵직한 빌딩들도 멋있었다.

도쿄타워 Tokyo Tower
도쿄타워는 정말 멋진 건축물이었다. 딱 처음 본 순간 '오다기리조의 도쿄타워'란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를 보고나면 도쿄타워가 그냥 도쿄타워로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영화를 볼 생각이다. 좀 더 영화를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이때가 1시정도 되어서 너무나 배가 고파서 건물 안에 들어가서 구경할 힘이 없었다. 아침과 점심도 안먹은 상황이다보니 내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와서 럭셔리한 일상을 보고 감탄 좀 해야겠다.

국립신미술관
굉장히 세련된 건물이다. 이런 세련된 건물이 국립미술관이라는 사실이 도쿄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입장료가 없고, 전시회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던 점이었다.
배가 허기지니 작품이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이런 품격있는 문화 생활도 먹는 걸 해결한 다음 즐길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도대체 왜 지갑을 안 챙긴걸까.

와세다 대학
뜻하지 않게 길을 잘못들어 와세다대학 앞도 오게 되었다. 저번에 도쿄대학도 뜻하지 않게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와세다 대학이라니. 뭔가 신기하다. 내 몸이 자동적으로 대학으로 끌리는 것 같다.ㅋㅋ 위치를 잘 알았으니 다음엔 제대로 캠퍼스구경을 하러 와야겠다.

노면전차(都電荒川線)
와세다대학 앞이 종점이었던 都電荒川線도덴아라카와센. 도쿄에 와서 처음보는 노면전차라서 정말 신기한듯 계속 쳐다봤다. 왠지 좋다. 긴 전철보다 지하철보다 운치있다.

매우 긴 하루였다. 긴긴 하루였다. 내일은 집에서 쉬면서 책이나 좀 읽어야겠다.

하루는 여행자로 살고
하루는 학생으로 살고
하루는 알바생으로 살고
하루 하루 맨날 똑같으면 재미없으니까, 또 지치니까. 암.

문화유적지답사

090214

부대에서 2월문화행사로 문화유적지답사를 다녀왔다.
2월 중순부터 꽃샘추위가 몰려온다는 소리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신문을 보니 오늘은 따뜻하고 내일부터 온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아침엔 조금 춥긴했는데 정오를 지나면서 쌀쌀한 기운이 싸악 사그라들었다.
꽤나 장거리 여행이었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 부근의 명량대첩 기념지를 시작으로 벽파진이충무공전첩비를 돌아보고 멀리 완도까지 건너 장보고기념관과 드라마'해신'세트장을 구경했다.
모두 바다와 인접한 장소였는데 부대에서 매일 보는 바다와는 또 다른 바다의 모습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장보고기념관.
작년 2월에 개관한 곳이라 무척 깔끔했고, 역사 속의 인물을 위한 기념관에 광섬유를 이용한 장식과
첨단의 멀티미디어장비들을 이용하여 관람에 편의를 제공한 것은 역사의 숨결과 현대의 기술의 공존이
이토록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 초등학교 시절 소풍때마다 국립전주박물관에 가서 유리창 너머로 단순나열된 유물들을 보는둥 마는둥 하며 지나쳤는데.
지금은 그 시절의 유물을 직접 만질 수도 있고(진품이었을진 몰라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되다니.
뜬금없이 기술은 확실히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생각을 했다

참 좋았다. 꽃샘추위를 하루차이로 비껴나가서 하늘이 도왔나'라는 느낌을 받은 것도,
좀 춥다 싶었지만 이내 봄 기운이 날 감싼 것도,
드라마 세트장이란 곳에 처음 가본 것도,
오랜만에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초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진지하게 돌아본 것도,
일정을 모두 마치고서 버스에 올라 출발을 하는데 마침 라디오에서 엄정화의 '페스티벌'이란 곡이 흘러나온 것까지도.

그래 이 정도면,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해군정복을 입고서
"충무공이 지킨 이 바다!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라며 크게 구호를 외친 것도,, 나쁘지 않아.. 냐하하하하하하 난 자랑스러운 해군이니까 !!

부서 과장님의 선심으로 신나는 외출

090207 신나는 외출

토요일, 우리 부서 과장님의 선심으로
같이 일하는 선임수병과 함께 외출을 했다.
사랑스러울 정도로 따뜻하고 알맞게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씨.
일주일에 두번씩 먹는 군데리아라 불리는 군대 햄버거보단 백배천배 맛있었던 맥도날드의 빅불고기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고, 소수정예의 사진작가그룹 매그넘이 1년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촬영을 한 뒤 마련된 특별한 사진전 '매그넘코리아전'을 관람했다.
그 사진전은 사진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특히 일본 작가 구보타히로지의 작품은 나의 넋을 빼놓았다.
봄 기운이 창문 틈새로 스멀스멀 새어들어오는 드라이브는 마음 속에 여유를 한 가득 충전시켜줬다. 저녁으로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먹고 영화 '마린보이'를 관람했다. What a fantas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