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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사랑을 하리
머리엔 장미를 꽂고
가슴엔 방울을 달아
잘랑잘랑 울리는 소리

너른 들로 가리라
잡초 파아란 들녘을
날개 저어 달리면
바람에 떨리는 방울 소리

방울 소리 커져서
마을을 울리고
산을 울리고
하늘을 울리고
빠알간 얼굴로 돌아누워도
잘랑잘랑잘랑
잘랑잘랑잘랑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
머리엔 장미를 꽂고
가슴엔 방울을 달고
사랑을 하리
사랑을 하리.

(윤준경·시인, 경기도 양주 출생)

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

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그게 여비가 되어 그만 놓칠 뻔한 청춘의 막차표를 끊었고

스무살 가을 밤이었다.
어느 낯선 간이역 대합실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 어떤 서늘한 손 하나가 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
순간 섬뜩했으나,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때 내가 가진 거라곤 날선 칼 한 자루와 맑은 눈물과 제목 없는 책 따위의 무량한 허기뿐이었으므로.

그리고, 이른 아침 호주머니 속에선 뜻밖에 오천원권 지폐 한 장이 나왔는데,
그게 여비가 되어 그만 놓칠 뻔한 청춘의 막차표를 끊었고
그게 밑천이 되어 지금껏 잘 먹고 잘 산다.

그때 다녀 가셨던 그 어른의 주소를 알 길이 없어....
그간의 행적을 묶어 소지하듯 태워 올린다.

-이덕규, 자서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찬란  / 이병률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더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쳐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박우현

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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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시시한 일상의 친구들!

모든 그때가 절정이듯이, 모든 나이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오늘 하루가 우리 인생의 절정 아닐까요.

다만 우리가 아직 이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

다들 주말 잘보내시고요.
오늘보다 더 아름다울 내일을 위해
즐겁고 열심히 살아갑시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가 떠오르는 달 밝은 밤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가 떠오르는 달 밝은 밤

쟈근 거시 노피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명(光明)이 너만하니 또 잇나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더 늦기전에 - 정채봉 시인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시집

정채봉 시인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시집

더 늦기전에

(전략)

당신의 입은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훼손시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면
다무십시오.
하늘에 침을 뱉을 때처럼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
당신 또한 훼손시킬 테니까요.

당신의 귀는 말합니다.
음모를 듣고 있다면,
복수극을 듣고 있다면
당장 털어버리십시오.
진리에, 행복한 소리에 고파 있지
쓰레기를 먹고 싶어하는
귀가 아니니까요.

당신의 손은 말합니다.
쾌락에 이용하고 있다면 사과하십시오.
생산을 바라지, 
저질 일을 바라는 것은 아니닌까요.

당신의 말은 말합니다.
길이라고 하여 다 길은 아닙니다.
똥개는 구린내를 따르듯
똥개의 길을 가는 발길은
인간의 발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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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생각

나쁜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도 어려운 세상에서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말하고, 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냐만은 이렇게 시를 통해서 조금 더 사물을 아름답게 보려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조금 더 세상이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윤동주 시인의 시집 제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처럼 시를 읽으면서 좀 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람을 느끼며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하늘의 별이 다 같은 '별'은 아니다

시험이 끝난 금요일 친구와 함께 세 번째 무비데이를 보냈다.

오늘 본 영화 <은교>
근래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인상깊게 본 것 같다. 엄숙하고 어두워보였던 포스터와는 달리 은밀하면서도 밝은 느낌의 영화였다. 원작 소설을 아직 읽지 않아서 소설과 영화의 느낌이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 아직 모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은밀한 곳에서 소설을 혼자 읽어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같이 본 친구와 나눈 이야기들은, 남자의 억압된 본능적 욕구를 소설로 승화시키고 있는 한편 미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선 불쾌하게 느낄 관객들도 있지 않을까. 영화의 앞 부분에 늙은 자신의 몸을 거울앞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들은 우리들이 문학적 감수성을 너무 잃고 사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고
우리 나름대로 한 가지 룰을 더 정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일주일에 시인을 한 사람씩 정해서 그 시인의 작품들의 정서를 이해해보기로 했다.

하루에 시 한 작품씩 읽기.

'하늘의 별이 다 같은 '별'은 아니다.' 
70대 노인과 17세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는 것도 그 전달방법에 있어서 문학과 예술이라는 틀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신문기사 혹은 다큐멘터리로 전해졌다면 아릅답게 보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아릅답다고 생각하는 별이 누구에게는 추할 수도 있고, 더러울 수도 있는 것처럼 70대 노인과 17세 소녀의 사랑이야기도 누구에게는 아름답게 비출 수 있다.

'연필'에서 눈물을 읽는 시인들의 눈과 마음,  그 시인들의 세계에 다가가고 조금 더 그 세계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들이 조금씩 조금씩 더 아름다워질지도 모른다.

<은교>를 보고나서 '시와 문학'의 세계에 대해 한 발자국 나아가려는 생각을 하게된 것만으로도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언제나 그 곳엔 사람이 함께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구나

2011년 12월 23일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쓴다. 중간고사 이후로 정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중간고사 이후로 밀려오는 과제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다 보면 어느덧 기말고사 기간이 되어 모든 과목들의 기말 과제와 더불어 시험 준비를 동시에 하면서 학기의 끝을 맞이한다.

이번 학기는 나에게는 조금 특별했던 한 학기였다. 특별함을 결정지었던 것은 역시 이번 학기에 내가 수강했던 과목들이었고, 수업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는 천천히 글을 써내려가며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생각이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 둔 오늘은 일본 오사카에서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와 디카동호회에서 알게 된 형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늘 생각하고 얘기하는 것이지만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 수 있는 사람과의 인연이 이토록 오래가는 게 신기하다. 그 인연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서로에게서 형성되는 마음의 공감대다. 그들과 얘기를 하고 있으면 편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들이 자꾸 든다. 그건 사람이 함께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좋은 것이기도 하고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내 앞에 있는 상대방으로 인해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말이다. 그게 우리들의 만남을 아름답게 하고 , 만남을 지속시켜주는 것이다. 사람의 만남은 언제나 상호보완적이다.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부모님은 자식에게 사랑을 주고, 자식은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멘토는 멘티에게 조언을 해주고, 멘티도 멘토에게 더욱 자극을 주는 그런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저녁엔 가족과 함께 '망년회'를 가졌다. 메뉴는 곱창이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든 소중하다. 형과 내가 서울에서 공부를 하러 올라간 뒤로는 더욱 외로움을 많이 느끼실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욱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 없다. 지금은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라 경제적으로는 보탬이 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곁에서 함께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두 분께 크나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망년회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날이 많이 추웠다. 대리운전 기사님을 불러서 집까지 돌아오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부모님은 기분이 좋으셔서 노래 소리에 맞춰 크게 노래를 부르셨고, 뜬금없이 내일 모레 대천 바닷가에 가자고 하신다.

우리 모두가 연말을 맞이하는 풍경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경
언제나 그 곳엔 사람이 함께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구나.

집에 돌아와 어머니가 내주신 키위를 먹으면서 문득 눈 앞에 보였던 노트를 한 권 빼들었는데 내가 군생활동안 빼곡히 적어두었던 일기장이었다. 내가 쓴 노트를 보면서 스스로 감탄했다. 어떻게 매일같이 이런 생각을 하며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이창동감독님의 영화 <시>에 "시를 쓰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시를 쓰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어려운 겁니다" 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정말 군대에 있었을 때는 매일 밤만 되면 일기를 쓰고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가졌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때도 모든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작아진 건 아닐까 싶다.
또 한가지는 SNS(페이스북, 트위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게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매일 짧은 문장으로 그 상황상황들을 표현하다보니 글을 쓰는게 더욱 서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SNS는 그 당시의 생생함을 담아내고 사람들과 그것을 공유하기엔 적절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글은 아니다. '생각의 짧은 보고' '상황의 짧은 보고' 메모장을 연결해 놓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렇게 나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 글만큼 연말을 보내는 나의 모습과 생각을 가장 잘  담아내기에 적당한 수단도 없지 않을까 싶다. 펜으로 직접 써내려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생각의 공유를 이루기에 펜과 노트는 부족하다.

글을 쓰며 연말 연시를 잘 보내보자.

제대병 - 기형도


해제증을 받아들고 위병소를 내려오다 부대진입로 앞에 앉아 허리를 꺽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 안녕히. 나의 성숙에 또 하나 자양분으로 쌓여 있을 군대. 생활이여. 떠남이란 것이 허무하면서 또한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리라는 것은 속박에서의 탈출이 빚어내는 암울한 자유 때문일 것이다.  - 기형도

2010년 2월 22일 D-28 

기형도 시인의 시에 빠져 지내는 군생활 말년의 시간

기형도 시인의 시에 빠져 지내는 군생활 말년의 시간

D-42 지금 보고 있는 TEPS 책을 반드시 끝내자.  

D-40 3일째 비가 내림. 사람들끼리 지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자기의 실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처음 치렀던 JPT는 생각대로 최악이었다. 다시 볼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음에 볼 때는 좀더 만반의 준비를 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해야겠따. 사람의 경험은 실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지혜를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가 듦어감에 따라 더 현명해진다.

D-34 날씨가 꽤 춥다. 손에 잡히는 일이 없다. 영어공부, 전공서적 읽기, 독서하기, 이주연의 영화음악에 사연보내기.. 뭘 할까. 영화 <인디에어>가 너무 인상깊게 다가왔다.

D-31, 2010.2.19 추운 날씨가 수그러 들고 있지 않다. 이상하게 몸이 너무 피곤하다.  

D-30 사실 오눌 하루는 작정을 하고서 게으름을 피우기로 했다. 조별과업을 끝내고 올라와서 취침을 했다. 8시 반까지 잤다.  

D-29 어제는 한시까지 연등실에서 책을 읽었다. 기형도 시인의 시를 또 읽었따. 기형도 시인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기형도 시인이 대해 관심이나 가졌을까. 시는 삶에 대한 은유다. 난 아직 그 은유를 이해하기엔 몹시 부족하다. 느껴볼 일이다, 시는.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첫 마음 / 정채봉

첫마음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는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가을에는 기차를 타고 / 김춘경

가을에는 기차를 타고 /詩:김춘경

또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가을엔 깨우지 못했던 영혼의 종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기차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삶의 조각들이 차창에서 신음을 하며 두 눈에 부딪혀 와도
그 가을이 아름다울 꺼라 생각했습니다
고단했던 마음들을 달래며 그렇게
달리는 기차에 부서지는 그리움들을 싣고 싶었습니다

올 가을에도 가슴 시린 이 하나 곁에 없다 해도
애틋한 영혼 소리를 담은 혼자만의 기차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뿜어낼 모양없는 사연들 검은 연기로 날리며 내달리는 길
뒤돌아 보면 너무 빨라 아무 것도 잡히지는 않겠지만
갈 길이 아득해 종착역은 몰라도 기쁜 마음으로 갈 것입니다

그러다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하루를 기대어 왔던
지나간 날들이 차창에 어리면 반갑게 웃어 줄 것입니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들꽃들의 미소, 사랑하는 사람들,
차창에 미끄러지는 바람의 소리를 사랑하겠습니다

또 가을이 왔습니다
또 어쩌면 고단한 날이 소리없이 찾아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 그런 날이 오거든
나는 혼자서 기차를 타고 하염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영혼이 숨쉬는 기차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