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서로 따뜻한 눈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2011년 5월 13일

정말 멋진 하루였다. 오후에 혜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저녁에 공연이 있는데 같이 갈 수 있냐는 것이었다.

혜진이는 지금 이태원에서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어느날은 귀여운 꼬마아이가 있어서 계속 예뻐해주고 같이 놀아줬다고 한다. 그걸 부모님께서 보고 기뻐하셔서 자신이 쓴 책을 선물로 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고마워서 그 분께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청담동 갤러리에서 런칭쇼 겸 피아노 공연이 있으니 보러오라고 하셨단다. 그분은 한국 미술계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분이셨던 것이다. 정말 사람의 만남은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역시...사람 사이에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그래서 영광스럽게 나도 그 자리에 함께 갈 수 있었다.

덕분에 오늘 윤효간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피아노와 이빨'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피 아니스트인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피아노 공연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그리고 오늘은 973번째 공연이었다. 윤효간님께서는 피아노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사람들을 찾아가 공연을 하시는 분이시다. 한국에서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지방과 군부대를 찾아다니면서 공연을 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소록도병원의 공연이라고 한다. 평생 피아노 공연을 못 보았을 사람들을 위해...

오늘 공연에서 정말 많은 감명을 받았다. 최근 지난 대학생활동안 부족했던 대외활동을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에 여기저기 지원을 했는데, 하나같이 다 떨어지고만 있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었다. 의욕이 완전히 없어져버려서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오늘 피아노 공연을 보고 윤효간님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많은 힘을 얻었다.
오늘 연주했던 곡들은
Beatles의 hey jude, 마법의 성, Queen의 We are the champion, 사랑으로 등이었다.

일본 생활을 마칠 무렵 나의 송별회가 있었던 날 다 함께 불렀던 世界に一つだけの花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우리들 하나하나는 너무도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인 걸...  잠시 잊고 지냈었나 보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학원을 다니면서 가장 즐겨 연주하던 '사랑으로'라는 노래도
오늘 다시 들으니 이렇게 좋은 노래였구나. 라는 것도 다시 알게되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 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대학생이 된 지금, 그 노래를 들으니 가사의 의미가 가슴에 깊이 전해져왔다.
너무 행복했다. 오늘 이 공연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공연이 끝나고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아이팟 팟캐스트에 담아 둔 '컬투쇼 - 행운의 전화 여행가세요'를 듣고 있는데, 70대 할아버지가 하모니카로 고향의 봄을 연주하는 게 흘러나왔다.  아...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고선 노래도 한곡 하셨는데, 김종환님의 '사랑을 위하여'.... 우리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ㅡ아.......가족 생각이 계속 났다...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우리 가족... 지금도 너무 고생하고 계시는 우리 부모님..5월 8일 어버이날에 무리해서라도 내려갔다오는 것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송구스럽다.

사실은 어제도 머릿속이 복잡해서, 영화 한 편 보고 정리해보려는 마음으로 학교 앞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왔다. '소스코드'라는 영화였는데 주인공이 평행세계 속의 과거로들어가 미래에 일어날 테러를 방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의 영화다.주인공에게는 매번 8분이라는 제한된 생존시간이 존재한다.

주인공은 기차 안에서 만난 여자에게 질문을 한다. "앞으로 살 시간이 8분 밖에 없다면 뭘 하겠느냐고.." 주인공은 최후의 8분 동안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과거 언짢게 끝났던 대화에 대해 사과를 한다. 그리고 기차 안의 모든 사람이 웃을 수 있도록 해주고,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나에게 앞으로 생존시간 8분이 남았으면 무엇을 할까.
하루 24시간 밖에 없다면 뭘 하고 싶은가 혹은 한 달밖에 살 수 없다면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많이 접해봤어도, 8분이라는 시간은 처음이었다. (인간의 단기기억 시간이라고 한다.)  뭘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나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 것이다. 그동안 쉽게 말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해볼 것 같다.

소스코드란 영화, 액션영화같은 포스터와 제목에 조금은 가려진 소중한 걸 일깨워주는 영화였다.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어제의 영화 한편과, 오늘의 공연, 그리고 돌아오는 길의 라디오 방송을 접하면서
우주가 나에게 주는 메세지는 하나였다는 것이다.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윤효간님께서 공연 중간에 말씀하셨다.
"사람이 사람을 서로 따뜻한 눈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나도 꼭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요 며칠 마음앓이 했던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단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였든, 이력서에 써넣을 내용을 추가하고 싶어서였든지 간에
나라는 사람은 단순히 그러한 것들로 판단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우리 모두가 다 그렇다.
김종환님의 노래도 말해주듯이 말이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우리 둘은 변하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