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을 보내며 / 날 변화시키는 것들에 대한 생각
2011년 4월 20일
어린이 대공원의 벚꽃 / 4월 19일
학교는 시험기간이라서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시험을 적게 치러서 여유가 많이 있다. 오히려 시험 기간인 요즘이 평소 때보다 훨씬 여유롭다. 시험을 안보는 강의들도 대개는 휴강을 하기 때문에 수업도 안들어가고 과제도 없다. 3월 2일 복학한 이후로 가장 여유로운 대학생활의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하. 친구들에게 나의 이러한 상황을 말하니 모두들 너무 부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부러워 한만큼 다음 시험 때는 아마 엄청난 공부의 양을 소화해내야 할 것이다.
덕분에 어제와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어린이대공원으로 벚꽃을 구경하고 왔다.
일본에 있는 친구들이 벚꽃을 찍어서 메일로 보내줬기 때문에 나도 사진을 찍어 답장을 보내주고 싶었다. 아직까지 일본 친구들은 사진을 찍어 보내면서 자신들의 근황을 얘기해주고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 그들의 연락은 언제나 나를 부끄러워지게 만든다.
사실, 오늘은 성동구사회복지관을 다녀왔다. 저소득층 자녀 학습지원 및 학습멘토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었는데 연락이 온 것이다. 가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 분야를 담당하고 계신 사회복지사님과 몇몇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런 질문을 한가지 하셨다.
왜 지원을 하게 됐고, 이번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길 바라는 지.
그 질문을 받고서 나도 나에게 속으로 물어봤다. 왜 지원을 한거고, 무엇을 바라고 하는 걸까.
그 자리에서는 나도 머리속으로 생각을 하면서 말을 했기 때문에 두서없는 내용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1,2학년 때는 이런 걸 생각도 하지 못했던 내가 왜 지금은 이런걸 하려는 거지. 3년의 휴학 기간 동안 무슨 일이 날 행동하게 만들었을까.
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을 하자마자 경제를 배우기 시작하고, 그 안에서 경쟁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경제의 사회과학의 틀 안에서 경영학이라는 실용학문을 배우는데, 그것은 자기가 조직의 관리자가 되었을 때 자신의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모든 걸 배우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경영에서 빼놓을 수 키워드는 바로 경쟁이다. 지금 수강하고 있는 전공과목 관리회계, 조직설계론, 환경분석론에서도 경쟁을 빼놓지 않고 얘기한다. 경쟁전략과 경쟁우위의 개념을 계속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영학과의 수업 분위기는 매우 경쟁적일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조금 더 자기 PR을 강하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 돋보이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궁리를 하고,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생각해내는 연습을 한다. 그게 나의 복학 전의 대학생활이었던 것 같다.
군복무 2년과 일본생활 1년이 없었다면 나의 마인드는 같은 길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군복무를 하는 동안 정말 다양한 선후임들, 상관들을 만나면서 나는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치열하게 경쟁을 살아가며 살아가는 줄로 생각을 했으니 정말 좁은 시야와 세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 가서는 더욱 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나에게 사랑을 주었다. 대학교를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앞으로는 중고등학교 때와 같은 친구들을 사귀기는 힘들 것이라고, 형식적인 인간관계가 많아질 것이라고. 실제로도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저 사람은 나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난 전 사람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며 사람을 만나곤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정말 진심을 주고받는 따뜻한 관계였다. 내가 만난 친구들이 워낙 좋은 사람들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서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그런 관계 속에서 난 진심으로 행복을 느꼈다. 서로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주면서 우리는 날마다 웃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친구의 꿈도, 디즈니랜드의 댄서가 되고 싶다는 친구의 꿈도, 유엔에 들어가서 세계를 더 좋게 만들고 싶다는 친구의 꿈을 모두 공유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의 소중함을 알았다.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귀국하는 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 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사람 사이의 사랑에 국경 같은 건 정말 아무런 장벽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같은 국경 안에 사는 우리들은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어느 한 사람을 끝없이 끌어내리기도 한다.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하고 위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모두가 조금 더 서로를 배려해주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주면서 살아간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기간 동안 많이도 돌아다니고 일본 이곳 저곳을 여행 했던 것도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결국은 사랑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게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이게 내가 생각한 ‘왜 자원봉사에 지원을 하고 무엇을 얻길 바라는가’에 대한 답변인 것 같다. 얻길 바라는 게 있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데 도움을 줬다는 보람이다.
오늘은 우체국에 들러 마스미에게 편지를 부쳤다. 벚꽃 사진을 함께 보내주고 싶었는데 급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편지만 먼저 보냈다. 벚꽃 사진은 인화하면 보내야겠다.
그리고 어제는 내가 일했던 시부야 매장에 전화를 했다. 어제가 시부야점의 4주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점장님 이시켄상과 도쿄지역 매니저 보브상이 전화를 받고 무척 기뻐해줬다. 매장에 직접 가서 축하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니 일본은 지금 위험하니까 오지 말라고 하셨다. 나중에 꼭 놀러 가겠다고 말씀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참 그리고, 오늘 집에서 부모님께서 서울에 올라오셨었다. 아버지의 병원 진료 때문에 올라오는 길에 내가 고시원에서 먹을 반찬을 많이 싸오셨다. 장조림, 파김치, 멸치볶음 등 모두 맛있어 보였다. 어머니께 자원봉사에 대해 말씀 드리니 3학년이니까 공부에 부담이 안되게끔 잘 해보라고 하신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아침은 꼭 먹으라고 당부하시고 내려가셨다.
역시 아직까지 철이 없는 아들이라 부모님께 직접 감사하다는 말은 못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잘 내려가셨어요? 오늘 먼 서울까지 반찬이랑 필요한 것들 갖다 주셔서 고마워요. 맛있는 반찬들과 밥 맛있게 먹을게요. 언제나 형과 저를 위해 애써주셔서 정말 감사 드려요. 저도 공부 열심히 할게요! 일교차가 심하니 감기 조심하시고 언제나 건강히 지내세요 ^^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