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늘 변화한다고 하지만, 사람은 그럼에도 그대로고 늘 제자리다.

2012년 1월 9일

2010년 3월 해군 군복을 벗던 날, 나는 울지 않았다. 2년간의 모든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눈시울을 붉힐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매우 담담했다.전역식 현장에 울려퍼지던 찐한 애국가의 가사가 아련하게 나의 심금을 울렸을 뿐이다. 군생활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적은 딱 두번인데, 한 번은 내 몸이 너무 아픈데도 선임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픈 몸으로 축구를 했던 날이고, 또 한 번은 생활반장 임기를 마치고서 후임에게 생활반장 뱃지를 넘기던 밤이었다.

2010년 2월 2일 D-48
어제 생활반장(내무반장)을 내려놓았다. 매우 감동적인 교대식이었다. 306호의 귀염둥이 뽀로로가 생활반장의 교대식의 사회를 보았다. (정말 재밌는 친구들이다.) 생활반장을 마치는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부대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울컥 한 것이다. 날 성장하게 해준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너희들 덕분에 깨닫게 된 것이 정말 너무도 많아. 나도 내가 생활반장을 맡기 전까지는 이렇게 까지 너희들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어. 힘든 일이 있기도 했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었지만 이런 부족한 생활반장을 따라줘서 정말 너무 고마웠어. 너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너희들에게 배우게 된것도 정말 많고, 나 스스로도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과 군대의 내무반장이 다르다면 무엇이 다를까. 나눠야 되는 짐이 더 많다는 것 아닐까. 어느 한 사람 이탈자 없이 무거운 짐을 같이 나눠들어야 하는 것. 3개월 동안 짧은 시간동안에 좋은 후임들을 이끌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집에 가는 그날까지 즐겁게 지내고 싶다. 지금 이순간은, 뜨거운 전우애를 나누는 다른 군인들이 부럽지 않다. 우리도 남부럽지 않게 멋진 작업애를 가졌으니까.

누구나 하는 생활반장이었고, 으레 있는 교대식이었는데도 왜 그렇게 격한 감정이 몰아쳤던 걸까. 제작년 이맘 때쯤이면 난 군대에 있었고, 거기서 난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2년 이란 시간동안 나를 둘러싼 모든 게 몰라보게 바뀌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먼저 바뀐 것이지만, 사실 그 보다 더 크게 바뀐 것은 나를 둘러싼 대상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바뀐 것이다. 참으로 2년이란 시간이 한 사람을 바꾸기엔 충분하고도 충분한 시간이란 것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날의 일기를 되돌아보면 언제나 나의 일정한 사고의 틀 안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가끔 그 감정이 고조되어 평상치 접하지 못하는 어휘들로 표현이 되기는 하지만 결국 나라는 모습은 태어나서 부터 지금까지 어느 하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다.

이번에 학교의 교류프로그램으로서 일본에 열흘을 다녀오는 것도 그렇다. 부모님은 일본이 대지진으로 위험할 것이라고 가지말라고 극구 반대하고 계시지만, 나는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고서라도 반드시 다녀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날의 일기장에도, 부모님에게 걱정만 끼쳐드리는 나는 너무도 불효자란 말만 되풀이해서 적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불효자의 모습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나의 모습이다.

사람은 성장하고, 늘 더 나아지고, 늘 변화한다고 하지만, 사람은 그럼에도 늘 제자리다. 어쩌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나의 모습임에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걱정을 하고 누군가는 걱정을 끼치고,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누군가는 상처를 입히고,
누군가는 대의를 말하고 누군가는 대의를 욕하고,,

늘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