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트리 D-124
2012년 1월 18일 도쿄에서 둘째 날
도쿄에서 사흘 있으면서 숙소를 잡은 곳은 미나미센쥬南千十와 아사쿠사浅草의 중간지점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였다. 하루 숙박이 1,500엔으로 매우 저렴한 곳을 찾아냈다. 사흘 중 이틀 밤은 친구들과 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짐만 보관해 놓을만한 저렴한 곳을 골랐다. 또한 위치는 스카이트리와 가까운 곳이어야 했다. 도쿄에 살 때 여러 곳을 모두 가보았기 때문에 특별히 가보고 싶은 장소는 없지만 유일하게 스카이트리만은 가보고 싶은 장소였다.
운이 좋게도 내가 묵은 숙소에서도 스카이트리가 보였다. 걸어서 3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은 감이 왔기 때문에 전날 밤에 스카이트리를 들를 계획을 세웠다. 예상대로 스카이트리까지는 30분 조금 넘게 걸렸다. 스카이트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한다. 높은 건물에 대한 갈망이고 인간에 대한 경외심 정도이다. 높은 건물에 올라가면 좀 더 멀리까지 세상을 볼 수 있고, 그러한 건물들을 지은 인간들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존경하게 된다.
현재 스카이트리는 높이 634미터로 최종 높이까지 모두 완공된 상태다. 다만 내부공사와 외관시설 공사가 남아있다. 오픈은 2012년 5월 22일로, 내가 갔던 날은 124일이 남아있었다. 하루 빨리 전망대에 올라가보고 싶다. 다만 입장료가 매우 비싸다고 한다. 될수만 있다면 저 건물의 전망대에 오르게 될 날에는 내게 충분한 경제적 능력이 생겨서 부담없이 올라가고 싶은 소망이다. 그때까지 열심히 공부하자. (나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스카이트리!)
스카이트리를 약 한시간 정도 맴돌면서 사진을 찍고 고개가 아파질때까지 오려다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굉장히 인상 깊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上を向いて がんばろう 日本! (위를 향해서 힘내자 일본!)
분명 작년 대지진 참사가 있고 난 후에 만들어놓은 문구일 것이다. 저 짧은 문구 한마디로 분명히 힘들었던 순간에 힘을 얻게되는 일본인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아마 가슴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겠지.
이번 여행을 하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친구 아키라군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저번 대지진으로 인해서 일본인들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 절대로 지진이 일어나서 좋았다라는 식의 말은 아니지만, 그 지진으로 인해서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 일본 젊은이들이 정말 많아. 내 주위에도 가볍게 살아가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노력하려고 했어."
시련을 겪은 만큼 더욱 강해진다는 것은 개인의 역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와 그 국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어떤 시련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삶은 비참해지고, 그 비참해지는 타인의 삶을 보고서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시련이라고 한다면 다같이 미리 준비하고, 그것이 닥쳤을 때는 함께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군대에 있을 때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 중 하나가, 삶을 가볍게 살아내야 하는건지, 무겁게 살아내야 하는 건지에 관한 것이었다. 가볍게 살아내자니 진지함이 부족해져버리는 인생에서는 그 삶의 참맛을 못느끼겠고, 무겁게 살아내자니 가볍게 세상을 날아다니듯이 즐기는 존재들이 너무도 부러워보였다. 생각해보면 삶은 가볍게 살아내고 무겁게 살아내고의 문제가 아니다. 삶은 어느 순간엔 가벼워질 때도 있고, 어느 순간엔 무거워질 때도 있다. 결코 우리의 능력으로 삶의 이치를 조절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 같은 뜻 밖의 시련이 존재하기도 하며, 오락실의 인형뽑기 기계에서 5초만에 500원이 날라가기도 하는 가벼움이 존재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사람은 언제나 때와 상황에 따라 변화해야 하며,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아는 점이다. 나의 변화는 곧 우주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이 곧 지역 사회의 삶이고, 그게 곧 나라의 삶이고, 전 세계의 삶이고 우주의 삶이다. 우리는 광활환 우주에서 인간 삶의 가벼움과 하나의 우주로서의 무거움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며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