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창조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수강 후기 삶과 죽음의 철학
2011년 봄학기 / 전병술 교수님(http://cafe.daum.net/jbsul)

이번 학기에는 총 3가지의 교양과목을 들었다. 논리와 사고, 육상(마라톤), 삶과 죽음의 철학
3가지의 교양 수업 모두 다 좋았지만 ‘삶과 죽음의 철학’ 수업은 나에게 특별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첫 강의에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들이다.
우리가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를 인식할 때 삶의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가 삶을 창조적이고 자율적으로 살아간다.

대학 4년의 시간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금새 흘러버린다.
대학생인 우리들은 아직 죽음과 먼 나이인데 이런 얘기를 굳이 해야 할까?
인생은 고해다. 평생을 고3처럼 살아간다면 어떨까. 평생을 대학교1학년처럼 살아간다면 어떨까

우리는 뭔가를 하나 버릴 때 더 자유로워진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버리는가에 대한 문제다.

죽음에 논리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이 수업은 내 삶을 주체적으로 끌고 가면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수업이다.
죽음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지만 종교, 문학, 미술, 음악, 철학 속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것이다.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더 윤택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

강의에서는 죽음에 대해 폭넓은 방식을 통해 접근하였다.
<이키루生きる> 와 <영매>라는 영화를 보았고, 수많은 미술 작품 속에 그려진 죽음을 감상하고 후반부에 가서는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과 관련된 죽음에 대해 공부했다.
과제는 정해진 책을 읽은 뒤 감상문을 써서 제출하는 형식이 2회 있었다.
레포트의 공통 주제는 ‘존엄사 논쟁’이었다.
수업시간에 활용 된 책은 아래와 같다.
부위훈 지음, 전병술 옮김, 『죽음 그 마지막 성장』청계출판사, 2001
레오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작가정신, 2005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세종서적, 1998
빅토르 프랑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아이서브, 2003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보리, 1997

살아오면서 내가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싶다.
한 학기 동안 이 강의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은 혹은 그 이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죽음을 통해 삶을 보는 게 이 강의의 목적이었고, 그것은 현재 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해보면서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을 했다.

아마 이 강의를 수강하지 않았다면 나의 이번 학기는 크게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로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고민들을 안고 있다가도 이 강의에 들어가서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앉아있으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다.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가장 필요한 강의였던 것 같다.

이 강의의 기말고사 시험을 치르기 약 1시간 전이었다.
기말고사에 나올만한 내용들을 머릿속에 집어 넣기 위해 끙끙대고 있었는데, 순간 그러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도 모순되어 보이는 것이다. 다른 강의는 몰라도 이 강의만큼은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수강한 게 아니었는데. 그러고서 지난 시간에 배운 도가의 장자 사상에 대해 떠올리고는 더 이상 암기하기를 그만뒀다. 그랬더니 마음이 정말 편해지더라. 시험에 들어가서는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서술하는 문제가 나왔는데 최선을 다해서 적어냈다.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 죽음을 알면 삶을 알게 된다고.
그리고 삶은 정말 아름답다고.

강의의 주교재 중 하나였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통해 강의 수기를 마무리한다. 제출했던 감상문에도 인용했던 구절이다.

  스콧은 삶의 마지막 날을 지내면서 이러한 글을 썼다. “인류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지구는 어마어마한 생명체를 안고 있는 먼지 알갱이이자, 전체로 하나인 의식체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인류의 역할은 많든 적든 완전히 그르쳐졌습니다. 우리는 공을 놓치고 있어요. 시간을 찔끔찔끔 낭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뭔가 더 가치 있는 일을 다시 만들고 건설할 수 있을까요? 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창조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여기서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것이 삶의 마지막 날에 이르러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입니다. 당신이 믿는 대로 행동하시오. 당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친절하도록 해요. 나는 사람들이 몸으로나 정신으로나 그렇게 살도록 돕고 싶은데, 그렇게만 되면 지구는 지난 날보다 더 살기에 좋은 곳이 될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