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서로를 마주할 때 하나의 강의가 완성된다

2011년 6월 21일
봄 학기를 마치며...

모든 시험이 끝났고 나의 한 학기도 끝나게 되었다. 참 유난히 빠르게 흘러버린 한 학기다. 3년 만에 복학이라 적응을 못할 것 같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호들갑스럽게 걱정을 늘어놓았던 기억이 선한데 벌써 여름방학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학기가 끝난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건 정말 즐거운 한 학기였다는 것이다. 복학생으로서 학교를 다니는 건 1,2학년 때 학교를 다니는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 다르다는 것은 취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좀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 가장 크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도 조금 바뀐 것도 포함된다. 3년 간의 휴학 기간 동안 나의 마음 속에 자리를 잡은 가치들이 영향을 준 게 아닐까.

1,2학년 때는 나도 좋은 직장을 들어가고 싶은 목표를 두고 (바깥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학점을 관리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왜 대학교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학점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학교 이외의 활동은 거의 못해서 이렇다 할 이력을 갖추지도 못했다.

大学生って何だろう대학생이란 뭘까

어느 전공 과목의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종강을 하면서 교수님께서 약간 감정에 북 받쳐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몇 마디 말씀을 건네셨다. 사실 이 수업의 기말고사가 있던 날 몇몇 학생이 부정행위를 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학생들이 잘못을 한 거였지만 교수님께서는 스스로 그 일에 대해 책임을 느끼셨다.

교수님께서는 진정으로 우리와 소통을 하고 싶으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기 위해  노력했는데 마지막에 약간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아쉽다고,,우리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정말 소중하게 살라고 하셨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지금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가족들,, 지금이 가장 중요한 거라고,, 또, 주위의 친구들이 취직을 잘 하고 본인만 뒤쳐지는 느낌이 들더라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하신다.

대학교에 올라와 많은 강의를 들으면서 그렇게 진심으로 말을 건네주는 교수님은 처음이다.

강의실에 앉아 마지막 강의를 들으면서 ‘아…’ 하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있는 우리들은 무엇일까.
대학교 수업은 화자로서의 교수님과 청자로서의 학생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학교 강의는 그저 지식과 교양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강의실은 더 많은 걸 품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생이라면 좋은 학점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아니다, 넓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니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대학생의 의무다. 등등의 여러 가지 대학생이라면 지녀야 할 필요조건들이 많이 들린다.

하지만 이번 학기를 거치면서 내가 느낀 건 강의실 안에서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좋은 학점, 인간 관계, 사회참여 등의 것들도 사실은 강의실 안에서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일이다. 책과의 소통, 교수님과의 소통 그리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그 속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러한 문제를 원만히 잘 해결해 나가고, 책을, 교수님을,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했을 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서로를 마주할 때 하나의 강의가 완성된다.

교수님들의 훌륭한 강의를 따라가기엔 너무도 부족한 한 학기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감사한 건 모든 교수님들께서 날 대학생으로서 있을 수 있게 해주신 것이다. 오랜만에 학교에 복학하는 거라서 걱정이 많았던 초반이었지만 우연하게도 너무나도 훌륭하고 좋은 강의를 접할 수 있던 덕에 대학생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한 학기 동안 많은 걸 깨닫게 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