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2011년 9월 1일

9월의 첫 날이면서 개강 4일 째 되는 날이다. 오늘은 정말 너무 더웠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아침과 밤으로는 매우 시원해서 가을 냄새가 풍긴다.

우리 학교에 온 외국인 친구들과 최고로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내고 난 지금, 외국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다. 그 허전함은 매우 크다. 나름대로 엄청난 책임을 가지고 임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오늘은 불교철학 수업이 처음 있는 날이어서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아쉽게도 휴강이 되었다.
경영학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불교 철학을 듣게 되다니. 이번 학기에는 무슨 수업을 들을까 고민하면서 강의 목록을 쭉 훑어보다가 '이거다' 싶어 바로 수강신청을 계획한 과목이다.

생각에도 없던 휴강 덕분에 시간이 비게 되었고 뭘 할지 생각에 빠졌다. 도서관을 갈까 하다가 날씨가 너무도 더웠기에 포기하고 기숙사로 돌아와 컴퓨터를 좀 하다가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하고나서는 저녁 바람이 시원해서 학교 주위를 걸어다녔다. 아직은 학기초라서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일테지. 솔직히 다시 바빠질 생각을 하면 조금은 겁이 난다.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방학을 보내버렸다는 느낌, 외국 친구들이 한꺼번에 모두 떠나간 것에 오는 상실감, 수강 신청 문제 등으로 근심을 안고 있어보였는지 어제는 영국친구 앤드류가 내게 와서 '요즘에 너무 슬퍼보인다.' 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근심을 다 드러내고 있었나 보다.

정신을 번뜩 차리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작은 다짐을 하고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오랜만에 라디오나 들어볼까 생각하고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순간 귀에 흘러나오는 음악, 이상은의 언젠가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사랑을 했구나.
눈물같은 시간의 강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조용한 밤이라서 가사 하나하나가 귓가에 간절히 울려왔다.. 내 안에서 잔잔히 일어오는 감동. 아... 정말 노래 하나를 들으면서 이렇게까지 힘을 얻는 건 Mr.Children의 노래 이후로 오랜만이다. 개강을 하기 전에 강의계획서를 인쇄하고, 교재를 구입하는 등의 준비도 중요하지만, 역시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의 준비다.

낭만과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한 학기를 보내고 싶다. 취업 준비 때문에 젊음을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