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재 모습엔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다

삶과 죽음의 철학 강의록 – 마지막 강의 2011년 6월 8일
 전병술 교수님


대만에 학술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500~2,000년을 살아온 나무로 우거진 숲을 갔었는데,
그 나무들은 과거에 쓸모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베지 않고 그대로 놓아 둔 나무들이다
장자의 무용지대용(無用之代用)이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모습을 보았다
무용지대용: 언뜻 보아 쓸모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도리어 크게 쓰임

무하유지향 :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말로, 장자가 추구한 무위자연의 이상향을 뜻한다

우리는 늘 누군가를 판단할 때 어디에 쓸모가 있냐를 가지고 판단을 한다
우리 스스로 조차도 그렇게 생각하곤 한다. 내 자신은 과연 쓸모 있을까
하지만 쓰임새 때문에 진면목을 알 수 없을 수도 있게 된다
요새 직장인들은 빨리 진급하는 게 무섭다고 한다
이사가 되면 비정규직이 되는 것처럼, 언젠 잘릴지 모른다

살아간다는 건 아슬아슬한 곡예다
우리가 과연 나무처럼 2,000년 3,000년을 산다고 해도 좋을까?
죽음은 우리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지금은 덜 느끼겠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

죽음은 우리에게 신호를 준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어떻게든 죽음과 만나보아라 라는 신호와도 같음
1)통증(아픔)
2)고독
3)아름다운 모습으로 죽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4)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5)무지
6)삶 자체
7)아직 못 다한 일
8)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구나

Well-being, Well-dying: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 됨)
1) Being in control 죽음에 대한 스스로의 조절
2) Being comfortable: 정신적 교통을 경감시키고 공포, 불안을 조절하고 환자를 안아주는 신체적 접촉이 필요하다. 부모님과 스킨십을 계속적으로 유지하세요.
3) Sense of closure 생의 마무리
4) Recognizing the value of dying person
5) Trust in care provider 의료인들에 대한 환자들의 믿음
6) Recognizing of impending death 임박한 죽음에 대한 인지
7) Beliefs and values honored
8) Burden minimized 부담의 최소화, 의료시스템적 문제
9) Relationship optimized 관계의 최적화
10) Appropriateness of death 죽음의 적절성
11) Leaving of legacy 유산 남기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어떤 것
12) Family core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안 해주면 섭섭하고, 그러다가 멀어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통 받는 원인은 가족, 하지만 가장 많이 위안받는 곳 또한 가족
그만큼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하기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자신이 죽은 뒤 남아있는 가족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은 매우 큼
인생에서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배우자의 죽음이다

최근, 한국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고통 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9988234: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는 것(4)
‘자손들에게 폐를 끼치고 않고 죽고 싶다. 자손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자식이나 부인을 먼저 보내지 않고 죽고 싶다.’

부모는 죽으면 땅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
피할 수 있는 죽음은 피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면서 결국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생각은 이러한 것들이었다.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자
자살은 하지 말자
장례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자
죽음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발견하자

철학을 한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경계에 관한 것이다
무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도 자연스레 사라짐
궁극적으로는 우주와 합일을 이루는 것, 이러한 모든 것은 개인의 몫입니다

지금 이 순간 믿고, 지금 이순간 깨닫고, 지금 이 순간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예수가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이뤄야 한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직면한 삶과 죽음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려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여러분이 지금 가장 꼴보기 싫어했던 기성세대의 모습이 되어 있을 것
‘난 나중에 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던 모습이 바로 여러분의 모습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에겐 반성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재 모습엔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다.”

한 학기 동안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