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씨, 바꾸기로 마음먹으면 바꿀 수 있는 것
2011년 10월 21일
시험기간에는 유난히 필기를 많이 하게 된다. 배운 것을 다시 쓰고 정리하면서 머리 속으로 '이건 암기하고 있는게 아니라 이해하고 있는거야' 라고 생각을 하며 암기를 한다. 그렇게 필기를 하다보면 늘 드는 생각이 '참, 글씨 진짜 못쓴다...'
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을 볼 때 겉모습을 보고서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유일하게 내가 사람을 볼 때 신경을 써서 관찰하는 부분이 바로 글씨다. 큰 기대치를 주지 않은 사람이 글씨를 잘쓰면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고, 굉장히 반듯하고 성실할 것 같은 사람이 글씨가 엉망이면 그 사람도 다시 보게 된다. 흔히 말하는 '어른 글씨'라는 것이 있는데, '어른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까지 좋아보이는 것이다. (무한도전 '무한상사편'을 보면서 난 정준하씨를 다시 봤다. 그리고 '추석특집편'에서 박명수씨의 글씨를 보고 그도 다시 봤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어른 글씨를 따라하기 위해 무수히도 많은 연습을 했었다. 우리 부모님 두 분 모두 글씨를 정말 잘 쓰시는데 그 영향이 무척 컸던 것 같다. 꼭 열심히 연습해서 부모님처럼 글씨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 부모님께서는 나의 글씨 교육에 무척 엄하셔서, 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내가 한 숙제를 보고서 글씨가 엉망이라며 처음부터 다시 쓰게 한 적도 있다.
아마 컴퓨터가 없었으면 주위에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 컴퓨터가 없었으니까 글씨를 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키보드는 시간을 줄여줬지만 사람들에게서 글씨체를 빼앗아갔다.
한 사람의 글씨는 반듯반듯 쓰여져 나오는 컴퓨터의 '폰트'가 절대로 담지 못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 연애편지를 또박또박 공들여서 썼던 이유도 글씨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함이지 않았을까. 사람의 글씨는 정말 너무나도 정직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심성의껏 썼는지 대충 휘갈겨썼는지 바로 구분할 수 있게 만든다.
나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스스로 펜글씨교본도 사서 글씨 쓰는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그 이후론 전혀 연습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글씨를 쓰다보면 어떻게 써야 예쁘게 써지는지 몰라서 펜 끝이 맴돌 때가 많다. 글씨쓰기라는 것도 자전거나 수영처럼 몸으로 습득하는 일이어서 한 번 손가락의 근육을 길들여 놓으면 그 글씨의 모양새가 (자기가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한 동안 유지된다. 즉 바꾸기로 마음먹으면 바꿀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글씨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글씨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내 글씨체를 컴퓨터 폰트로도 개발하고 싶다. 그 날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갈고 닦아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