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후기 - 조직설계론 권기욱 교수님

수강후기
조직설계론 권기욱 교수님

처음에는 권기욱 교수님의 우리말 수업을 들어가려고 했었지만, 수강 신청을 못해서 영어 수업을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영어 수업은 지금까지 총 3번을 들은 경험이 있는데 언제나 노력했던 것에 비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영어 수업에 참가하면 제일 먼저 느끼는 점은 정말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도 많다. 그 외에 영어를 잘하는 중국인 유학생들과, 뉴질랜드, 러시안,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들이 수업 동료였다. 그런 환경에서 수업을 시작하다 보니 처음에는 자신감을 잃고서 큰 걱정이 앞서게 된다. ‘저렇게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같이 공부할 수 있을까?’ 군대에서는 좋아하던 일본어 공부를 하고 싶어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군대 마친 후 일본 워킹홀리데이까지 다녀오다 보니, 오히려 지금은 영어보다는 일본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차라리 학교에 일본어 수업이 개설되어 있다면 일본어 수업을 들어가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큰 우려와는 달리 영어 수업을 따라 잡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수업에 관련된 단어만을 한 학기 동안 계속적으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수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들은 Organization, Effectiveness, Efficiency, horizontal structure, Hierarchy, Authority 등등 조직과 관련된 단어들만 되풀이하였다.

조직설계론 수업은 자신이 어떤 조직 경영자일 때 조직이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걸 배우는 수업이다. 역시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조직 이론들을 공부하였다. 더 쉽게 말하면 조직(영리조직이든 비영리조직이든)에 관한 모든 걸 배운 수업이었다. 조직의 탄생부터 소멸에 이르는 조직 생태계부터, 구조, 문화, 환경, 내부프로세스, 혁신, 글로벌 환경, 등등 조직을 구성하고 둘러싸고 있는 모든 주제들을 통해 조직을 공부하였다. 수업은 교재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교수님께서는 실제 사례에 많은 비중을 두셨다. 교수님께서는 항상 중요한 것은 교과서에 적혀져 있는 이론보다는 실제 조직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이라는 것을 강조하셨다. 일례로 카이스트 학생들이 자살 사건이 있었을 때는, 그 사건을 우리가 배우고 있는 조직 이론들과 접목시키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셨다.

흥미로웠던 점은 교수님께서는 교과서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몇 번이고 강조하셨다는 거다. 어떤 이론(혹은 모델)을 가르쳐주시면서 자신은 이 이론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적이 여러 번 있다. 지금까지의 강의들에서는 교재에 소개되어 있는 이론과 모델에 대한 특별한 평가 없이 그저 암기를 해왔었지만 이번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교재를 접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발표는 총 두 번이 있었다. 첫 번째는 교과서의 사례를 발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말프로젝트로 하나의 조직을 선정하여 문제점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우리끼리 상의하여 알맞은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었다. 기말 프로젝트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었다. 처음에 조직을 선정하는 일부터도 쉽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그 기업의 효과성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 일을 연구하는 것도 무척 어려웠다. 우리 조가 선정한 기업은 코레일이었고, 수많은 회의와 작업을 거쳐서 보고서와 발표자료를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큰 도전은 보고서와 발표가 모두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번 학기를 거치면서 영어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다.

조직설계론 수업은 정말 즐거웠다. 교수님 특유의 유머감각이 있었던 점이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적극적으로 수업을 참여하는 학생들로 인해 교수님과 의사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교수님은 뭐든지 물어보라면서 한 주제가 끝날 때마다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셨다. 황당한 질문이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교수님께서는 모두 좋은 질문으로 받아들이고서 대답을 잘 해주셨다.

조직설계론은 ‘경영학과의 수업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강의였다. 가장 많이 공을 들였던 기말 프로젝트를 하면서 팀원들간에 우정도 생겼고, 팀 프로젝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의견 충돌 같은 것들도 잘 해결해나가면서 의사소통 기술도 늘릴 수 있었다.

훌륭한 강의를 해주신 권기욱 교수님과 힘들었던 팀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팀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