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는 인생의 끝에 가서 '더 나은 죽음'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것

2012년 2월 12일
카페 BRCD (Bread is ready coffee is done)에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생각들

경선이형과 함께 저녁을 먹고 음악이 좋은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이 날 나는 나의 '병영일기'를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게 되었다. '기록'에 대한 이야기 주제가 나와서 나는 내가 정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나의 '군생활 일기'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 때 일기를 읽으면 그 때 생각들을 하며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게 이야기의 핵심

이 날 꺼내 본 일기는 내가 군생활 말년에 썼던 글 중 하나였다.

우린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남은 시간을 더 잘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남은 시간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 현재의 시간은 남은 시간에 대한 희생양에 지나지 않는가. 현재를 위한 현재의 시간을 살아갈 순 없는걸까.

다시 읽어도 공감이 가는 글이다. '미래를 위한 현재'와 '현재를 위한 현재'를 살아가는 문제
우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잖은가. 그럼 내일이 되면 더 나은 모레를 위해 내일을 살아갈 것이고.

쭉 그래왔다. 중학교 때는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대학 때는 더 나은 회사 혹은 더 나은 직업을 위해 열심히 그 때 그 시절을 살아왔다. 회사에 들어가서는 승진을 위해 열심히 살 것이고, 더 나은 은퇴 후의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지. 우린 그렇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명목으로 우리의 오늘을 열심히 바치겠지.

그렇다면  생의 최종 목적지는 죽음일테고, 결국 우리는 인생의 끝에 가서 '더 나은 죽음'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것을 만족하려나. 더 나은 죽음? 더 나은 장례식? 죽음 후의 나의 피붙이들이 받게 될 재산?

'현재를 위한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방법을 잃어버린 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