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자라는 건 엄마와 나의 유일한 약속이다

어머니

서전주중학교

  주위 어른들께서 항상 말씀하시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그렇게 떨어지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엄마랑 계속 놀다가 갑자기 엄마가 눈에 안보이면 마구 울면서 엄마를 찾아댔고 그것 때문에 엄마는 내 곁에서 한시도 떨어져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엄마가 옛날에 삼촌이 하시는 통닭집에서 일을 도우셨는데, 일을 할 때조차도 항상 날 업고 하셨다. 그것 때문에 그런가? 지금 나의 엄마께서는 허리가 많이 안 좋으시다. 큰 수술도 한번 받으신 적이 있다. 그 수술 때문에 엄마가 거의 한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을 땐, 왜 그렇게 엄마가 불쌍해 보이던지. 얼마나 아픈 수술인줄 알고 있었는데, 엄마는 내가 병원에 찾아갈 때 마다 웃으면서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나에겐 아프다는 소리를 하고 싶지 않으셨나 보다. 그런데 나는 달리다 넘어져서 상처가 나면 엄마한테 달려가고, 감기에 걸려서 콧물을 조금 흘리면 엄마한테 아프다고 하고, 추우면 춥다, 더우면 덥다면서 항상 엄마를 괴롭히곤 했었다. 물론 지금도 감기에 걸리면 가장 먼저 찾는 건 엄마이다. 엄마는 왜 엄마도 아프면서 내가 아프다고 하면 만날 나만 걱정하고, 좀 쉬라고 하고, 맛있는 건 나만 챙겨주는 건지. 엄마가 나보다는 백배는 더 아플 텐데 말이다.

  아직도 나에겐 어릴 때 기억이 살며시 남겨져 있다. 엄마에게 업히는 걸 좋아하는 나였고, 엄마 무릎 위에 좋아하는 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엄마의 무릎은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몸은 커지는데, 엄마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몸이 더 작아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엄마의 무릎을 피하게 된다. 내 몸만 커지지만 않는다면 항상 엄마의 무릎에 앉아 있고 싶다. 그 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나만의 둥지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엄마는 나의 목욕을 해줬다. 나는 그 목욕이 너무나 싫었다. 엄마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나의 몸을 때타울로 때가 안 나올 때까지 박박 문질렀다. 정말 나에게 그 고통보다 더한 고통은 없었다. 하지만 목욕을 하고 마무리를 하는 비누칠과 찬물로 헹굴 때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그런 좋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아픈 목욕을 꾹꾹 참아냈다. 그리고 목욕을 마친 다음의 상쾌함. 온몸의 때가 줄어들었으니 몸이 날아갈 듯한 느낌. 하지만 이젠 그런 기분을 느낄 기회도 없어졌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형과 나는 손을 잡고 대중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랬다. 나는 나이를 하나하나 먹어갈 때마다 그만큼 엄마한테서 멀어져 갔다. 세월이 나를 엄마와 갈라놓고 있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앞으로의 다가올 날들을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진다. 지금까지 충분히 세월은 나를 엄마한테서 멀어지게 했는데, 앞으로도 더 멀어질 것이 아닌가. 결국 나는 결혼을 할 것이고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될 것 이다. 세월이 이렇게 계속 엄마와 나를 멀어지게만 하면 어떻게 하는가. 나는 아직 엄마한테 해준 것이 없는데. 엄마와 가까이 있어야 길러주신 은혜를 갚을 수 있을 텐데.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 "착하게만 자라렴." 정말 착하게만 자라는 것만이 엄마가 바라는 것일까? 엄마는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 나를 길렀는데, 나는 고작 그걸로 갚는다고? 솔직히 말해 엄마의 사랑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없다. 엄마가 나에게 바라는 게 착하게 자라는 것이라면, 나는 그 약속을 꼭 지킬 수 있다. 착하게 자라는 건 엄마와 나의 유일한 약속이다. 날 위해 고생하신 엄마를 위해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의 그 말 내가 자라서 내 자식들을 나면 이해 할 수 있을까? 오늘은 오랜만에 귓밥을 파달라고 하면서 모자간의 대화나 해야겠다.
 
중학교 때 쓴 글을 꺼내보며 어머니를 생각하다
2011년 5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