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 신슈信州

2011년 2월 5일 ~ 6일
마지막 여행, 신슈信州  - 여행의 출발

마지막 여행, 신슈信州 - 여행의 출발
마지막 여행, 신슈信州 - 에도시대의 역참 쓰마고쥬쿠妻籠宿
마지막 여행, 신슈信州 - 마고메쥬쿠馬籠宿
마지막 여행, 신슈信州 - 츠타무라야つたむらや에서 저녁 식사
마지막 여행, 신슈信州 - 마츠모토松本/ 긴 여행의 끝
마지막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일본에서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던 신슈信州여행.
이 여행은 정말 뜻밖의 우연으로 가게 된 여행이었다. 여행의 계기는 같은 게스트하우스(에도야소우)에 살고 있는 이토우伊藤상과의 대화였다. 평소에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 없어서 대화를 별로 못하고 지내다가 어느 날 밤에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 적이 있다.
  
이토우상 : 얼마 전에 여기 거실에 있던 여행 책자 본 적 있어?
나 : 무슨 책 말하는 거에요?
이토우상 : 여행 수필 같은 책이었는데 그 책에 우리 집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
나 : 앗, 잠깐만요. 제 책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 책은 내가 예전에 한국에서 사서 들고 온 ‘일본의 걷고 싶은 길 (김남희저, 미래인)’ 이라는 책이었다. 거실에서 책을 읽다가 치우지 않았던 걸 이토우상이 본 모양이었다. 이토우상은 다름 아닌 책의 표지를 보고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이 나온 걸 보고는 깜짝 놀란 것이다.

그 마을은 나가노현 쓰마고라는 동네였다. 나도 그 말을 듣고 정말 놀라서 정말이냐고, 이 책을 보면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이토우상 : 혹시 지금도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 우리집이 그 근처에서 민숙을 하고 있거든.
나 : 네?! 정말요?
이토우상 : 지금은 겨울이라 손님을 받고 있지는 않는데 내가 전화해서 친구와 함께 간다고 하면 머물 수 있을거야.
나 : 아…정말 가고는 싶은데 제가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안남아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토우상 : 아무래도 그렇겠네. 혹시 갈 수 있게 된다면 나한테 말해줘. 나도 집에 한번 가봐야 할 있는 참이라서 갈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만약 간다면 내가 하루쯤은 차를 타고 드라이브 하면서 안내를 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그곳은 산골 마을이라 차가 없이는 움직이기 힘든 곳이거든. 더군다나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말이지.

나는 더 이상 고민도 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만 같았다. 엄청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한국에서 사온 책을 읽다가 거실에 잠깐 놔두었고 그것을 마침 이토우상이 발견했는데 마침 그 책의 표지가 자기네 마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을은 내가 책을 보면서 가장 가고 싶다고 생각한 마을이었다. 이건 ‘세상이 좁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아니다. 그때의 놀라움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마치 날 그곳으로 이끄는 힘이 오래 전부터 작용이라도 했듯이. 내가 옛날에 사온 책이 그 책이 아니었다면, 그 책의 표지가 그 사진이 아니었다면, 이토우상이 그 시간에 그 책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여행은 없는 일이었다.

#에도시대의 역참 쓰마고쥬쿠妻籠宿

우리는 신주쿠역 남쪽출구新宿駅 南口 버스정류장에서 밤 11시에 만났고 11시 20분 차를 타고 나가노현長野県 나카츠가와시中津川로 출발했다. 아침 5시 50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버스였다. 교토 여행 이후 두번째로 타는 심야버스라 조금 익숙해졌는지 쉽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아니면 분명 버스에 오르기 전 친구와 함께 한잔 했던 술이 도움이 된 걸지도 모른다. 나카츠가와역에 도착하니 이토우상의 형님께서 차로 마중을 나오셔서 집까지 태워다 주셨다. 집에 도착해 버스에서 잠을 못 이루었던 이토우상이 한숨 자고 여행을 시작하자고 했다. 나도 졸린 상태였기 때문에 좋다고 했다.

10시 반에 일어나 외출 채비를 하고서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기 전에 이토우상이 자기 집에서 가꾸고 있는 논과 밭을 보여준다고 했다. 지금은 겨울이라 자라고 있는 농작물이 없었다. 정말 넓은 땅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어릴 적 외갓집에 갔을 때 보던 풍경을 보는 듯 했다. 나의 외갓집도 산 속에 있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밭 구경을 하고 나서 차를 타고 나갔다. 본격적인 쓰마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쓰마고妻籠는 에도시대江戸時代에 번성했던 역참마을인데 에도시대의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과거로 돌아온 느낌을 주는 듯한 곳이다. 이곳은 1976년 일본의 중요전통적건조물군보존지구로 가장 처음 지정된 곳이라고도 한다. 이토우상이 가이드를 해주면서 재미있는 설명 또한 곁들어주셨다. 원래는 많은 마을들이 산업화시기에 번성하면서 발전을 했는데 이 곳만은 특별한 자원이 나오지 않아 발전이 뒤쳐졌다고 한다. 결국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보존하려고 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토우상은 자기도 정말 오랜만에 와 본다고 했다. 이토우상은 쓰마고의 가게 사람들하고도 꽤나 얼굴을 알고 있었고, 거리를 걷다가 초등학교 여자 동창을 만나 인사를 하기도 했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는 식당의 할머니와 이토우상의 할머니와 동창이었던걸 알게 되어서는 음료수도 공짜로 대접받았다. 참 보기에 정겨운 모습이었다. 이토우상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 마을에서 지내다가 대학교 때부터 도시로 나가 생활을 했다고 했다. 이토우상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예전에도 한 학년에 10명씩 정도 있었던 자그만한 학교였는데 지금은 학생이 거의 없어서 폐교되었다고 했다. 그 폐교된 학교도 둘러보았고, 그 학교 위에 있던 작은 진자神社에도 올라가 보았다.

쓰마고妻籠를 둘러보고서 모모스케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던 모모스케바시桃介橋를 가보았다. 이 다리는 목조로 만든 거대한 다리로서 건축물자재를 운반하기 위해 만든 다리라고 한다. 물론 지금은 사람만 지나다니는 다리였다. 모모스케바시 위에서 나기소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겨울이라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드는 시골마을 이었다.

그 뒤 남자폭포 여자폭포라는 곳을 구경했다. 깊은 산속이었기 때문에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 웅장한 폭포는 아니었지만 지나다가다 만나면 반갑게 구경할 수 있는 정도의 폭포였다.

우리는 차를 타고 마고메馬籠로 넘어갔다. 마고메는 예전에 나가노현이었지만, 현재는 기후현岐阜県이 되었다고 했다. 이로서 기후현에도 와보게 된 것이 되었다. 마고메에서부터 이토우상은 용건이 있어서 나 혼자 여행을 하였다. 마고메는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쓰마고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역참마을이었다. 쓰마고보다 좀 더 정비되어 있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마을이었다. 교토에 갔었을 때 의외로 일본의 전통 가옥들이 남아있지 않아 실망했었는데, 이곳에서 오히려 일본의 전통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상의 시간을 보낸 마고메쥬쿠馬籠宿

마고메에서 혼자 보낸 시간이 무척 좋았다. 일본을 떠나기 사흘 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에 그 동안의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너무 추억에 젖어 눈물이 나버리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눈물은 흐르지 않더라. 다 고맙게 여겨지는 시간이었다. 일본에 올 수 있었던 시간이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 부모님에 대한 감사, 나를 친절하게 대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그 시간들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극도의 서운함이 밀려왔다.

마고메에는 전통 공예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많이 있어서 그곳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의 선물을 사기도 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이어진 길을 걸어 내려와 끝에 다다랐을 때 이대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다시 한번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쓰마고도 그랬고 마고메도 마음이 무척 편안해지는 마을이었다. 어쩌면 그 편안함은 겨울에 왔기 때문에 느끼는 편안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이기 때문에 여름이나 가을에 왔더라면 정말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겨울이라는 계절은 조금 춥기는 해도 마음을 내려놓는 여행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무엇보다 겨울에는 사람이 겸손해지는 계절이라서 그 때문에 주위의 풍경이 더욱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시골의 풍경은 더욱 그렇다. 일본을 떠나기 전 어디론가 여행을 가지 않고 계속 도쿄에서 바쁜 도시의 일상만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더라면 느끼지 못할 것들을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여행지를 이 곳 신슈로 선택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마고메를 둘러 본 뒤 다시 이토우상과 하게 되었다. 나카츠카와 쇼핑센터에 들러 책을 보고, 이토우상이 어린 시절 자주 먹었다는 나고야 라멘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서 나기소온천으로 갔다. 나기소 근처에는 유일하게 있는 온천으로서 노천탕의 경치가 매우 빼어나다. 아쉽게도 저녁에 갔기 때문에 산으로 둘러싸인 그 풍경은 안보였지만 어둠이 내린 조용한 시골을 감상하기에는 충분했다. 일본의 온천문화는 외국인이라면 다들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일본에 와서 관동의 대표적인 온천인 기누가와온천과 하코네온천을 다녀왔고 이번이 세번째였다. 추운 겨울 노천탕에서 즐기는 온천욕의 기분은 정말 상쾌하다. 탕안에서 몸을 따뜻하게 한 뒤, 공기가 차가운 밖으로 나오기를 반복하다 보면 몸이 정말 가벼워진다. 한국에도 온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처럼 대중적으로 발달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탕 안에서 얼굴만 빼고 앉아서 한국에 돌아가면 겨울이 가기 전에 한국의 온천에도 가보자고 생각했다.

#츠타무라야つたむらや에서 저녁 식사

온천욕을 하고 난 뒤 이토우상의 집으로 돌아왔다. 츠타무라야つたむらや라는 이토우가伊藤家에서 100년 넘게 하고 있는 민숙인데 지금은 겨울이라 잠시 쉬는 중이다. 집에 들어가 짐을 풀고 얼마 안 있어서 이토우상의 어머니께서 저녁식사가 준비되었으니 와서 식사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저녁 밥상 앞에 앉고서 정말 놀랐다. 잘 차려진 일본식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토우상에게 이게 일본의 일본의 일반적인 가정에 먹는 요리냐고 물어보니, 그게 아니라 평소에는 식당에서 판매하는 식사라고 했다. 츠타무라야에서는 민숙 뿐만이 아니라 식당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토우상의 아버지께서 수산업을 공부한 적이 있어서 민숙 집 주위에 큰 어장을 만들어 여러 물고기들을 양식하고 계시는데, 그 민물고기들을 요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냥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서 산에서 멧돼지를 사냥해서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그 날 저녁의 밥상에 올려진 밥도 멧돼지 고기를 넣어서 만든 밥이었다.

식사를 하고서 이토우상과 맥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주로 지금 같이 살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게스트하우스에 예전엔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있어서 매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면서 즐겁게 지냈는데 사람이 점차 바뀌면서 조금씩 이야기가 줄어들고 서로의 생활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정말 그랬다. 게스트하우스 생활 초반엔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같이 밥도 먹으려고 하고 말도 안 통하는데도 어울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게스트하우스 외에도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점점 소홀해진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이 정말 잘 맞았던 오카다상과 쿠리하라상이 나간 것이 그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이토우상에게는 이토우상이 나서서 단합대회 같은 것을 하자고 하거나 하면 옛날처럼 화목한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토우상도 그러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침실로 돌아오자 이토우상 어머니께서 밤에 먹으라면서 여러가지 간식을 한 가득 가져다 주셨다. 정말 이렇게까지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었다. 민숙이 쉬고 있는 휴일 기간에 찾아와서 폐를 끼치는 건 아닐지 걱정되었는데 이런 대접까지 받아서 정말 송구스러웠다.

자기 전에 잠깐 밖에 나와서 바람을 쐬면서 밤하늘을 바라보고는 놀라고 말았다.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떠있는 것이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토우상에게 “하늘의 별 좀 보세요! 별이 엄청 많아요! 태어나서 이렇게 수많은 별은 처음 봐요!” 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집이 시골이긴 하지만 전주시의 옆이라서 별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과 도쿄는 말도 할 것이 없다. 도쿄에서는 금성은 환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별이 제대로 보인 적은 없는 것 같다. ‘깜깐한 산골 마을에 들어오니 별이 이렇게 잘 보이는구나.’ 그 날 밤에 본 밤하늘의 별은 정말 무수히 많았다. 몇 백 광년 전에 출발한 빛을 바라보면서 시간여행에 빠졌다. 너무 아름다웠다. 다시 한번 이 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했다. 도쿄와 서울의 밤하늘에도 별이 이렇게 잘 보인다면 사람들의 삶이 좀 더 낭만적이 될 수 있을 텐데….

다시 침실로 들어와 행복한 잠을 잤다.

2011년 2월 5일 ~ 6일
마지막 여행, 신슈信州- 마츠모토松本/ 긴 여행의 끝


  아침에 이토우상의 어머니께서 깨워주셨다. 이른 시각의 기차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이토우상의 어머니께서는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먹으라며 도시락과 간식을 담은 봉지를 건네주셨다. 그러고는 말씀하셨다.

  “제 아들과 도쿄에서 알게 된 친구라고 하던데 겨울에 이렇게 춥고 먼 이곳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여행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제 아들이 도쿄에서 일을 하고 있기는 하는데 열심히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저 저는 뭘 하든 그런 모습을 뒤에서 응원하는 거죠. 친구도 뭔가 하려는 일이 있을 테지요. 곧 한국에 돌아간다고 하던데 한국에 돌아가서도 열심히 하세요. 춥기만 한 이곳에서 해 준 것 없어서 미안하지만, 다음에 혹시 일본에 오게 된다면 또 놀러 와 주세요. 다음에는 춥지 않을 때로요.”

  짐 정리를 하다가 갑자기 이토우상의 어머니로부터 들은 그 말에 정말 감동했다. 너무 폐만 끼치고 돌아가는 마음에 죄송했는데 그런 말을 해 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이 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토우상의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떠나 기차역으로 갔다. 나기소 역에서 기차를 탄 뒤 나는 다음 여행지인 마츠모토로 향했고, 이토우상은 일이 있어서 도쿄 신주쿠로 향했다.

#마츠모토성

  두번째 날은 마츠모토에서 여행을 했지만 마츠모토성을 본 것에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 이상하게 몸이 지친 것 같은 하루였다. 그래서 오전에는 마츠모토 거리를 둘러보다가, 정오 12시 부터는 버스정류장 근처의 찻집에 들어가 도쿄행 버스 시각인 저녁 6시까지 계속 편지를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너무 한 것 없이 보내버린 둘째 날이긴 했지만, 이번 여행은 첫째 날의 추억만으로도 너무 좋은 여행이었다.
운명 같았던 여행의 계기와 쓰마고와 마고메에서 느낀 편안함, 나기소 온천의 개운했던 온천욕¸ 그리고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친절함까지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다.

여행의 끝

  출발과 끝 모두가 중요하지만, 무언가에 대해 추억을 남기는 데에는 끝의 이미지가 정말 중요하다. 처음에는 사이가 안 좋았지만 마지막에는 사이가 좋아진 친구, 처음에는 재미가 없었지만 끝에는 너무 감동적으로 끝나는 영화들이 오랜 기억에 남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일본이라고 해서 다 친절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길거리가 모두 깨끗한 것도 아니고, 모두가 질서를 잘 지키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사람이 많은 도쿄라면 다양한 사람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일본에서 만난 마지막 풍경에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 덕분에 나의 머릿속엔 일본은 친절한 나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메이드 차림을 한 여자들이 홍보지를 나눠주는 아키하바라 같은 곳에서 마지막 시간들을 보냈다면 나에게 일본은 그런 이미지가 많이 남았을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나가노 여행은 10개월간의 일본 생활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해주는 정말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조금 더해서 일본에서 있었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이곳에서의 추억에 종점을 찍는 여행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