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31일
롯폰기힐즈 모리타워 전망대
도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갔던 전망대는 롯폰기힐즈 모리타워의 전망대였다. 원래는 가장 좋아했던 도쿄타워의 전망대를 갈 계획이었지만 도쿄타워가 가장 잘 보이는 롯폰기힐즈의 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계획을 바꾼 계기는 롯폰기힐즈 전망대의 티켓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주쿠역新宿 신남쪽출구新南口의 근처의 티켓 가게에서 원래 1,500엔 하는 입장권을 700엔에 팔고 있는 걸 발견했었다.
날씨가 좋은 1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롯폰기힐즈 모리타워에 오는 건 두번째였다. 롯폰기에는 자주 왔지만 모리타워에는 올 일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롯본기힐즈의 전망대 – 도쿄 시티뷰에 올라갔다. 올라간 시각은 3시 반이었다. 전망대에 올라가자 확 트인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다녀와봤던 전망대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내부 디자인이 정말 세련되었다. 역시 롯본기힐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의 전망대의 내부는 다시 생각해봐도 아쉽다. 전망대에는 카페와 바가 있었고, 평일 낮 시간이라 사람이 많이 없었다.
전망대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으로 도쿄타워가 보였다. 감탄을 했다. 역시 도쿄타워가 보이는 도쿄가 멋지다. 멀리 스카이트리도 보였고, 후지산도 보였다. 전망대를 한바퀴 돌면서 보고 싶은 건물들을 모두 찾아보았다. 2010년 4월 도쿄타워 전망대에 처음 올라갔을 때는 어디가 어디고, 도대체 어떤 건물들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10개월간 도쿄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빌딩들을 보면 이름이 저절로 떠올랐다. 저건 이케부쿠로의 선샤인시티, 신주쿠와 마루노우치의 고층빌딩들도 거의 다 알 수 있었다.
전망대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이번엔 스카이데크에 올라가기로 했다. 스카이데크는 모리타워의 옥상으로 300엔의 추가요금을 내면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롯폰기힐즈의 스카이데크는 도쿄에서 가장 높은 곳의 야외 전망대라는 점에서 유명하다. 햇볓이 따뜻한 좋은 날씨이기는 했지만 역시 옥상이라서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다. 내가 스카이데크에 올라간 시각은 4시 20분이었다. 아직은 환한 도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나의 고민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대로 내려가버리면 야경은 감상할 수 없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을 뿐더러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기엔 날씨가 너무 추웠다. 너무 빨리 올라왔나 싶었다. 물론 아랫층의 전망대에서도 야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지만, 유리벽의 반사 없이 깨끗한 야경을 감상하고 싶었다. 결국 난 기다리고 마음을 먹었다. 해는 저물어갈수록 기온은 낮아지고 바람은 세졌다. 나는 해가 지기만을 계속 기다리며 옥상을 수도 없이 맴돌았다. 똑같은 구도의 사진도 몇 번이나 찍었다. 어둠이 내리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추웠다. 일본에 온 이후로 겨울이 늘 봄날처럼 따뜻했기 때문에 춥다고 느껴 본 적이 없었는데 롯폰기힐즈 옥상은 너무 추웠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하고, 귓볼과 코에서 감각이 조금씩 없어져 가는걸 느꼈다. 이렇게 춥다고 느끼는 것은 한여름 후지산에 올라갔던 날 옷이 모두 비에 젖었던 그 때 이후로 처음이다.
결국 야경을 마음껏 감상했다. 추위에 떨면서 감상했기 때문에 온전히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그 때 본 도쿄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눈을 감고 뜨는 것을 반복했다. 눈을 떴을 때 아름다운 도쿄가 눈 앞에 있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도쿄타워에 올라갔을 적 들었던 똑같은 생각이 되풀이되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도쿄를 보며 지난 10개월간의 도쿄 생활을 떠올렸다. 내가 살았던 코마고메, 전차를 타고 출근했던 긴자와 시부야, 몬자야키를 먹으러 간 츠키시마, 레인보우브릿지를 걸어서 건너갔던 오다이바,,,내 모습이 그려졌다. 이제는 이 곳을 떠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루마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면서 추위를 견디며 조금만 더 감상하고 내려왔다. 내가 롯폰기힐즈 옥상에서 내려온 시각은 7시 10분이었다. 아.. 2시간 50분 동안이나 추운 옥상에 서있었던 것이다. 그 후에 나는 호된 감기에 걸려 사흘간이나 고생했다. 무리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인 원인은 전망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꼭 담아두고 싶은 풍경이었다.
다시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전망대로 내려와 한번 더 야경을 감상한 뒤, 모리타워미술관을 구경했다. 그리고는 300엔의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플라네타리움을 구경했다. 아름다운 우주 속의 별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곳도 매우 아름다웠다. 모든 구경을 마치고 모리타워를 나선 시각은 저녁 8시였다. 거의 5시간 동안 모리타워에 머물러 있었다. 도쿄에 짧은 여행을 왔더라면 시간이 아까워서 그렇게 길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긴 여행의 좋은 점을 느낄 수 있었던 10개월이었다.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10개월 간의 도쿄 생활은 무척 즐거웠다. 질리지 않고서 도쿄의 삶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쿄는 곳곳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와 즐거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살던 코마고메역은 JR야마노테센임에도 정말 조용하교 살기 좋은 마을이었고, 언제나 활기가 넘쳤던 우에노, 다른 세계를 온 것 같은 즐거움을 주는 아키하바라, 웅장한 빌딩들이 많지만 거리를 거리면 기분이 안정되는 마루노우치, 도쿄의 고급스러운 삶을 보여주던 긴자, 그리고 신주쿠와 시부야와 이케부쿠로 - 즐거운 도쿄 라이프였다.
이날 롯폰기힐즈 모리타워에서 본 도쿄의 야경이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