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신흥고의 하교길


2008년 4월 17일

여름이었다. 얼마남지 않은 수능 준비로 늦게까지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자율학습의 분위기는 어느 고3 교실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면서 산만했다. 더운 날씨에서도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집중을 해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 하지만 결코 입시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따. 그저 하루 빨리 입시 공부를 마치고 수능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를 포함한 반 친구들 모두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나의 가슴은 콱콱 막혀왔다. 그날 저녁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더위 때문에 힙겹게 공부를 하고있던 우리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더위를 식혀주는 단비는 너무도 반가운 손님이었다. 비는 야간자습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빗소리를 들으며 그 날의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오자 모두들 가방을 싸서 학교 건물을 벗어났다. 건물을 나서며 우산을 펼치고서 걸어나와 운동장을 가로지르는데, 그 순간 음악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책가방에서 CDP의 이어폰을 꺼내 귀에 끼웠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빗방울이 우산에 튕겼다. 내 귓속의 고막을 울린 음악은 척맨지오의 Feel so good 첫 멜로디를 딱 듣는데, 내 몸 안의 모든 신경이 귀에 집중되고 내 주위를 둘러싼 기운이 모두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자습을 하는 동안 피로해진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어보기도 하고 마음가짐을 바로 하기 위해 메모장에 수많은 글을 적어봐도 풀리지 않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그 짧은 멜로디에 모두 해결되었다.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어가면서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행복했다. 그리고 그때는 단순히 행복감만이 내 기분을 감싼게 아니라 고 3으로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모두 녹여주었던 것이다. 눈물이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할 위로를 음악 한 곡에게서 받아서였을까. 그 음악은 내 자신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나의 모든 상황을 받아주는 듯 했다. 그냥 모두 포기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까지도 다 받아주었다. 황홀했다. 내가 음악 한 곡에 그렇게까지 감동을 받고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입시공부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달래주기엔, 정말 그거면 충분했다. 입시전쟁에서 멋지게 살아남은 선배들의 성공담도 자신감을 가지라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도 나를 달래주기엔 부족했다. 

비가 안내렸더라면 그 기분을 못느꼈겠지. 지구상에 떨어지는 빗방울 한방울 한방울이 음악과 함께 내 속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 음악이 나의 인생의 장면을 영화에 가깝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가 될 수 없는 현실에 음악이라는 배경음악을 삽입함으로써 삶의 장면들이 멋진 영화로 탄생한다. 음악은 그 때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켜 우리가 눈물을 흘리게 하고 더욱 크게 웃을 수 있게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인생은 매우 즐겁게 살아갈 맛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음악과 영화. 정말 아무리 힘든 일이 내 두다리를 꿇게하더라도 일어설 수 있다. 영화와 음악이 있다면. 고3때 야자를 마치고 우산을 쓰고서 빗속을 걸어갔던 그 하교길에서 흘렀던 음악처럼만 나를 감싸준다면 난 정말 미치도록 내 인생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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