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들이야 말로 '삶'이라는 우리에 갇혀서 자기들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할지도 / 우에노동물원

우에노 동물원 / 우리 인간들이야 말로 '삶'이라는 우리에 갇혀서 자기들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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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4일
우에노동물원上野動物園

황금 연휴가 한창인 일본, 5월 4일 오늘은 미도리노히(초록의 날 - 식목일)였다. 그리고 5월 5일은 한국과 같이 어린이날. 예전에 우에노공원에 갔을 때 우에노동물원의 입장료가 600엔(약7천원)이라서 들어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 식목일은 무료입장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도서관에서 3시까지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우에노로 향했다. 요코하마까지 갔다 온 뒤로 도쿄의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도쿄가 내 손바닥 안에 있는 느낌이다. 요코하마 자전거 기행은 나에게 이런 긍정적인 측면도 안겨 준 것이다. 우에노까지는 자전거로 15분 정도가 걸렸다. 하도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도쿄의 지리를 점점 더 알게 된다. 룸메이트 일본 친구보다도 도쿄를 훨씬 더 잘 알 정도다. 내가 어디는 어떻게 가고, 어디에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 놀란다.

오늘 우에노동물원을 다녀와서 생각한 건 '공짜 점심은 없다' 라는 지리한 교훈이었다. 평소에 동물원의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해서 잘 안가던 사람들이 오늘같은 무료 입장을 놓칠리 없었을 것이다. 동물 우리마다 사람이 너무도 많아서 동물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을 정도다. 일부러 날씨가 좀 선선하고 사람도 많이 없을 줄 알았던 폐장 시간에 맞춰간거 였는데, 나와 똑같이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국은 동물을 제대로 감상하는 걸 포기하고는 속으로 '어차피 무료입장인데 뭐..' 라고 위안을 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에게서 공짜로 얻은 참고서는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대가에 상응하는 이득을 취할 생각을 못한다. 만약 오늘 내가 600엔의 입장료를 내고 동물원에 들어왔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동물들을 놓치지 않고 구경했을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 개념 중 하나인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한국에 살면서 가봤던 동물원은 전주동물원과 서울 어린이대공원 뿐이라서 그런지 처음 보는 동물들이 무척 많았다. 캥거루를 실제로 본 것도 처음이었다. 캥거루는 호주에 가기 전 까지는 못 볼줄 알았는데 말이다. 게다가 펭귄들도 엄청 많이 봤다. 펭귄을 본 것도 처음이다. 사람을 구경하러 온건지 동물을 구경하러 온건지 모를 정도로 혼잡하기는 했지만 신기한 동물들을 많이 봐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동물원의 동물들을 보면서 나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 우리에 갇힌 동물원들이 불쌍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저 좁은 우리 안에서 얼마나 답답할까. 그런데 그런 생각도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저 동물들을 불쌍하게 느끼려면, 동물들이 인간과 똑같이 생각을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불쌍하게 보는 것 또한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불쌍하다'는 정서를 대상에게 적용하기 위해선 그 대상 또한 인간과 비슷한 정도의 사유를 해야한다. 나(인간)의 일방적 동정은 무의미한 것 같다. 그리고 동물에 대한 동정심을 가진다고 했을 때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 동물들에게만 동정심을 느낀다고 하는 것도 너무도 인간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매일 같이 맛있게 먹고 있는 소들과 닭들 그리고 맛있게 먹기 위해 키워지는 동물들이야 말로 동정의 대상이 아닐까. 또 모르는 일이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우리 밖을 걸어다니는 우리 인간들이야 말로 '삶'이라는 우리에 갇혀서 자기들과 다를게 없는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걸 보면서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결국 우리에 갇힌 동물들에 대한 동정심보다는 차라리 인간에 대한 동정심이나 분노심으로 돌리는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다.  인간의 지적호기심과 물질적 욕망이 이런 동물원이라는 테두리는 만든 것이지만, 어찌됐든 덕분에 멋진 동물들을 보기 위해 멀리 아프리카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까... 고마워해야 할 일인가.

조금씩 바람이 서늘해지고 땅거미가 내려 앉는 것 같아서 집에 돌아왔다. 그나저나 빨리 골든위크가 끝났으면 좋겠다. 어딜가든 사람이 많으니 천천히 감상하기가 도무지 어렵다. 도쿄 생활 3주차에 조금씩 인적드문 한가로운 곳이 그리워진다. 너무 이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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