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드라이브 - 익숙해짐에 대한 경계와 그리고 날마다 다르게 느끼도록 노력하기

도쿄 드라이브 / 익숙해짐에 대한 경계 /내일도, 다르게 느끼도록 하자. 날마다 다르게 느끼도록 노력을 하자

http://ksi8084.blog.me/40105898308

2010년 5월 3일

일본은 황금연휴기간(고루뎅위크, Golden Week)이다. 하지만 1년짜리 황금연휴를 보내고 있는 나에겐 그다지 의미 있는 기간은 아니다. 아무튼 황금연휴기간이라서 어딜 가든 사람으로 넘쳐난다. 그래서 오늘도 나의 선택은 도서관이었다. 도쿄를 여행하는 것에 벌써 지쳐서 계속 도서관에 가는 것일까. 그런 이유도 충분히 있겠지만 나의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일부로 일본 생활 4주차에 접어들다보니 이젠 도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조금씩 맞춰나가는 것 같다.

삶에 익숙해지는 것은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익숙해지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의 삶이 어떻게 돌아갈지 뻔하게 알게되면 의욕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나도 그걸 경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늘 가는 곳을 가고, 같은 길로 가더라도 이번엔 다른길로 가보고, 다른 음악을 들으면서 가보고, 다른 기분을 가지고 가도록 노력한다. 오늘도 10시에서 2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는 신주쿠와 요요기역을 걸으면서 구경을 했다. 물론 여행자의 기분으로 걸었다.

아무리 익숙한 곳이라도 스스로 여행자가 되어 걷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늘 보던 건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진에 담고 싶으면 마음껏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도 그랬던것 같다. 시간이 남아 서울을 돌아다닐때면 늘 여행자의 기분으로 돌아다녔다. 덕분에 지금도 나에게 서울은 매력적인 도시고 계속해서 여행 해야할 도시다.

익숙해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쉬고 있을 때, 룸메이트 유헤이상이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 나서 나오더니 나에게 물어봤다.

[서니루! 드라이브 갈건데 같이 갈래? 한가해?]
[드라이브요? 정말요?]
[응. 멀리까지는 말고 가볍게 도쿄 한바퀴 돌 생각인데]
[정말요?! 좋아요 좋아요. 가고 싶어요!]

6시정도 유헤이상의 쿠루마(자동차) 를 타고서 드라이브에 나섰다. 도쿄 돔시티를 지나, 황거(고쿄)를  거치고, 오차노미즈를 지나, 긴자를 지나, 오다이바까지 갔다. 처음 가본 오다이바였다. 그토록 유명한 레인보우브릿지의 야경을 보고 스게!!!!(굉장해!!!)를 연발했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낮에만 돌아다녀서 이렇게 도쿄의 밤을 즐기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도쿄의 낮도 좋지만, 밤은 너무도 황홀했다. 정말 낮과는 또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가진 도시다. 오다이바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는 조금 멀어서 망설이고 있던 차였는데 유헤이상 덕분에 오다이바까지 차를 타고 와서 오다이바 전체를 한바퀴 돌면서 구경했다. 오다이바의 야경은 정말 최고였다.

[내가 18살에 이곳, 오다이바가 생겼었거든. 그전엔 여기가 모두 바다였어. 그러니까 이곳이 생긴게 얼만 안된거지. 요샌 이곳보다 더 새롭게 개발되는 곳들이 많이 생겼지만 역시 멋진곳이야]
[네. 정말 멋져요!]
[나중에 일본 친구가 많이 생기고, 혹시 여자친구도 생긴다면 꼭 이곳에 놀러와]
[네. 저도 꼭 그러고 싶네요]
[나도 오랜만에 차 타고 이곳까지 와보니까 정말 좋네. 도쿄의 요루(밤)는 멋져]
[저도 이렇게 멋질 줄은 몰랐어요. 최고네요.]

오다이바 어느 곳에 차를 대고서 공원을 잠깐 걸으면서 바람을 쑀는데 바람은 또 어찌나 시원하던지. 요코하마의 바다와는 또 다른 바다의 모습.
오다이바를 쭉 돌고나서 올때와는 다른 길로 돌아갔다. 아키하바라를 거치고, 우에노를 거쳐 키타구(도쿄의 가장 동북쪽)

[정말 좋네요. 이런 건 상상도 못했어요.]
[이런거?]
[이렇게 밤에 차를 타고 도쿄를 돌아다니는 거요. 드라이브]
[음... 차가 있으면 이런게 좋지.]
[걸어서 여행하는 것도,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도 매력적인데 분명 차로 여행을 하는 것도 낭만적이죠..]

마침 도쿄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주황색 조명으로 물들은 도쿄타워. 숨이 막힐 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웠다. 저번에 낮에 와서 도쿄타워를 볼 때와는 정말 또다른 도쿄타워의 모습이었다. 한 건축물의 낮과 밤이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니 영화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란 영화에서도 자주 비췄던 도쿄타워의 모습은 밤의 모습이었다. 그 순간 영화를 더 느낄 수 있었다. 도쿄라는 도회지의 발전과 함께 걸어온 도쿄타워의 밤의 모습은 낭만이었다. 도시의 삶에 지치는 사람들을 모두 위로해주기라도 하는 듯 도쿄타워는 그렇게 서 있었다. 자동차 안에서 감상을 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게 아쉬워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밤에 시간을 내서 와보기로 다짐했다.(남는게 시간이라 시간을 내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지만)

드라이브를 하면서 유헤이상과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 유헤이상은 이번주 토요일에 3주간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이번주 토요일요? 여행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가요?]
[응. 그렇게 됐어. 일도 이번주에 그만뒀고]
[일도 그만뒀어요?]
[응]
[그렇군요.. 3주는 좀 길지 않아요?]
[음..좀 그런것 같기도 해. 그래서 시간이 된다면 베트남과 캄보디아도 가 볼 생각이야.]
[우와... 정말.. 유헤이상은... 정말... 자유인이네요.]
[자유인?....(웃음)]
[네. 멋져요. 부럽고요.]
[너도 일본으로 여행을 왔잖아. 똑같은거지 뭐.]
[그렇죠? (웃음)]

한국에 대한 얘기, 일본에 대한 얘기, 앞으로의 얘기, 도서관에 대한 얘기와 함께 2시간 동안 드라이브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유헤이상의 배려가 너무도 감사했다. 타국의 룸메이트에게 이토록 친절한 사람이라니. 일본에 와서, 첫 룸메이트이면서 처음 만난 일본인이 유헤이상인데, 유헤이상을 못만났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타국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는 일본인을 만났더라면 나의 일본인에 대한 생각도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너무도 행복한 밤이다. 며칠전 동갑내기 룸메이트 이나다군과 도쿄의 밤 공기를 마시며 조깅을 했을때도 감격스러웠는데, 오늘도 너무 감격스러운 밤이다.

언젠가는 이런 도쿄의 밤 풍경도 익숙함으로 다가올 때가 분명 찾아올 것이다. 그토록 황홀했던 도쿄타워의 야경을 보면서 더 이상 영화 '도쿄타워'를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고,  단순히 빨간 조명을 받고 있는 전파탑으로 보일 때가 찾아올 것이다. 곧 '익숙해짐'이다. 늘 먹는 밥을 맛있는지 모르고 먹는 것처럼, 늘 다니는 길이 멋진 길인 것을 모르고 걷는 것처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조금씩 새로움을 주고, 대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들으려고 하고, 무엇보다 다르게 느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다면 타성에 젖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의 기본적인 출발은 오늘의 태양과 내일의 태양이 다르다는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일도, 다르게 느끼도록 하자. 날마다 다르게 느끼도록 노력을 하자. 노력하지 않으면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