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과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은 영혼

자유로운 영혼과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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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8일

오늘 룸메이트 유헤이상이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3주간의 동남아 여행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도 갈 생각이라고 하니까. 어제는 유헤이상과 함께 우에노 시장에 가서 함께 쇼핑을 했다. 유헤이상이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사야된다고 해서 같이 따라 갔다. 그런데 어제 가방을 사는 것이다.
[유헤이상, 3주 동안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출국 전날 가방을 사는거에요?]
[응]
[말도 안돼요 ! 그럼 준비를 하나도 안했다는 거에요? 여행 계획은 짰어요? 잘 곳이랑은 정하고요?]
[아니. 하나도 안했어. 가방 샀으니까 이제 집에가서 챙겨야지.]
[정말.. 유헤이상...비행기표는 끊었겠죠?]
[ (웃음) 비행기표는 당연히 끊었지.]
[그건 다행이네요 ㅋㅋ]
집에 돌아와서 간단하게 짐을 챙기다가 저녁이 되자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다고 나가서, 오늘 점심에 집에 들어왔다.
[유헤이상 늦지 않았어요?]
[엄청 늦었어. 시간이 없어. 빨리 준비해서 나리타 공항 가야되는데]
그러더니 그제서야 빨래를 돌리고 가방을 싸고 이것저것 챙기는 유헤이상...

[유헤이상, 정말 이따가 비행기 타고 태국 가는거 맞죠? 3주 동안요.]
[어 맞아]
[전혀 해외여행 가는거 같지 않아요, 유헤이상..]
[해외여행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해.그냥 집 앞의 콘비니(편의점)에 가는 것 같은 기분으로 가는거지 뭐.]
유헤이상의 그 말은 조금 충격이었다. 여행의 재미는 준비에 비례하고, 여행의 질은 정보의 양에 비례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나에겐 충격이었다. 편의점에 가는 기분으로 가는 해외여행이라...유헤이상과 늘 대화를 나눌때마다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을 해왔지만, 오늘 유헤이상의 저 한마디가 유헤이상의 거의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도대체 얼마나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 놓아야 저 경지에 이를까 감탄을 했다. 결국은 멋지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운 영혼 유헤이상을 집 앞의 역까지 배웅해주었다.
[태국은 지금 36도라는데 걱정되네요. 즐거운 여행 되길 바래요. 몸 조심히 잘 다녀와요. ]
[그래. 너도 일본을 즐기고 있어. 내가 여행간 동안에 귀여운 여자친구 만들어 놔]
라고 말하고는 정말 편의점에 물건 사러 들어가는 사람처럼 가볍게 기차에 올랐다.

유헤이상 같은 수많은 자유로운 영혼들이 이 지구 위를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왠지 멋지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지만 그들에겐 털끝만치도 못 미치는 나 같은 영혼들에겐 너무도 멋져 보인다. 자유로운 영혼과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은 영혼. 아마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어하는 영혼은 결코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없겠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자체가 자유롭지 못한거니까. 그냥저냥 그 정도의 영혼이 되어 살아가련다,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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