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낀 일본과 일본인

 내가 느낀 일본과 일본인

비행기를 타고서 하네다공항에 도착했을 때 기분이 기억난다.  공항에서 전차를 타고 숙소까지 갈 때는 너무도 까마득했다. 모든 표지판들이 일본어였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들도 전부 일본어였다. 그때는 정말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인 '코마고메駒込'까지 가기 위해 정말 필사적이였다. 전차를 타고 가는 내내 별별 생각들이 들었다. 일본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처음 생활해 본다는 설렘이 컸다.

숙소에 정착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설렘은 많이 진정이 되고 점차 생활에 적응을 해나갔다. 일본은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지만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닌 더 먼나라로 갔더라면 적응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에서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한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일본은 한국과 가까운 나라여서 적응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처음에는 일본과 한국의 다른 점들이 눈에 보이고, 그런 점을 발견하는 일이 무척 재미있었다. 사람들의 특성을 시작으로 해서 길거리의 풍경, 슈퍼마켓 진열대의 상품들, 전철 중심의 교통 시스템, 뭐든지 한국보다는 작은 물건들을 보면서 내가 지금 일본에 있다는 걸 느끼려고 했다. '이런 점은 일본보다 한국이 좋다. 저런 점은 한국보다 일본이 잘 되어있네.'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 정석으로 돌아가는 사회

 처음에는 많은 부분들이 불편으로 다가왔는데 초반에 가장 불편했던 것은 일처리가 늦은 사회 시스템이었다. 일본 사람들이 절대 한국인에 비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생활하거나 행동이 느린 사람들은 아닌데도 일이 진행되는 속도가 매우 더디였다. 조금만 더 융통성을 발휘해서 일을 처리한다면 빨리 끝낼 수 있을텐데라며 마음속으로 답답해 하였다. 어느 경우에도 일본인들은 일을 대충 대충 처리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설령 상대방의 시간을 뺐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수속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밟는다. 나중에 발생할 수도 있는 만일의 사고에 대하여 철저한 대비를 하고, 그것에 대한 설명을 모두 고객에게 전달해줌으로써 '자신은 충분히 고객에게 전달사항을 모두 전했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핸드폰을 개통할 때에도 시간이 정말 오래걸렸다. 핸드폰 상자안의 부속품을 모두 꺼내어 일일히 설명해주고 계약에 대해 꼼꼼히 확인하였다. 심지어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회원증을 만들 때도 도서관 직원은 나에게 도서관 이용 약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었다. 뚝딱하면 바로 나오는 한국 사회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조금은 나와 같이 느꼈을 것이다. 참, 그런일도 있었다. 우연히 일본 기상청의 기후 박물관에 가게 된 일이 있어서, 쭉 한번 가볍게 둘러볼 생각하며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상청의 직원이 다가오면서 자신이 안내를 해주겠다며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물들을 하나하나 열의를 다해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너무 열성적으로 설명을 해주셔서 안내를 거절하기에도 난처했다. 아마 박물관이라는 곳에서 그렇게 유심히 설명을 들어가며 전시품들을 구경했던 적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회원 등록을 마쳤는데도 직원이 도서관 이용가이드와 몇몇 안내서를 4장이나 보여주면서 20분 넘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일본인들은 이런 경우 대충 넘어가는 일이 절대 없는 것 같다. 핸드폰을 만들고, 통장을 만들 때도 거의 설명만 30분 넘게 들었다. -2010년 4월 16일 일기 中 - "

일을 대충대충 처리하지 않고 꼼꼼하게 진행해나가는 일본의 사회시스템과 국민성, 융통성을 발휘하여 속전속결로 해결하는 한국의 사회시스템과 국민성이 잘 조화를 이룬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과 일본,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국민성과 사회시스템으로 발생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고 사회 구성원의 만족도도 올라 갈 것이다.

(처음에는 일본워킹홀리데이 경험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서술을 하다보니 포괄적이지 못하고 글이 너무 길어지고 마는 것 같다.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가져봤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 만한 내용만을 쓰고 있는 느낌이 든다. 글의 방향을 전환해서 워킹홀리데이 경험에서 느낀걸 위주로 써내려가야겠다.)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을 위주로 정리해 보자면,

먼저 자립심과 자신감이다.
나에게 일본에 나간다는 것은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한국과 아무리 가까운 나라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다를 건너 가야만하는 외국이다. 그런 사실이 생활 초기에 나를 매우 긴장시켰다. 무엇보다 아프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아파도 걱정을 해주는 사람이 없고, 병원이나 약국에 찾아가 증상을 설명할 때 난감할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런 환경이 사람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사람은 절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하루 빨리 인맥을 넓혀가는게 중요했기 때문에 가능한한 일본어를 말하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그런걸 보면 어쩌면 처음에는 나의 필요에 의해서 인간관계를 넓혀갔던 건지도 모른다. 사람을 사귀지 않으면 이대로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서. 대학교 1학년 때도 그랬다. 오티에 가서 처음 만난 친구들과는 딱 하루밖에 만난 적없는 친구들이었는데도 괜히 혼자 수업을 들으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시간표를 같이 짜기도 했고, 이런 저런 동아리에도 많이 가입하면서 인맥을 적극적으로 넓혀가려고 했다. 일본에서도 처음 만난 사람들과 관계의 끈을 견고히 하기 위해 자주 말을 붙이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였다. 사람은 낯선 환경에 서있게 될수록 함께 할 사람을 찾는 것 같다. 아마 그런 특성은 내가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도 그랬듯이 모두와 깊게 친해지기는 어려웠다.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잘 통하는 일본인들과의 관계가 깊어져갔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것이, 사람 사이의 진심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는 한국인, 당신은 일본인이라는 사실관계가 무척 중요했다.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이 한국인인가, 일본인인가라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부터 그 사람을 색안경을 끼고서 바라보았다. 그래서 앞에 있는 사람을 한국인 또는 일본인이라는 기본 토대 위에 세워놓고 그 사람을 그려나갔다. '한국인은 이렇고, 일본인들은 이런걸 좋아하고 저런 걸 싫어하지.' 등의 생각들이 따라다닌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앞에 있는 사람의 국적은 그 사람을 판단하기에 너무도 작은 힌트라는 걸 알았다. 그런 걸 알아갈 때 조금은 머리 속이 복잡했던 것 같다. '아니 왜 이 친구는 일본인인데도 이렇게 행동하지.' '한국인답지 않네.' 사람을 바라볼 때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편견들이 나와 상대방의 관계를 묶어주는 데에 장애물이 되고 있던 것이었다.

(끝내지 못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