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2주차 시작 / 남쪽으로 자전거 여행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일본에 온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벌써 일주일의 시간이 가고 다시 월요일이다. 고로 이제 일본생활 2주차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여행자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지난 일주일을 돌이켜보면 많이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온 첫날부터 비가 오더니 다음날 잠시 맑아졌다가 그 뒤로 계속 흐리고 비만 오고, 듣기론 41년만에 일본에 4월달에 눈이 왔다고도 했던, 여러모로 날씨부터가 조금 정신 없었던 한 주였다.
  다행히 2주차의 첫 날이었던 오늘의 날씨는 굉장히 좋았다. 어젯밤에 룸메이트 유헤이상이 오늘은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간다고 말을 해줬다. 하지만 수요일부터는 다시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고 했다. 뭐, 날씨가 항상 좋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날씨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 특히 요즘 자전거로 도쿄를 여행하고 있는 나에겐 비가 온다는 것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여튼 날씨가 매우 좋은 하루여서 오늘도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오늘은 정말 여러 곳을 돌았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서서 오후 5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왔으니까 8시간이나 자전거를 탄 셈이다. 오늘은 정확히 목적지가 있었던 게 아니라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아래쪽으로 내려가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내려갔다. 갈 때는 아무 계획 없이 막 내려가니까 표지판 보면서 마음대로 달렸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는 집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 몰라서 한참이나 헤매면서 왔다. 정말 나름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내 머리속의 GPS가 도쿄란 도시에선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하루였다. 내가 사는 곳 외에는 지리를 하나도 모르고 표지판을 봐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봤을 때는 도쿄의 도로는 이방인에게 너무 친절하지 않았다. 망가진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도로도 그렇고, 표지판의 설명도 너무도 추상적이다. 그냥 그렇게 느꼈다. 때문에 더욱 오기가 생겼다. 도쿄란 도시의 엄청난 전철-지하철노선과 도로를 정복하고 싶은 오기.

  그래서 오늘 자전거를 타고 헤매면서 돌았던 곳은 대충 이렇다.
우리 집(코마고메) - 도쿄 돔시티(Tokyo Dome City) -  황거(고쿄 - 천황이 사는 곳)  - 도쿄타워(Tokyo Tower) - 게이오 대학 - 롯본기힐즈 - 국립신미술관(國立新美術館) - 도쿄미드타운(Tokyo Mid Town) - 아오야마 - 요츠야 - 와세다 대학 - 도쿄돔시티 - 집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도쿄타워에 갔을 때 내가 집에서 지갑을 안챙겨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모른채 주머니에 있던 동전으로 도쿄타워 전망대 입장권 (820엔(약1만원))을 사버렸다. 나중에 배가고파서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사마시려고 하니까 지갑이 없던 것이다. 딱 동전 250엔이 남아있길래 그거로 규동(소고기덮밥)만 하나 사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그렇게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아침밥도 안먹고 출발했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정말 침대에 바로 쓰러졌다. 정신이 혼미했을 정도다.ㅋㅋ. 이렇게 장시간의 하이킹은 제주도 자전거 여행 이후 처음이었으니까 몸이 지칠만도 했다.

  침대에 바로 쓰러져서 좀 누워있는 그 때, 전화가 따르릉 울렸다. 아르바이트 면접을 본 곳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아핫! 설마 합격인가?' 생각하고 기쁜마음에 "하잇" 하고 대답했다. "김상, 교외활동허가서도 가지고 있나요? 그게 필요하거든요." "아! 전 취학비자가 아니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라서 그게 없어도 되는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요? 흠... 그렇군요...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하잇!" 아..전화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또 다시 기다리라는 하는건지.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봐야되나. 오늘은 너무 피곤하구나.

도쿄 돔 시티(Tokyo Dome City)
도쿄돔시티에 있는 놀이공원은 따로 울타리가 없고 오픈되어있다. 도시 한가운데서 즐기는 저런 롤러코스터라니.

고쿄(황거)
오늘은 들어가지는 않고 주위만 돌았다. 주위를 도는 것만으로도 위엄있어 보였다. 이곳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많더라. 고쿄 주위에 둘러싼 묵직한 빌딩들도 멋있었다.

도쿄타워 Tokyo Tower
도쿄타워는 정말 멋진 건축물이었다. 딱 처음 본 순간 '오다기리조의 도쿄타워'란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를 보고나면 도쿄타워가 그냥 도쿄타워로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영화를 볼 생각이다. 좀 더 영화를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이때가 1시정도 되어서 너무나 배가 고파서 건물 안에 들어가서 구경할 힘이 없었다. 아침과 점심도 안먹은 상황이다보니 내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와서 럭셔리한 일상을 보고 감탄 좀 해야겠다.

국립신미술관
굉장히 세련된 건물이다. 이런 세련된 건물이 국립미술관이라는 사실이 도쿄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입장료가 없고, 전시회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던 점이었다.
배가 허기지니 작품이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이런 품격있는 문화 생활도 먹는 걸 해결한 다음 즐길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도대체 왜 지갑을 안 챙긴걸까.

와세다 대학
뜻하지 않게 길을 잘못들어 와세다대학 앞도 오게 되었다. 저번에 도쿄대학도 뜻하지 않게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와세다 대학이라니. 뭔가 신기하다. 내 몸이 자동적으로 대학으로 끌리는 것 같다.ㅋㅋ 위치를 잘 알았으니 다음엔 제대로 캠퍼스구경을 하러 와야겠다.

노면전차(都電荒川線)
와세다대학 앞이 종점이었던 都電荒川線도덴아라카와센. 도쿄에 와서 처음보는 노면전차라서 정말 신기한듯 계속 쳐다봤다. 왠지 좋다. 긴 전철보다 지하철보다 운치있다.

매우 긴 하루였다. 긴긴 하루였다. 내일은 집에서 쉬면서 책이나 좀 읽어야겠다.

하루는 여행자로 살고
하루는 학생으로 살고
하루는 알바생으로 살고
하루 하루 맨날 똑같으면 재미없으니까, 또 지치니까.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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