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2일 D-DAY 전역날
오늘 드디어 전역을 했다. 기분이 좋았다. 하늘을 날아오르고 싶었다. 전역식 행사 중에서 제창했던 애국가는 내가 살아오면서 불렀던 수많은 애국가 중 가장 뜨거웠다. 전역식의 막바지쯤 해군가를 부를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 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바다를 지켜야만 강토가 있고 강토가 있는 곳에 조국이다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가 고향 가슴속 끓는 피를 고이 바치자 내가 전역을 했다. 입대하던 날의 기억이 워낙 생생하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흐른것 같이 느껴지지만 참으로 길고 긴 시간이었다. 입대와 동시에 제대를 목표를 해왔으니까 말이다.
무사히 전역을 해서 기쁘다. 전역을 하면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수능을 치르고서 시험장을 걸어나왔을 때처럼 아쉬움이 남지만 속이 후련한 기분.
이제 군필자다. 프라이드를 내세울 마음은 없지만, 그냥 2년간 해군으로서 복무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나에게 많은 걸 깨우쳐 준 군대다. 좁은 시야에 갇혀있던 나의 세상을 한꺼풀 벗겨주었다. 해외에 나가서 얻는 경험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다. 군대에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세상을 경험하고 나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입에 바른 소리로 군대라는 체제를 찬양할 마음은 없지만,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군에 입대한 첫 날부터 쓰기 시작했던 일기를 시작으로 어제까지 쓴 일기장만 모두 11권이다. 11권의 일기장에 나의 군생활이 녹아있다.
지금 당장은 꺼내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 일기장이 보물이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허약하고, 그리고 세상 일의 짜임새는 놀랍도록 치밀하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22일 병영일기도 끝을 맺는구나. 나의 인생은 누구의 것인가. 인생이란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이고, 일기장이라는 역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나의 젊은 날의 2년을 바친 군생활은 너무도 좋았다. (돌이켜보면) 기쁜 날도 있었고, 슬픈 날도 있었고, 힘든 날도 있었고, 짜증나는 날도 있었고, 지루한 날들도 있었지만, 지나보낸 시간들이 아름답지 않을리 없다. 멋진 2년이었다. 멋진 2년의 여행이었다. 2년의 여행을 마치고 이제 집에 돌아온 나는 또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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