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都旅行 교토여행 둘째날
2010년 11월 23일~ 24일
京都교토여행 (5) 大徳寺다이토쿠지
京都교토여행 (6) 金閣寺킨카쿠지
京都교토여행 (7) 龍安寺 료안지
京都교토여행 (8) 仁和寺닌나지
京都교토여행 (9) 아라시야마嵐山
(5) 다이토쿠지大徳寺
교토 여행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화창한 아침 하늘을 기대했지만 하늘은 비가 올 것 같이 구름만 잔뜩 끼어있었기 때문에 힘찬 출발이 아닌 2% 모자란 힘찬 출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둘째 날은 자전거 투어를 할 계획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전거 대여도 하고 있어서 400엔이라는 싼 값에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다. 럭키! (원래 찾아가기로 한 자전거대여점의 대여료는 약 1200엔이었다.)
자전거 페달을 처음 밟고서 앞으로 전진하는 순간 머릿속이 팟! 하고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아.. 그래 여행이란 이런 느낌이야.’ 그 순간 오늘은 왠지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낯선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느낌이 너무도 좋다. 둘째 날의 첫 일정은 다이토쿠지大徳寺다.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고 나서야 급하게 결정한 것이다. 킨카쿠지로 바로 가려고 했지만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아서 한 곳이라도 더 들렸다 가고 싶었다. 아침의 大徳寺는 매우 조용하고 인적이 없었다. 아침 이른 시간이기도 했거니와 어제와는 달리 평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여행은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좋은 것이다. 경내에는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한국의 절과 많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곳곳에서 새소리와 마당을 쓰는 빗자루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너무도 평화로운 아침의 풍경이었다. 평화로운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다이토쿠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역시 다이토쿠지에 대한 특별한 배경지식을 사전에 봐두지 않았다는게 아쉬웠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경내를 산책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그 날 아침에 봤던 다이토쿠지를 잊을 수가 없다. 사찰이라는 곳은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고 천천히 둘러봐야 하는 곳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난젠지南禅寺만큼 이목을 끌만한 큰 건물이 있던 것도 아니고, 모두가 반할만한 화려한 단풍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다이토쿠지의 아침 풍경이 아침도 기억에 선하다. 교토에 있는 여러 군데의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사찰마다의 단풍 풍경이 모두 제각각 다르다. 단풍 나무가 사찰 건물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그러하고, 주로 심어져 있는 단풍 나무의 종류, 단풍이 물들어 있는 정도 그리고 그 화려함에 있어서도 모두 다르다. 모든 사찰과 정원들이 각각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토라는 곳이 단풍의 명소로 지목 받는 이유인 것 같다. 다이토쿠지의 단풍은 화려함보다는 엄숙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었다. 여유롭게 다이토쿠지를 둘러 볼 때서야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교토에 오길 잘했구나’ 라고.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좋은 출발을 했던 둘째 날의 첫 일정이었다.
다이도쿠지를 나와서 다음 목적지인 킨카쿠지를 향하려고 하는데 해님이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나의 교토 여행은 지금부터인가.’
다이토쿠지 관련 참고 사이트
위키피디아 http://ja.wikipedia.org/wiki/%E5%A4%A7%E5%BE%B3%E5%AF%BA
http://homepage2.nifty.com/cub/niwa/kotoin.htm
http://odekake.huuryuu.com/daitokuji.html
(6) 金閣寺 킨카쿠지 (=鹿苑寺 로쿠온지)
자전거를 타고서 킨카쿠지金閣寺에 도착했다. 킨카쿠지가 교토의 관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다. 건물의 외벽을 전부 금박으로 도금을 했다는 것 자체가 탄생의 순간부터 유명해지지 않을래야 유명해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누군들 그 건물을 실제로 한 번쯤은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역시나 킨카쿠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도 어제의 긴카쿠지보다는 아니었다. 평일 아침이라서)
킨카쿠지가 실제로 처음 눈에 들어온 순간 경탄을 했다. ‘와…’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교토에 오기 전 교토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면서 여러 번 사진으로 봤을 때 ‘아, 이렇게 생긴 건물이구나. 정말 외벽이 금으로 되어있네.’라는 느낌 외에는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보니 그 건물의 화려함은 사진 속의 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사진 속에 위대한 자연 경관만을 담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저기 놓여있는 금각사의 화려함도 사진에 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 발광하는 건물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킨카쿠지 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곳이나 그런 것처럼 킨카쿠지에도 안 쪽으로는 잘 만들어진 정원이 있었다. 약간 언덕 쪽으로 올라가서 킨카쿠지를 바라 볼 수도 있었는데 그 각도에서 바라보는 킨카쿠지의 모습도 여전히 화려했다. 킨카쿠지의 출구에 다다랐을 때 다시 한번 눈에 담아두고 싶어서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그곳에는 보이지 않았다. “백문이불여일견 –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 라고 많이들 말하지만, 이미 영상기술이 충분히 발달한 지금의 세상에서는 “영상으로 백 번 보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들이 그렇게 멀리까지 여행을 다니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7) 료안지龍安寺
킨카쿠지는 교토에서 보면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어제는 버스를 타고 교토의 동쪽 지역을 돌아본 일정이었다. 오늘의 일정은 자전거를 타고서 서쪽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그 시작이 북쪽에 위치한 다이토쿠지大徳寺였고 그로부터 조금씩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킨카쿠지,료안지龍安寺, 닌나지仁和寺를 거쳐 아라시야마嵐山까지 달리는 계획이다.
킨카쿠지에서 료안지로 가는 길, 키누카케노미치きぬかけのみち를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올 봄 도쿄에 처음 왔을 때 자전거를 사서 처음으로 도쿄를 내다릴 때의 기분이었다. 양쪽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과 단풍나무들은 달리는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옛날에 봤던 어떤 영화(영화의 제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After Midnight] 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에서 주인공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자전거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자전거를 타고 길을 달리는 것만으로 기분이 이렇게 좋아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이런 멋진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여행의 둘째 날 자전거 투어를 하기로 한 것은 백 번 잘한 일이었다.
鏡容池(きょうようち) 쿄요치 호수
료안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자그만 한 호수이다. 호수의 주변은 예쁘게 물든 단풍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곳 류안지에서는 호수와 어우러지는 단풍의 모습과, 호수에 투영된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호수를 따라 나있는 산책로는 단풍 나무들로 우거져 있어서 단풍의 숲을 찾아온 느낌이랄까 단풍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다.
킨카쿠지를 출발하는 순간부터 날씨가 더 맑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단풍이 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점점 맑아지면서 내 마음도 한결 더 가벼워져 갔다. 어제와는 너무도 다른 기분이었다.
료안지 또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사찰인데 유명한 료안지의 방장정원을 보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다. 류안지의 정원은 작은 마당에 자갈과 암석과 이끼만으로 만들어져 있다. 다른 사찰의 정원들이 시냇물과 여러 식물들로 작은 자연을 만들어 놓은 것과는 다르게 매우 간결하고 소박한 정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루에 걸터앉아 그 정원을 감상하고 있었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마침 마루에 자리가 비어서 함께 정원을 감상하는데 동참했다. 이제까지 봐 온 정원들과는 색다르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역시 이런 독특한 정원을 보면서 사색에 잠기기 위해서는 혼자서 조용히 감상해야 한다. 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대상을 앞에 놓고 앉은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가 제각각 인 법이다. 정말 여기 툇마루에 걸쳐 앉아서 이제까지 느끼지 못한 특별한 영감을 얻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정원을 바라보면서 정원의 형태에 대한 생각보다는 정원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 더욱 신경이 갔다. 그 편이 더 재미있기도 했고 말이다.
료안지의 방장 정원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는 위키피디아에 나와있다.
http://ja.wikipedia.org/wiki/%E9%BE%8D%E5%AE%89%E5%AF%BA
가벼운 기분으로 료안지를 둘러보고 나서 다음 목적지인 닌나지仁和寺로 향했다카페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가 교토의 사찰들을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교토의 사찰들은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서야 동료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료안지를 떠나면서 다음에 갈 닌나지는 또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http://ja.wikipedia.org/wiki/%E9%BE%8D%E5%AE%89%E5%AF%BA
http://www.ryoanji.jp/
(8) 닌나지 仁和寺
닌나지仁和寺에 들어서는 기분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닌나지에 도착한 시간이 딱 정오 때였는데 하늘이 이미 맑아질 대로 맑아져서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고 발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진다. 나는 이런 맛에 여행을 하는 것이다. 닛코여행을 했을 때도 그랬다. 해가 나올 듯 말 듯한 하늘을 보며 구름이 걷히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게 개는 순간의 기쁨을 맛 보았다.
여행을 하면서 사진 찍는걸 좋아해서인지 여행에 있어 날씨는 정말 중요하다. 푸른 하늘아래 맑게 보이는 여행의 풍경과 흐린 하늘 아래의 풍경은 여행은 너무도 달라서 여행의 추억을 송두리째 바꿔놓기까지 한다. 하지만 맑은 날의 여행도 좋아하고, 흐린 날의 여행까지도 즐길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여행가가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닌나지仁和寺
닌나지는 진언종 신사파의 총본산인 사원이라고, 백과사전에는 나와있지만 진언종 신사파가 무엇인지 모르니까 그 중요성을 잘 모르겠다.
이틀동안 교토를 여행하면서 점점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너무나도 많은 신사와 절이 모여있는 교토라는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역사 공부가 정말 깊게 필요하다. 한국의 경주를 여행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역사에 대한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교토를 여행하는 것과 공부를 한 뒤에 여행을 하는 교토는 전혀 다를 것이다.하지만 이번엔 단풍 구경이라는 목적을 핑계삼아 가볍게 여행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대로 공부를 하고 나서 교토를 돌아보기 전에 한국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나서 경주를 여행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닌나지의 풍경
역시 이 곳에도 벚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의 풍경은 지금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일 것이다.
닌나지에 심어져 있는 벚나무는 오무로 벚나무라는 희귀종으로서 다른 벚나무에 비해 개화시기가 늦다고 한다.
금당 앞의 단풍
교토를 이곳저곳 여행하면서 단풍 나무들을 볼 때마다 나무마다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 볼 때마다 감탄을 했다. 하지만 교토 여행 중 본 단풍나무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단풍 나무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닌나지 금당 앞의 단풍나무다. 정말 너무도 아름다워서 한동안 넋을 잃고 고개를 들어 단풍을 감상했다. 한 나무에 새빨간 단풍에서부터 짙노란색의 단풍까지 정말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 단풍이 들어있었다.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 도쿄에서 이곳까지 달려왔으니 실컷 감상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단풍을 카메라에도 담아봤지만 역시 사진으로는 눈앞에서 감상했던 단풍의 아름다움에 조금도 미치지 못한다.
다시 한번 단풍 여행을 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한 것만으로 이번 여행은 충분했다. 나를 비롯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한동안 그 단풍 나무를 감상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눈 앞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일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을 것이다. 봄에는 벚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가을에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맛보면서 말이다. 지금보다는 바쁘게 살지 않았을 옛 사람들은 이런 자연이 있었기 때문에 인생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야 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일년을 짧게 보내겠지만, 짧게 느껴지는 일년이라는 시간의 가치는 전자와 후자가 매우 다르지 않을까 싶다.
바쁘게 사는건 정말 중요하다. 그만큼 시간의 귀중함을 알고서 알차게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는다면 인생이 더 아름다워질 것만 같다.
말 기분좋게 닌나지 구경을 마친 다음 이제 다음으로 향할 곳은 아라시야마였다. 닌나지에서 아라사이야마까지는 자전거로 꽤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에 서둘러서 닌나지를 나섰다.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며 시간이며 너무 순조롭게 풀리는 것만 같았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라는게 내 생각이다. 내가 하는 여행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즐겁다. 타고난 여행가라고 할수는 없지만 나의 여행에는 언제나 행운이 따라준다. 그래서 언제나 즐겁다.
(9) 아라시야마嵐山
이른 아침부터 다이토쿠지, 킨카쿠지, 료안지, 닌나지까지 자전거 투어를 하고서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아라시야마嵐山였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닌나지에서 아라시야마에 가는 길, 이치조도오리一条通의 경치는 말도 못할 만큼 빼어났다. 그 청명한 하늘 아래의 가을 들판을 자전거로 타고 달리는 기분. 이렇게까지 가을을 마음 속까지 느껴본 적은 처음이다. 이건 정말 말이 필요없는 순간이다.
닛코의 센조가하라 들판에 섰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닛코 여행을 갔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한국과 그리 멀지도 않은 일본에 와서 일본의 자연경관을 보고서 감탄을 하는 건 조금 아깝지 않을까라는 생각. 앞으로 여행을 세계의 구석구석을 위해 그런 감탄은 조금 아껴둬야 되는건 아니냐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2주 뒤에 다시 교토의 들판에 서있으니 그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한 거였다. 여행지는 모두 저 마다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고 그 경치를 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갔던 같은 장소를 여행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생각도 바뀌게 되고, 상황도 바뀌게 되기 때문에 또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일생에 한번이라는 일본 워킹홀리데이라는 기회를 얻고, 도쿄에 거처를 잡게된 다음 이 곳 교토에 여행에 오게 된 것이 이 순간을 위한 모두 하나의 스토리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만약 애시당초 도쿄가 아닌 교토로 왔더라도 이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까.'
내 인생의 영화의 한장면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늘 바라는 삶 '기분좋은 영화같은 삶'을 지금 누리고 있다. 자전거로 교토의 한적한 들판을 달리는 그 순간은 참 평화롭기도 했다. 애초에 내가 보고 싶어했던 교토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여러 문화재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 속에 끼어 잘 알지도 못하는 문화재를 감상하는 것보다는 자전거를 타고서 (그 길은 걸었더라도 좋았을테지만) 느끼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교토의 모습이 더 좋았다. 덕분에 어제의 조금은 지루했던 후반 일정에 대한 아쉬움도 거의 사라져 갔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면서 가을 풍경을 원없이 감상해서인지 정작 기대가 컸던 아라시야마에 도착해서는 구석구석 돌아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교토에서 손꼽히는 단풍 명소이다 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긴 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시 되돌아가는 시간도 생각해야했기 때문에 큰 길가를 중심으로 돌아다녔다.
아라시야마아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바로 이 큰 은행나무의 근처였다. 벤치에 앉아서 혼자서 조용히 가을의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좋았다. 아라시야마의 숨겨진 명소를 찾아 구석구석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그 나름대로 가을을 즐기고 있는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여유로이 한 곳에 앉아머물러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가을도 분명 멋진 가을이었다.
아라시야마에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아서 이 곳에서 사람들에게 갖다줄 교토의 오미야게를 구입했다. 오미야게를 사고나서 바로 자전거를 타고서 교토의 중심부로 되돌아갔다. 게스트하우스에 자전거를 반납하고서 마지막 목적지 기요미즈데라清水寺까지 가기 위해선 서두르지 않으면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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