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都旅行 교토여행 첫째날

京都旅行 교토여행
(1) 여행의 시작 - 祇園기온, 円山公園마루야마공원
2010년 11월 23일~ 24일
[가을에 여행을 가려면 어디가 좋을까요?]
[가을이라... 역시 가을하면 교토지. 가을의 교토는 정말 아름다워. 교토는 나도 정말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여름에 쿠리하라상과 나눴던 대화>
京都교토여행 (1) 여행의 시작 - 祇園기온, 円山公園마루야마공원 
京都교토여행 (2) 平安神宮 헤이안진구, 無隣庵 무린안
京都교토여행 (3) インクライン인크라인, 南禅寺난젠지  
京都교토여행 (4) 오반자이 점심, 哲学の道 철학의 길, 교토의 밤 
2010년 11월 23일,24일 교토에 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오고나서 빨리 사진도 정리하고 여행기를 쓰고 싶었는데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이 많지만 않더라면 바로 올렸을테지만 사진을 정리하는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찍은 사진이 너무 많다보니 정리 작업 자체에 지치기도 했다. 그렇게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편집하고 있다보면 '도대체 내가 왜 이 작업을 하고 있는걸까. 이 시간에 책을 읽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다시 마우스를 잡는 이유는 의지력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다는 생각은 이미 없어지고, 한번 시작한 작업이니까 끝을 봐야하지 않겠어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2010년 가을, 교토, 닛코日光에 이은 두번째 가을 여행지다. 닛코가 아직까지 머리 속에 풍경이 선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황홀한 여행이었기 때문인지, 그 다음 여행지 교토에 대한 기대도 정말 컸다. 여행을 출발하기 10여일 전부터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 제발 날씨가 좋기를 바랐다. 처음엔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보고서 절망에 빠졌지만,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점점 흐림으로 바뀌어 가면서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갔다.
다행히 여행 중에 비는 내리지는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나에게 날씨는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흐렸던 첫째날과 맑았던 둘째날의 기분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때문에 그런 이유도 있지만 분명 맑은 날의 기분과 흐린 날의 기분은 뭔가 달랐다. 한편으론 여행을 하면서 극복해야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흐린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여행을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언제나 맑은 날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맑은 날보다 흐린날, 비오는 날이 훨씬 많다.
11월 22일 22시 30분, 도쿄역 앞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교토로 출발했다. 야간버스를 타는 건 처음이었다. 아침 6시에 교토에 도착한다. 도쿄역 앞에는 여러지역으로 출발하는 야간 버스가 많이 늘어서있었다. 일본은 전철에 비해 여객 수송 수단으로서 버스가 그리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번번한 버스터미널이라는 것이 없다. 대개 신주쿠역, 도쿄역의 한쪽 구석에서 이용하는 형태다. 내가 탄 버스는 요코하마를 거쳐서 교토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잘 수 있도록 일부러 새벽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길게 보냈지만 역시 움직이는 버스에서 계속 자는 건 힘들었다. 그래도 야간버스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뜬눈으로 버스에서 시간을 보낸 뒤 아침 6시에 교토에 도착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도쿄보다 춥다는 걸 느꼈다.
도착시간이 너무 일렀다. 버스도 많이 다니지 않고 있었고, 관광안내소도 문을 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교토역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정말 다. 신주쿠역, 도쿄역도 정말 넓지만 그런 넓음이 아니라 규모적으로 거대한 역사였다. 교토역을 샅샅이 구경한 뒤, 관광안내소 개관시간이 되어서 여러가지 필요한 정보를 얻은 다음 본격적으로 교토여행을 시작했다.
첫째날 일정 (교토시 버스 프리패스 이용)
도쿄역 22:30 심야버스 출발 - 06:30 교토역 도착 - 四条河原시조가하라 - 祇園기온 - 白川南通り시라가와미나미도리 - 新橋通심바시도오리 - 花見小路하나미코우지 - 西花見小路니시하나미코우지 - 建仁時켄닌지 - 八坂神社야사카진자 - 円山公園마루야마공원 - 平安神宮헤이안진구 - 京都市美術館교토시미술관 - 無隣庵무린안 - インクライン잉크라인 -南禅寺난젠지 - 烏丸御池카라스마오이케 -  점심식사おばんざい오반자이 - 銀閣時긴카쿠지 - 哲学の道철학의 길 - 숙소 - 祇園기온에서 抹茶パフェ마차파풰- 숙소 
둘째날 일정 (자전거로 이동)
숙소 - 大徳寺다이도쿠지 -金閣寺킨카쿠지 - きぬかけの路키누카케미치 -竜安寺류안지 - 仁和寺닌나지 - 一条通이치조도오리 - 아라시야마嵐山 - 天龍寺텐류지 - 二条城니조조 - 清水寺키요미즈데라 - 祇園기온 - 교토역23:00 심야버스 - 도쿄역 07:00도착


#1 기온祇園
관광안내소에서 버스 1일 승차권(500엔)을 구입했다. 버스의 기본료가 210엔인 것을 생각하면 반드시 사는 쪽이 이익이다. 버스를 타고 향하기로 한 곳은 기온이다. 서점에서 구입한 교토 가이드북에서 추천 지역 1순위라고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도쿄를 여행하고 있는 거라면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고 시간에 대한 압박이 없어서 가이드북 같은 것은 참고하지 않을테지만 이번은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교토에 온 것이기 때문에 가이드북의 도움이 필요했다.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써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 난 교토에 단풍 구경을 온 전형적인 여행자가 된 것이다.
四条河原시조가하라정류장에서 내려서 가이드북의 산책 코스를 보고 그대로 걷기로 했다. 약 2~3시간이 걸리는 코스였다. 날씨는 흐렸다. 
교토의 풍경은 확실히 도쿄와는 너무도 달랐다. 목이 아플 정도로 머리를 뒤로 젖혀서 올려다 봐야할 빌딩이 없었다. 가장 일본다운 도시로 꼽히는 교토아니겠는가. 감사하게도 뛰어난 공간지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한 덕에 가이드북의 간략한 지도만 보고도 처음 와 보는 도시의 길 거리를 이리저리 잘 걸어다녔다.
기온의 풍경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그 동안 TV에서 봐오던, 사진으로 접해오던 교토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일본스런 거리구나' 
기온을 찾아간 시각이 아침 8시 정도로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오가지 않는 느긋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조금 쓸쓸해보이기까지 했지만 어쨌든 조용한 여행의 첫 발걸음이었다.
일본스러운 풍경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물이 낡았다고 해서 부수고 다시 만들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왔기 때문이다. 도쿄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도쿄에서 이렇게 목조건물들이 즐비해있는 거리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거리를 흐르는 작은 천들과 곳곳에 심어져있는 나무들 하나하나가 매우 잘 어울어졌다.


(2) 平安神宮 헤이안진구, 無隣庵 무린안 

#1平安神宮헤이안진구
 버스를 타고서 헤이안진구의 앞까지 와서 내렸다. 1일 승차권(500엔)을 구입했기 때문에 확실히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마음 먹은대로 이 날 하루 버스를 정말 많이 이용했는데 모두 7번을 오르내렸다)
  아까 전 기온거리와 마루야마공원을 구경할 때만 해도 하늘 꽉꽉 차있어서 걷힐 생각을 안하던 구름이 헤이안진구 쪽에 오차 서서히 맑아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극적인 순간이었다. 일주일 전 비가 온다고 예보되었던 날씨가 흐림으로 바뀐 것만해도 매우 감사했는데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날씨가 맑아지면서 덩달아 기분이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헤이안진구 쪽이 아닌 반대쪽, 서쪽의 교토는 검은 구름으로 꽉 차 있었다.
  날씨라는 건 내가 바란다고 해서 맑아지고 하는 건 아니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여행을 가는 날이면 날씨가 맑길 바란다. 그런데 실제로 날씨가 맑으면 바램이 이루어진 것 같은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그리고는 감사하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다. 자식의 시험이 당락을 빌고, 누군가의 건강을 빌 때도 그런 기도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란 걸 알면서도 기도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감사를 하면서 살아간다. 하늘에 감사를 하고, 주위에 감사를 하면서 말이다.
헤이안진구(平安神宮)는 헤이안 천도 1100주년을 기념하여 비교적 최근인 1895년에 세워졌다. 교토(京都)에서 임명된 최초의 천황인 간무(桓武) 천황과 마지막 천황인 고메이(孝明天皇) 천황을 모시고 있다. (위키피디아)
  헤이안진구의 뒤편에는 정원이 있는데 벚꽃이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뒤편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신사의 건물들을 구경했다. 헤이안진구부터는 많은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 가장 반가웠던 관광객은 한국에서 단체로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을 이끄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다음 2학년 5반!! 단체사진 찍을테니까 어서 모여요!! 다음 2학년 6반 기다리고 있어요!!" 일본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사람을 보는건 처음이다. 교토로 수학여행을 오다니 참 복받은 학교군. (이 학교 학생들은 다음날 일정인 아라시야마에 갔을 때 또 만났다.)
  나도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일본으로 왔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으니까 2004년이었다. 그 당시 전주에서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우리 학교가 최초였다. 우리학교를 시작으로 인근 학교들도 일본이나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 때는 고등학생들이 벌써부터 해외여행을 가느냐, 경제가 어려운데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등 주위의 여러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제2외국어를 일본어를 선택한 학생은 일본으로, 중국어를 선택한 학생은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가게되었다. 고등학교 당시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것은 정말이지 최고의 경험이었다. 일본에 갔다오게 된 이후로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기 시작해서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점점 일본 문화에 대한 흥미를 알게 되었고, 2010년 12월 지금은 일본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갔더라면 난 지금 일본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교토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을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저 학생들 가운데서도 분명 이번 수학여행을 계기로 해서 일본이란 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할 학생들이 있겠지' 
#2교토미술관을 거쳐 무린안 가는길

화창히 개인 날씨, 기분이 계속 좋아진다.
조금씩 조금씩 단풍들이 눈에 들어온다.

#3無隣庵 무린안 
  무린안은 원래 들를 예정이 있던 곳이 아니었지만 난젠지에 가는 길에 있어서 별 기대없이 들어가 보았다. 가이드북에는 조그맣게 나와있을 뿐이었다. 별다른 기대없이 들어간 이 곳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번 교토 여행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의 순위에 꼽을만 하다. 무린안은 1894년 메이지 다이쇼 원로인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축조한 별장인데, 주위에 이웃이 아무도 없어서 조용한 장소였기 때문에 무린안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어딜가든 정원이 잘 발달되어있는 일본이 부럽다. 하지만 유명한 정원에는 늘 사람이 많아서 조용히 감상하는 건 힘들다. 이번에 찾아간 무린안은 찾아온 사람이 많이 없어서 조용히 산책하면서 일본의 정원을 감상할 수 있었다. 교토에는 너무도 유명한 문화유산이 많아서 이렇게 작은 정원은 방문 우선 순위에 못드는 것일 것이다. 정말 조용했던 정원 무린안을 빠져나와 원래 목적지 였던 난젠지南禅寺 쪽으로 걸어갔다.

(3) インクライン인크라인,南禅寺난젠지 

#1インクライン인크라인
  난젠지쪽으로 걸어가는 도중에는 인크라인インクライン이라는 곳이 있다. 이 인크라인은 배가 올라갈 수 없는 가파른 언덕을 화물차로 배를 당겨올렸던 선로의 흔적이다. 수도가 교토에서 도쿄로 옮겨가면서 교토의 인구가 35만명에서 25만명으로 줄어들고 산업이 쇠퇴하자 교토의 부흥 산업으로 수로를 건설했다고 한다. 교토와 비와코호수를 연결하는 사업이었는데, 이 수로로 물을 발전에도 이용하고, 해상 운송을 활발히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때 세운 수력발전소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 수력발전소는 일본 최초의 수력발전소다. 하지만 전차와 도로교통의 발전으로 해상 운송 도시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말았다고 한다. 지금은 벚꽃의 명소가 되어서 많은 사람이 찾는 방문지가 된 것이다. (참조 -  たびそらhttp://www.tabisora.com/index.html
 위의 이야기는 여행기를 쓰면서 인크라인에 대해서 조사해보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인크라인에 갔을 때는 가이드북의 간단한 설명 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수로의 흔적인 줄 알았다. 하지만 교토를 해상 운송의 중심지로 만드려는 원대한 꿈을 가졌던 흔적이 바로 인크라인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사진을 보니 왠지 쓸쓸해 보였다. 쇠퇴해가는 도시의 부흥을 위해 계획을 세울 때는 얼마나 기대가 컸을까 싶다.

#2 南禅寺난젠지 
  드디어 난젠지에 다다랐다. 난젠지는 교토의 단풍 명소중에서 베스트로 뽑히는 곳인 만큼 매우 넓은 절이다. 사람이 정말 정말 많았다. 사람이 많으리라고는 예상했던 것이지만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걸어가기 힘들 정도였다. 하필 내가 여행을 시작한 11월 23일은 일본의 공휴일인 근로감사의 날이었던 것이다. 이 날이 휴일이란 사실은 여행 날짜를 정할 때는 전혀 알지 못했었다. 여행 날짜를 정할 때는 컴퓨터의 한국 달력을 참고해서 정했기 때문이다. 일본 달력을 보고서 이 날이 빨간 날이란 것을 알았더라면 반드시 피했을 것이다.
  단풍 구경을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내가 단풍 구경을 온건지 사람 구경을 온 건지 모를 정도였다.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무슨 해든지 휴일인 11월 23일이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날이라고 한다. 가장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젠지를 찾아 갔을 때는 단풍의 절정으로부터 조금 넘어간 시기인 느낌이었다. 며칠 동안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단풍이 제법 많이 떨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관광객 중에는 어르신들이 가장 많았고, 커플들, 가족들도 많았다. 그리고 나처럼 혼자서 사진을 찍으면서 단풍 구경을 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 난젠지에 대한 배경지식을 조금 더 알아뒀더라면 아쉬움이 있다. 그랬더라면 단풍 구경만이 아니라 난젠지의 건물들 하나하나 주의 깊게 살펴봤을 것이다. 그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난젠지에서 단풍 구경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난젠지의 단풍은 정말 아름다웠다. 왜 난젠지가 교토의 단풍 명소로 꼽히는지, 그리고 왜 사람이 이렇게 붐비는지 알만했다. 축제같은 단풍 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이런 난젠지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혼자서 조용히 교토 여행을 하려고 온 나같은 이들에게는 너무 혼잡한 곳이었다. 하긴 가을의 교토는 어딜 가든 붐비겠지. 사람들 틈으로 이리저리 빠져나와 급하게 난젠지로부터 나왔다. 벌써 2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난젠지에 대한 설명
위키피디아 - http://ja.wikipedia.org/wiki/%E5%8D%97%E7%A6%85%E5%AF%BA
재팬가이드 - http://kr.japan-guide.com/travel/kansai/kyoto/nanzenji


(4) 오반자이おばんざい 점심, 哲学の道 철학의 길, 기온의 밤거리

#1오반자이おばんざい 점심
오전 내내 오랜 시간 걸어 다녔더니 배가 고파져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서 시내로 향했다. 교토에 오기 전에 친구 이나다군으로부터 교토의 맛있는 식당을 추천 받았다. 오반자이 뷔페로 맛있는 교토의 나물 반찬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카라스마오이케烏丸御池. 이나다군은 올해 여름 여자친구와 함께 간사이 여행을 했었다. 그 덕분에 이나다군에게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내일 계획한 자전거 여행도 이나다군에게서 추천 받은 것이다.
이나다군이 추천한 식당에 도착했을 때 식당 안이 만석이라서 기다려야 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런치가격도 이나다군에게서 들었던 것보다 더욱 비쌌는데 알고 보니 오늘은 휴일이라서 평일 런치보다 더욱 비싼 것. 하는 수 없이 이 식당에 오기 전에 봐둔 오반자이 식당이 한 곳 있었는데 그 곳으로 옮겨가기로 했다. 역시 교토에 왔으니까 오반자이를 먹어보고 싶었다. 그 식당도 만석이어서 기다려야 했지만 평일 런치 가격이 1050엔으로 아까 식당보다 저렴했다.

맛은 대만족, 반찬 한가지 한가지가 모두 맛있어서 감동했다. 조금 과장을 해서 말하자면 도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맛들이었다. 밥과 반찬이 모두 무제한으로 마음껏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밥과 반찬도 리필 해가면서 맛있게 먹었다. 이나다군이 추천해 준 식당에서 먹어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이 곳도 내가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을 포함해 여러 가이드북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었던 만큼 매우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다음에 다시 교토에 오게 된다면 그때도 여기에서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2哲学の道 철학의 길
긴카쿠지銀閣寺로 향하는 버스 안은 사람이 너무 붐벼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긴카쿠지는 교토의 관광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한 곳인 만큼 그 쪽으로 가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공휴일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긴카쿠지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긴카쿠지로 향하는 좁은 언덕길에는 사람들로 붐벼서 앞으로 걸어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이윽고 긴카쿠지의 입구 쪽에 다가갔을 때, 입구로부터 약 100미터 넘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바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ここはやめよう여기는 그만두자.’라고. ‘유명한 장소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입장해서 사람들 틈 사이에서 구경을 하는 듯 마는 듯 하게 될 거라면 포기 하는 편이 낫겠다.’ 결정을 의외로 빨리 내려서 망설이지 않고 언덕 길을 다시 걸어 내려갔지만, 내려오는 도중에는 다시 머리가 복잡했다. ‘너무 빨리 포기하고 가는 건 아닌가. 사람들이 저렇게 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겠어. 내가 또 언제 교토에 와 보겠어. 남들처럼 좀 기다렸다가 입장할까..’ 많은 생각들이 들었지만 결국 발걸음은 돌리지 않았다.

긴카쿠지의 언덕길을 따라 내려와 哲学の道테츠가쿠노미치(철학의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원래 긴카쿠지를 구경하고 나서 걷기로 한 것이지만 긴카쿠지를 포기했으므로 예정보다 빨리 오게 되었다. 긴카쿠지의 긴 입장 행렬보다는 아니었지만 철학의 길에도 사람이 적은 건 아니었다. ‘역시 오늘은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구나.’ 철학의 길은 가을보다는 봄에 어울리는 장소였다. 곳곳에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기는 했지만 벚꽃나무가 전부였다. ‘이 운치 있는 길에 벚꽃이 만개하면 정말 예쁘겠네. 그때 한 번 와보고 싶다.’ 하지만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그때는 분명 지금보다 사람이 더 많을거야.’ 우리 사람들의 생각은 일정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정말 기발한 생각을 가지지 않는 이상, 대상에 대해 대개 비슷한 생각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까처럼 긴카쿠지의 행렬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줄을 섰던 사람들 중에는 ‘교토까지 왔으니 긴카쿠지 정도는 봐야지’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서서히 2주 전의 닛코日光여행과 계속 비교가 되면서 이번 여행에 대한 회의가 조금씩 들었다. ‘닛코에서는 어딜 가도 사람이 적어서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센조가하라의 그 넓은 들판에 혼자 섰을 때 기분을 여기에서 느끼는 건 도저히 무리군..’ 내가 생각했던 교토는 도쿄와는 달리 사람이 많지 않고, 역사적인 거리와 자연이 어우러진 조용한 풍경인데, 여기는 그냥 유명한 관광지일 뿐이었다. 시간은 4시 반을 지나면서 주위는 어둑해지고 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느낌을 비롯 여러 복잡한 생각을 하며 철학의 길을 계속 걸었다
처음에는 철학의 길을 보고 나서 근처의 한 곳을 더 들렸다가 숙소에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날도 꽤 어두워지고 사람 구경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숙소로 가기로 했다. 숙소는 니죠죠二条城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한 달 전에 예약을 해두었다. 하룻동안 많이 걸었던 탓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 앉았다. 시간은 6시 반 정도로 이대로 씻고 일찍 자서 피곤을 풀까도 했지만, 하루를 마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기도 해서 다시 외출을 하기로 했다. 당연히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오늘의 첫 일정이었던 기온 거리다. 이른 아침 기온 거리를 걸으면서 밤에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3 교토의 밤, 기온의 밤거리
버스를 타고서 시조가하라에 도착, 교토 시내의 밤거리를 구경했다. 역시 어느 곳이든 시내의 밤거리는 불빛으로 화려하다. 그 곳에서 조금 걸어가서 오늘 여행의 첫 출발지였던 시조기온四条祇園 정류장에 도착하였다. 한번 왔던 곳이었는데도 다시 와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심바시도오리新橋通를 비롯해서 어둠이 내린 기온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거의 없어서 놀랐다. 조용한 기온의 밤거리를 걷고 있으니 아까의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차분히 가라앉는다. 이른 아침의 풍경도 교토의 멋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만 밤의 경치는 그것과는 또 달리 좀 더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이나다군이 오반자이 식당에 이어 두 번째로 추천해 준 마차파르페를 먹으려고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꽤 비싼 가격이어서 먹을지 말지 고민했었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나다군의 추천 음식이라면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카페에 혼자 들어와 마차파르페를 주문하는 남자가 이상하게 느꼈는지, 주위 사람들이 조금씩 쳐다보는 것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맛있게 먹었다. 아직 내일의 일정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르페를 먹으면서 일정을 정해보았다.
기온의 밤거리 산책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들어오니 게스트하우스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었고 외국인은 나와 캐나다 여자가 한 명 있었다. 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고 한 캐나다 여자는 일주일 전 교토에 왔고, 일본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도 일본어를 매우 잘 했다. 내가 도쿄에는 와보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간사이쪽이 좋다고 한다. 간사이쪽 사람들이 더 정겹고 시끌벅쩍한 것이 자기와 더 맞는다고 했다. 내가 그렇지 않다며 도쿄도 좋으니까 꼭 와보라고 했다. 그리고 나처럼 혼자 여행을 온 사이타마분과, 오키나와에서 온 두 친구들과 함께 교토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어디를 갔다 왔는데 어떻더라, 내일은 일정이 이렇다는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얘기들이었다.

  교토에서 보낸 첫째 날, 도쿄와는 정말 다른 도시의 모습을 보고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단풍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하지만 조금은 내가 생각했던 여유로운 교토와는 달리 사람들 속에 끼어 아름다운 관광지를 둘러봤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자기 전에는 내일의 여행은 좀 더 내가 생각했던 여행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1년 중 가장 붐빈다는 11월 23일(근로감사의 날)에 찾아오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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