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벽 / 타치노가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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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9일
타치노가와 도서관에 가서 오랜시간 공부를 했다.
언어를 익히는 것은 정말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계속 실감하고 있다. 내가 일본말을 들으면 바로 이해 돼야 하지만, 일단은 머리 속으로 해석을 한 다음 받아들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이 조금이라도 빨라지면 도무지 따라 잡을 수가 없다.
꾸준한 반복과 연습만이 살 길인가.
나도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체계적인 언어인 한국말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지만, 일본에 있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일본어를 모국어로 가지고서 일본말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부럽다. 한국에서는 언어라는 것이 장벽이라고 생각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가끔 영어가 장벽이라고 느끼기는 하지만) 외국에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이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교성, 근면성 등 여타 인간의 성격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지만, 지금 이 곳에서 상대방과 나를 가장 특정 짓는 차이점은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가 무슨 언어인가 하는 것이다. 언어와 어느 한 개인이 갖는 상대성은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내 안의 모든 사유 체계가 ‘한국어’로 정리가 되어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언어적 표현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각을 한국어로 하게 되는 것이다. 무슨 물건을 보면 ‘이건 뭐지?’ 라는 한국말로 생각을 하고, 이상한 사람을 보면 ‘뭐야 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자꾸 언어의 장벽을 실감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근본적으로 ‘언어학’에 대한 호기심까지 생기고 있다. 인간에게 언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 내 주위의 모든 언어적 환경이 모두 일본어이지만 나에겐 그 환경과 상호작용을 할만한 일본어 능력이 아직 되지 않는다. 길에 걸어가는 유치원생 꼬마들이 일본어로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물며 TV 쇼 프로그램을 보면서 신나게 웃는 룸메이트 모습은 어떨까.
이래서 다들 영어를 배우러 미국과 호주 등지로 떠나나 보다. 그 나라의 말을 익히지 않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을 찾아서 떠나나 보다. 어쨌거나 난 일본을 택해서 일본에 온 것이다. 일본에 온 이유야 어찌됐든 일단은 이 곳에서 생활을 하기로 한 이상 언어 공부를 쉴 틈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진리인 것 같다. 이건 내가 다른 나라를 갔더라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문제다. 워킹홀리데이 기간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간 후 다시는 일본에 올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일본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생각에 언어 학습을 소홀히 한다는 건 절대 안 될 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일본’을 경험하기 위해 왔으니까,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언어를 먼저 습득하도록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기본적 자세인 것 같다. 길에서 일본어로 떠드는 유치원생 아이들이 부럽다면, 그 아이들에게서도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 20년 동안 한국말을 습득해 온 내가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일본어 실력을 월등히 향상시키려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하고 차근차근 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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