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을 더 이상 하지 않을지, 더 치열하게 싸움을 할 건지

2010년 3월 8일
복학 후 일주일

복학하고 나서 일주일이 흘렀다. 생활 리듬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다.
그 사이 운이 좋게도 압구정의 일본식 술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일주일에 세번씩 일을 하며 용돈도 벌 수 있게 됐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학교에서 뽑는 일본 대학의 교환학생에도 지원해 보았다.
정말 교환학생을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는 결과를 보고나서 정해 볼 마음이었다.

여전히 마음은 많이 복잡하고 초조하다. 환경은 사람을 바꾸기 때문이다.
1학년 때 보였던 싱그러운 캠퍼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함께 어울려 다녔던 선배들은 모두 취직을 해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여자 동기들도 몇몇은 벌써 직장을 다니고 있다보니,
남겨진 남자 복학생들은 취직에 관한 화제만 입에 올린다.
만나는 동기생마다 물어보는 말이 '진로는 정했냐' '스펙은 많이 쌓았냐' 등의 얘기들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원어강의에 들어가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나를 빼곤 모두 다 영어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것을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혼자 해낸걸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처음으로 회의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내가 일본이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 1년을 보내고 왔으면 어땠을까. 이 수업에서도 자신감있게 애기할텐데...'
여자 동기는 나보고 '일본어를 공부하더라도 영어는 기본으로 깔아놓고 해야된다며' 영어 공부에 대한 압박을 더 준다.

하루는 일본인 친구를 사귀어서 일본어 회화의 감을 잊지 않고 싶어서 일본에서 온 교환학생과 연락하기 위해 학교의 국제교류팀에 찾아가 봤지만,
이번 학기에 학교를 다니는 일본인은 2명 뿐이라고 한다. 지난 학기에는 7명이었는데 이번 학기는 교환학생이 적게 왔단다.
그리고 그 두명에게 모두 한국인 '버디(도우미)'가 있다고.. 아,, 아쉽네...

오늘 아침 등교를 할 때였다.
어제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었다.
늦게 일어난 탓에 서둘러서 짐을 싸고 학교 도서관으로 빨리 걸어가고 있는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앞으로는 늦잠을 자면 안돼. 이건 나와의 싸움이야.'

평소 때라면 그런 생각을 하고나서 마음에 자극이 되고 열의가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의문이 들었다.
'나와의 싸움이라고?'
'난 왜 맨날 나와 싸우려고 하지?
그러고 보니 항상 그랬어. 시간과의 싸움이다, 잠과의 싸움이다, 열등감과의 싸움이다 뭐다 맨날 맨날 싸움만 하고 있어.
왜 맨날 싸우려고만 하고 있는거지.
좋아. 싸움만 하고 있다고 치자. 그래서 싸움을 해서 이기고는 있나?
시간을 이겨서 뭐하고, 나를 이겨서 뭐가 좋았던 게 있었나?
아~ 오늘은 이겨서 좋았어~ 라고 느꼈다고 하더라도.
하지만 내일이면 또 시작될 싸움이고, 30대가 되어도, 40대가 되어도 나를 둘러싼 것들과의 싸움은 끊이지 않을텐데,
결국 난 죽을 때까지 싸움만 하다가 살아가게 되는거 아냐?
그럼 난 죽기 전에 생각하겠지. 열심히 싸워 온 인생이었어. 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냐. 싸우려고 태어난것도 아니고, 싸움만 하다가 죽기는 싫어. 상대방과는 자그만한 마찰도 일으키지 않으려고 조심하게 행동하고 신중하게 말하는 나인데 왜 유독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관대하지도 않고 맨날 이기려고만 하고 있는건지.
나 완전 싸움꾼아냐??'

그런 생각을 하고나서 바쁘게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생각의 결론은 일단 유보다. 앞으로는 자신과의 싸움을 더 이상 하지 않을지, 더 치열하게 싸움을 할 건지.

일단은 이번 주에 제출 할 과제가 3개 있는데 그걸 먼저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