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등을 손으로 토닥토닥 다독여줬다


2008년 3월 20일 입소 18일째

야전교육대로 이동하였다. 도착하자 마자 유격체조를 하였다. 유격훈련은 하지 않고 체조만 했을 뿐인데 체력이 모두 바닥났다. 몸통운동부터 전신운동까지 이어지는 체조인데, 팔벌려높이뛰기와 팔굽혀펴기가 작살이었다. 팔벌려 높이뛰기를 2,000번 가까이 하였다. 숨이 막히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목이 뜨겁게 타올랐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과실자훈련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팔벌려높이뛰기를 하는데 계속 영화 '포레스트검프'가 떠오르는 것이다. 주인공 포레스트검프가 마라톤으로 미국을 달리는 장면과 탁구를 하는 장면들...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체조를 하니까 훨씬 고통이 덜 했다. 그냥 주인공이 되는 기분이었다. 옛날에 마라톤에 참가했을 적 생각도 났다.  

2008년 3월 21일 입소19일째

벌써 금요일..일주일이 참 빨리 지나간다. 수료식까지 남은 일수는 딱 일주일.  오늘은 화생방 훈련을 했다. 처음 써보는 방독면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굉장히 불쾌한 느낌이었고 숨을 쉬기 약간 곤란했다. 건물안으로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야 이거 별거 아니잖아?!' 그런데 옆에 서있던 동기가 마구 기침을 하면서 허리를 숙이고는 매우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다. "방독면이 샙니다!! 방독면이 샙니다!!! 콜록콜록콜록....아... 아...."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고통을 옆의 동기가 느끼고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무척 안스러웠다. 잠시 뒤 교관이 정화통을 분리하라고 시켰다. 숨을 참으면 고통이 덜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최대한 숨을 참았다. 처음 30초 동안은 참아볼만 했다. 시간이 지나고 정화통을 다시 부착하는데 그 사이 가스가 방독면 안으로 들어왔었나 보다. 그 때 처음으로 가스의 냄새와 맛을 감지했다. 소량이었지만 나의 후각기관과 촉각기관을 따끔하게 자극시켰다. 얼마지나지 않아 교관이 또 정화통을 분리하라고 했고 아까보다 더 길었다. 숨을 참는데 한계에 도달했고, 나는 가스로 가득 찬 공기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때서야 깨닫게 되었다. '화생방이 이런거구나.'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마구 흘러나왔다. 이런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참아보려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데 나의 감각기관들은 통제의 범위를 벗어났다. 나의 정신력을 아무리 가다듬는다고 할지라도 가스의 고통까지 줄일 수는 없었다. 나는 소리는 지르지 않고 묵묵히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너무 따가워.. 너무 아퍼..' 분리 시간이 끝나고 결합하려는데 정신이 혼미했던지 결합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가스를 조금이라도 덜 마시고 싶은 생각 때문에 너무 서둘렀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그 때 옆에 있던 동기가 내 정화통을 잡고 자기가 결합시켜주는 것이 아닌가. 가스 때문에 본인도 정신이 없을 상황이었을텐데 나의 어려움을 보고 도와준것이다. 짧은 시간동안에 그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옆에 있던 한 친구는 잘 참았다며 나의 등을 손으로 토닥토닥 다독여줬다.

어떠한 생각도 떠올릴 수 없었지만, 그 때 만큼은 우리가 같은 동기라는 것을 느꼈다....시간이 완료되고 훈련실을 벗어나 맑은 공기가 기다리는 바깥으로 뛰어나왔다. 자유롭게 숨쉴 수 있다는게, 공기라는게 이렇게 고맙다는 걸.. 그리고나서 두번의 화생방훈련을 더 했는데, 가스를 받아들이는 요령을 터득하게 되어 처음보다는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오늘의 화생방 훈련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 서로 똑같이 힘들지만 옆의 동기들을 챙겨주는 뜨거운 전우애를 보았고, 마지막에 화생방 훈련을 모두 무사히 완료했을때 함께 박수를 치면서 우리가 하나라는 걸 느꼈다. 저녁엔 바람이 굉장히 세찼다. 오늘따라 엄마가 더욱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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