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카인드 리와인드 같은 완벽하지 않은 하루에서의 깨달음

비카인드 리와인드 같은 완벽하지 않은 하루에서의 깨달음

2009.01.19
정말 길고 긴 하루였고 꿈을 꾸는 듯한 하루였다. 오늘도 아침 일찍 서둘러서 일어났다. 전날 밤 인터넷으로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종로의 서울극장에 예매를 해놓았다. 형 집에서 9시정도에 빠져나왔다. 날씨가 꽤 따뜻했다. 종로까지는 지하철 대신 내가 좋아하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생각했다. 일단 노량진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노량진에 거의 도착해서 며칠전 노량진에서 임용고시 대비강의를 듣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했고 바로 만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내가 가장 많이 의지하고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가장 즐거운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나의 베스트프렌드! 너무 기뻤다. 거의 2년만에 처음 본것이니. 그 동안엔 그 친구의 연락처가 바뀌어서 연락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친구는 그대로였다. 예전처럼 밝았고 의욕도 넘쳐보였다. 우린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핫초코를 마시면서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초스피드로 나누었다. 그친구나 나나 말이 엄청빠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 친구와 떨어지게 된 이후로 그렇게 말이 잘 통하고 정신이 없을정도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는 만나기 힘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약 한시간 동안 온갖 주제를 아우르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시간이 1분처럼 느껴졌고, 대화를 하면서 우리 둘 모두는 변하지 않았으면서도 더 성장한 모습에 서로 감탄을 했다. '네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고등학교 그 때의 모습, 여전히 변하지 않고 너로 남아줘서 고마워!' 대화 속에 오갔던 친구와 나의 고민들이 모두 잘 해결되길 바랄뿐이다. 영화 시작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급히 극장으로 갔다. 역시 오랜만에 가보는 종로.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고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어제 책을 사기 위해 학교 앞 서점을 갔지만 결국 고르지 못했다. 어떤 책을 사야 가장 돈이 아깝지 않고 현재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어쩌면 나의 완벽주의나 시간적 효율에 대한 강박증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비카인드 리와인드 영화는 문제를 단방에 해결해 주었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영화가 전해주는 메세지가 정확히 그것은 아니지만 내가 포착한 것은 그것이다. DVD의 날카로운 화질과 고감도의 음질을 비디오테이프는 절대 따라갈 수 없지만 그런 DVD조차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 채워지지 못하는 것이 휴머니즘이든 옛것에 대한 따뜻함이든 그리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것이든. 세상은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완벽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헛 될수도 있다. 그 영화를 보고서 종로거리로 빠져나왔는데 날씨가 따뜻한 것이다. 겨울인데도. 바로 가방안에 있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내가 보고 있는 영상에 배경음악이 흘렀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완벽한 해답을 찾는다기 보다는 해답에서 좀 비껴나와 인생을 즐기는 태도. 수많은 영화에서 보고 깨달았던 내용이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That's why I love movie.
그래서 난 서점으로 갔다. (그래서 난 비디오 대여점에 갔다.) 어제처럼 완벽한 책(완벽한 비디오)만을 찾으려 하지 않을거란 다짐을 했다. 쭉 훑어봤다. 마음이 이끌리는 분야(장르)쪽으로 갔다. 읽고 싶은 책(보고 싶은 비디오)을 집어 들었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카운터에가서 책 값을 (비디오 대여료) 계산했다. 서점(비디오 대여점)을 빠져나왔다. 기분이 좋았다. 어젠 1시간 넘게 서점에 있었는데도 책을 사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고를 수 있었다. 신중한 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을 골랐고 그 책에서 인생의 완벽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가지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 어찌되었든 한 권의 책은 세상을 담고 있고 말이다.

나중에 내가 직업의 선택에서도 이런 생각이 중요하지 않을까. 너무 완벽한 직장, 연봉도 높고 복리후생도 좋고 일은 어렵지 않고 명예도 가져다주는 직장. 그런 직장을 찾아헤매다가 난 서점에서처럼 방황만 하다가 서점 밖으로 빠져나올 것이다. 취직을 하기 위해선 눈높이를 낮추라고들 말하지만 눈높이를 낮추어선 안된다. 그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꿈을 낮추는 것이나 다름없다. 눈높이를 낮추다기 보다는 완벽함에 대한 환상을 깨야한다는 것이 더 맞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라고해서 아카데미시상식의 작품상을 받은 영화라고해서 신이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몇몇 직장들이라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결국은 나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다. 세상으로부터 칭송받는 좋은작품을 읽어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책 속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돈을 많이주는 기업이라고 해서 나와 맞지않으면 그건 아니다. 결국 이 모든 문제(선택에 관한 문제)의 답은 나 자신으로 통한다. '완벽'은 환상이다. 그러므로 내 마음이 가는대로 좋아하는대로 즐겁게 가야한다. 영화 한편이 나의 생각을 이렇게 확장시켜줬다. 

오랜만에 도심을 걸었다. 종로-청계천- 을지로-시청-남대문시장-서울역까지. 예전에도 한가로운 날이면 자주걸었던 코스다. 길을 걷다보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이 보인다. 종로와 을지로의 높이 솟은 회사의 빌딩들과 세련된 회사원과 청계천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예술과 들과 남대문시장의 언 손을 녹이는 상인들과 서울역의 노숙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삶.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 아우르는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편견없이 모든 세상사람들을 바라보고 싶다. 걸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종로3가 남대문시장   서울역에 도착해서는 전부터 와보고 싶어했던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을 구경했다. 구 서울역사에 하고 있고 입장료는 8천원. 이번 주제는 '인간풍경' 전시회를 감상하면서 다시 일으켜지는 예술가들에 대한 경외와 존경심. 그들과 소통 욕구. 더욱 깊어지는 사진에 대한 관심. 약 1시간 여동안 감상을 했다.  구서울역사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다음 약속장소는 강남역. 1년만에 우리 오렌지데이즈를 만난다. 너무 반갑다. 어떻게 반가움을 표현해야 좋을지.. 둘은 강남역 근처의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다. 지난 1년간의 못했던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온다. 즐거운 대화다. 우리 셋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1년만에 만났는데 지금까지 쭉 만나온 것 같다고. 그 정도로 거리가 없고 편하다고. 둘 모두 작년에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터라 내가 영어로 대화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엔 어색해진다며 싫어했지만 우린 그 뒤로2시간 동안이나 영어로 재잘거렸다. 물론 완벽한 영어는 아니었지만,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고, 즐거웠다. 대화가 오가는 중에 클럽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한 친구가 미국에서 게이바를 다녀왔는데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단다. 결국 우리들은 한국에 있는 게이클럽을 가보기로 결정한다. 강남을 벗어나 이태원으로가서 게이바를 찾아 돌아다녔다. 두곳을 찾아냈지만 평일엔 영업을 안한단다. 하는 수 없이 아무클럽이나 들어갔는데, 우리가 들어간 클럽이 미군, 흑인들을 비롯해서 외국인이 주로 오는 클럽이었다. 순간 내 눈앞에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펼쳐진다. 한 흑인 여성이 엄청 섹시하게 차려입고 스테이지 앞쪽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내가 클럽 안쪽의 소파에 들어가 자리를 잡자 한 미군이 오더니 hey guy~! 이러면서 하이파이브를 하고,,아 완전 새로운 경험이다. 가볍게 맥주를 한잔 마셨다. 정말 신기했다. 기억하기론 그 클럽에 한국인은 우리뿐이었다. 하지만 같이 간 친구가 약간 겁을 먹었는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해서 우린 홍대를 갔다. 1시 정도였다. 그 친구의 안내에 따라 가장 붐비는 클럽을 찾았다. 와우. 평일이라 사람이 얼마 없을 줄 알았더니 클럽안이 사람들로 꽉 찼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시기였다. 우린 리듬에 몸을 실었다. ㅋㅋ 정말 오랜만에 와 보는 클럽이다. 그날 밤 그렇게 계속 춤을 추며 시간을 보냈고, 시계는 벌써 아침 6시를 가르킨다.   정말 길고 긴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이불 속에 들어가 달콤한 잠을 청했다. 정말 꿈을 꾼 것 같다. 어제의 모든 일이. WHAT A FANTA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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