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무대의 2층에 있는 병영도서관이지, 이 책을 만난 곳은.
천운영이라는 이름을 보고 덥썩 집어들었어.
대개 책을 고를 땐 뒷표지 서평을 보고, 차례를 보고, 문장들을 훑어보면서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 이 책을 고를 때는 모든 걸 생략했어.
전에 이 도서관에서 천운영의 '그녀의 눈물 사용법'을 읽고서
천운영이라는 작가를 완전 신뢰하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결과는 그 신뢰에 한층 더 두터운 신뢰를 쌓은 것.
언제부터 문학이 나에게 이 정도로 깊게 들어온 걸까.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무조건 문학 무조건 이해의 대상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에
내가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던 것 아닐까.
우리나라 어른들이 옛 학창시절을 추억하게 하고 가장 사랑한다는 '소나기'란 단편소설도
그땐 단순히 시험을 위해 이해해야할 소설에 불과 했으니까.
지금까지도 그 작품의 '조약돌'하면 바로 '연결의 매개체'가 떠올라.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문학이 더 힘들어졌어.
'문학'이라는 교과서에는 청소년들이 읽어야 한다는 소설들이 앞뒤 내용이 생략된 채
교과서 가득히 빼곡빼곡 채워져 있었고, 선생님들이 문학작품 전체를 다 읽어오라고는 하지만
어려운 수학문제를 곰곰히 생각하는게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여기던 수험생인 우리들에게 그럴 시간이 있었을까.
고전시가들도 현대시들도 내 마음을 움직인다기 보다는 난해한 단어들의 나열이었고,
그것들은 수업시간에 우리들이 분석,정복해야 할 대상이었어.
이제야 조금이나마 문학 작품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임을 조금씩 알아가.
다시 한번 학교로 돌아가서 단순히 쓸려보냈던 작품들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도 싶고.
이렇게 단단히 굳어있던 내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게 해주는 건
분명 천운영을 비롯한 작가들의 문장이 지닌 힘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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