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쳐버린 나의 일상의 조각들을 세심히 돌아보자

모처럼의 휴일 / 일상을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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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8일 모처럼의 휴일 / 일상을 돌아보기

  내일은 모처럼만의 쉬는 날인데 비가 온다고 한다. 10일만의 휴일인데, 비가오다니 야속하다. 빨래도 못하고, 이불도 못널고, 외출도 어렵다. 휴일에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 집에서 명상이나 하면서 일본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도대체 비오는 휴일엔 뭘 해야 휴일을 잘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가서 공부나 할까. 반찬이나 만들까. 죽은 듯 오랫동안 잠이나 잘까. 아니면 또 파전을 해먹을까.

  오늘은 비가 내려서 그런지 콜드스톤에도 사람이 적었다. 덕분에 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젠 많이 익숙해져서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한다. 다행이다, 익숙해져서.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젠 편안하다. 처음 거대한 시부야 역에 와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쩔쩔매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역의 개찰구를 빠져나와 눈감고 가게를 찾아올 정도다. 시부야 교차로의 엄청난 인파에 더 이상 놀라지도 않는다. 이렇게 시부야와 긴자가 일상으로 다가온 것이다.

  어렸을 적 처음 63빌딩을 봤을 때도 엄청 감탄했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올라가서 매일 보면서 지나치는 63빌딩은 하나의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63빌딩은 늘 그 자리에 계속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시부야의 엄청난 인파도 오늘이 지나고 또 내일이 와도 분명히 엄청난 인파가 몰릴테고, 긴자의 화려함도 내일도 오늘과 다름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상이 되어간다. 서울 사람들은 서울에 살기 때문에 남산타워에 올라가지 않는다. 앞으로도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고, 기회는 언제든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뉴스에 내일부로 남산타워를 철거한다는 소식이 나온다면 지금까지 한번도 안가본 사람들이 분명 대거 몰릴 것이다. 그래도 남산타워는 살면서 한번 정도는 올라가봐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서울의 남대문을 한번도 제대로 구경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남대문의 전소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남대문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나중에 복원된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남대문과 새로운 남대문은 다르다.

  하루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 격언을 접할 때마다 다시 한번 하루를 돌아본다. 하지만 그런 마음 속의 다짐들도 하루하루가 지나면 다시 약해지고 만다. 내가 계속 살아가는 한 또 그런 격언들을 자주 접하게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철저한 믿음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 생활을 일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내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얻는 것은 편안함이다. 하루를 주기로 바쁘게 돌아가는 도쿄의 시계에 몸과 마음이 맞춰지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잃는 것은 편안함에 가려진 일상의 소중함이다. 늘 지나치는 케이크 가게의 누군가의 땀방울로 만들어진 케이크가 단지 화페의 교환가치로 밖에 안보이는 것 처럼.

  그래서 내일 휴일은 일상을 돌아보자. 내가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쳐버린 나의 일상의 조각들을 세심히 돌아보자. 분명히 어딘가에서 나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을 일상이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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