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기행문
2004/10/17
사람들이 많이들 말하잖아.
“세상은 참 넓다고”
그 전엔 그런 소리들이 그냥 그런가 보구나 라고 밖에는 안 들렸는데..
이번에 일본에 다녀와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 말 한 마디 밖에 없는 것 같아.
“세상은 정말 넓어.”
이제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
하하하. 여행 많이 다녀온 사람들이 웃겠다.. 겨우 일본 그것도 규슈만 갔다 와가지고 그런 소리를 하고 있다니 말이야.
하지만 나도 충분히 느꼈는걸..
#1
2004년 9월 20일. 선일이의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른 아침 학교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애들이 와 있었다.
친구들의 얼굴엔 기쁨이 넘쳐난다. 그러면서 아직도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가 정말 오늘 일본에 가는 거야?”
가슴이 마구 뛴다.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소풍 직전의 설렘을...
우리는 버스를 타고 부산을 향한다..
드디어 시작 되었다… 부산에 처음 와 본 나로서는 모든 것이 신기할 뿐 이었다.
“야! 촌티 나니까 건물들 좀 쳐다보지마.” 라고 말하는 녀석들도 눈동자를 돌리기 바쁘다.
‘이 곳이 부산항이구나’
일본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일본말을 하기 전 까지는 일본인인줄 모른다. 여객터미널에서 2시간 정도를 보내고 배에 올라 탔다.
배 역시 처음 타보는 것이다. 초호화 유람선으로 알려진 [성희호]이다.
10시가 넘도록 배가 출발하지 않는다. 아직 안 실려진 화물이 있다고 했다..
11시 반쯤.. 친구들과 배의 가장 위쪽으로 달려가서 배가 출발하는걸 구경했다.
‘내가 지금 한국땅을 떠나고 있다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저 마구 뛰었다. 가슴에서 올라오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오늘 밤을 지내고 나면 일본에 도착해있을 것을 생각하니 잠도 오지 않는다..
#2
2004년 9월 21일. 선일이의 역사에 기록될 사건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이곳은 일본이다. 거짓말이 아니다. 나 조차도 이곳이 일본이라는 것을 믿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에서 내려 입국 소속을 받고 본격적인 수학여행에 들어갔다.
길거리의 일본어로 된 간판들을 보고나니 일본에 있다는 걸 실감 할 수 있었다.
우리 수학 여행단은 곧 바로 일본 학교와의 교류를 위해 요시캉 고등학교로 갔다.
많은 학교 관계자들이 우리를 맞아줬다. 한 테이블에서 한국 학생 4명과 일본 학생 4명이 합석했다.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형식적 절차를 가졌다. 너무나 길고 지루한 것 들이다. 지금 우리들이 원하는 건 빨리 일본 학생들과 시끄럽게 이야기 하고 싶은 건데.
그들의 축하공연을 들으며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먼저 말을 꺼내 보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설픈 일본어였지만 한 여자아이가 곧바로 응답해주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있는 자리는 실로 대단한 자리이다.
한국의 고등학교와 일본의 고등학교가 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
오기 전에 언어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와보니 그건 전혀 문제 될만한 것이 못 됐다. 우린 충분히 서로의 뜻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몸짓과 영어 그리고 일본어를 모두 섞어가면서 말하니 의사소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학교를 떠나는데 그들이 계속 손을 흔드는 것이다.
아.. 정말 아쉽다. 우리도 떠나기 싫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같은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이었다.
그게 우리를 묶어준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다음에 다시 꼭 오자” 고 애들과 약속했다.
그 다음은 온천들을 구경했다. 정말 멋졌다. 온천에 들어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체험은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에 와서 여행 첫째 날을 차분히 정리했다.
호텔에서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화장지 첫째 칸이 예쁘게 삼각형 모양으로 접혀져 있었다.
‘굉장해…’
그렇게 혼자 감탄하면서 타국에서의 하룻밤을 보냈다.
#3
일본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다.
구마모토에 갔다. 시내로 경전철이 다닌다. ‘오! 저거 전주에도 들어온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정말 멋있었다. 구마모토성은 정말 웅장했다. 한국에는 저런 웅장한 건물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배를 타고 운젠을 갔다. 화산폭발이 있던 곳이다. 배에서 할머니께 말을 걸어 보았다.
“곤니치와” 그러자 할머니 내가 못 알아 듣는 말은 한 5분 정도 하셨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에서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어를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외국어 하나를 배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한국어를 알고 있다. 이 말은 지구 상에 나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4천 7백만 명이 있다는 말이다.
이 상태에서 내가 일본어를 배운다고 치자.
그건 곧 지구상에 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2억 명이 된다는 뜻.
또 거기에 중국어를 터득한다면? 15억 인구와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다..
이런 사실만으로 충분히 외국어를 열심히 배울 가치가 있다.
여행 내내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가이드 선생님이 부러웠다.
점심때는 일본의 짬뽕을 먹었다. 우리의 짬뽕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애들은 맛없다고 남겼지만 맛 없었다. 하지만 여행가서는 잘 먹어야 하는 것. 그래서 조금만 남겼다.
저녁때 일본의 국가소속 청소년 수련 시설인 ‘청소년 천지’를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야영 온 거였어?”
관리인의 엄격한 체제 아래 둘째 날의 밤은 씁쓸히 보낼 수 밖에 없다.
그 관리인은 이혁재를 닮았다.
#5
수학여행 마지막 날. 다자이유에 있는 한 신사를 방문했다. 학문의 신을 모셔놓은 곳이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분위기는 전주의 태조로와 비슷했다.. 마치 태조로에서 풍남제를 하는 것과 정말 비슷했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신사이구나’
우리나라도 치자면 절과 비슷한 것 일 텐데. 이곳은 그것이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충분히 시민들의 유원지를 활용될 수 있는 것이 좋아 보였다.
우리나라는 절 한번 가려면 산속을 뺑뺑 돌아야 한다.
후쿠오카는 규슈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도시이다.
수학여행의 마지막을 이곳에서 장식할 수 있어서 기뻤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던 곳이었다. 일본인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일본의 물건들도 많이 볼 수 있는 곳. 바로 번화한 시내 말이다.
친구 셋과 뭉쳐 다니면서 일본인들에게 말도 걸고 재미있게 놀았다.
한 서점에 들어 갔는데, 한국의 드라마 대본과 소설들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음반 가게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OST 포스터를 여러 개 붙여 놨다.
그리고 어떤 건물의 옥상에는 한국 스타의 얼굴이 크게 휘날리고 있었다.
몹시 뿌듯했다.
뿌듯함을 등에 엎고 시모노세키 항으로 돌아와 배에 올라탔다.
끝났다. 이제 우리는 한국으로 간다…
#6
일본이란 나라?
모든 게 작은 나라로 표현하고 싶어
도로도 작고, 자동차도 작고, 집도 작고, 실내화도 작고, 심지어 일본사람까지도.
반면 우리나라는 모두 큰 걸 좋아하잖아.
자동차며, 집이며, 사람의 키며..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갈려져 있어서 땅이 너무 작은데, 사람들이 큰 것만 좋아해서 이 좁은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가 없잖아.
반면 일본은 넓은 땅인데도 모든 것을 작고 실용적으로 만들어서 앞으로도 많은 인구가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할 수 있지 않겠어?
벌써 우리나라는 자동차문제, 주택문제 등등으로 심하게 앓고 있잖아.
우리가 일본에게 배워야 할건 실용성인 것 같아.
아주 작은 물건 하나에서부터 아주 큰 국가적 사업에 이르기까지 실용성을 추구 해야 한다는 거지. 좁은 땅을 좀더 아껴 써야 하잖아.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차들이 경차인데,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차들이 중대형차 인 것도 그래.
고개를 돌릴 때 마다 일본의 문화를 보게 되는데 그때 마다 한국과 비교를 하게 되더라고. 어떤 면은 우리가 앞서도 어떤 면은 우리가 뒤지는 걸 분명히 볼 수 있었어.
예를 들어 우리나라 거리에서는 그렇게 넘치는 불법주차 차량들도 일본의 거리에는 하나도 없었고, 모든 건물 옆에는 주차장이 반드시 있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찾아 볼 수 없는 건 물론이지. 일본은 질서 있고 깨끗한 나라야..
이번 수학여행을 일본으로 가서 정말 많은 걸 보고 배우고 왔어.
일본은 선진국이니까 그러는 거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도 언제까지 다른 선진국들만 보면서 부러워할 수는 없어.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해야 되.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본 내용인데.
우리나라의 평균연령이 일본보다 10살 정도가 낮다더군.
한가지 희망을 볼 수 있어. 우린 아직 젊으니까 좀 만 노력하면 일본보다 더 멋진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거야.
#7
“세상은 정말 넓어.”
우리가 모르는 것들도 정말 많고. 또 그 모르는 것들 중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정말 많지.
이번에 세상이 넓다는 걸 느꼈고, 그걸 좀 더 느끼고 싶어.
이번 수학여행은 내 기억에 계속 남아 있을 거야.
여행이 곧 자신의 발전이라는 것도 느꼈어.
겨우 일본 그것도 규슈만 갔다 와가지고 이런 소리를 하다니.
사람들이 웃겠다.
하지만 나도 충분히 느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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