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

얼마전 Howard Gardner의 다중 지능(Multiple Intelligence) 이론에 흥미가 생겨 그의 저서를 찾아 읽어 보던 중, 사람의 마음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도 읽게 되었다.
나 또한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쪽에 더 믿음을 두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책에서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마음의 작동하는 원리는 무엇인지, 마음의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하며, 과거 많은 위인들이 사례를 통하여 마음은 변화할 수 있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 나에게 책의 결말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우리는 인간의 의지는 자유로우며 모든 사람은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의 창조물이며,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변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생물학적 유산이나 문화적∙역사적 전통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
물론 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사회의 마음을 변화시키 전에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싶은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Changing Minds by Howard Gardner

사람의 마음의 변화는 여섯 가지 영역에서 일어난다. 일단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는 가장 큰 영역인 국민 전체로부터 시작해 점차 작은 규모, 즉 두 사람 사이, 그리고 마침내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루게 될 것이다.


나는 각각의 입장이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타당성을 발견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가능하면 각각의 입장을 융화시키거나 종합하려고 노력한다. 나의 성향은 대립적이기보다는 타협적이며, 나의 학문적 성향도 분석적이라기보다는 종합적이다. 나는 동일한 문제라도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 제공하는 렌즈를 사용해 다중적인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정치, 종교, 학문, 혹은 어떤 개인적인 문제에서도 어느 것 하나에 목숨을 걸거나, 한 가지 이슈나 개념에 분석에 몇십 년씩 매달리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뒤로 물러서서 그 이슈를 좀 더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거나, 아니면 그냥 다른 문제로 이동해버리는 스타일이다. 나는 어떤 문제에 대해 유형화하거나 분류하는 것에 그치고서 만족해하지도 않는다. 나는 각각의 구성 요소들을 하나의 일관성 있는 통일체로 연결시키려는 통합과 종합의 욕구를 지니고 있다. 홀튼의 관점으로는 ‘통합파’가 되기를 원하는 분류가 또는 분석가인 셈이다.

어떤 중요한 문제에 관해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마음이 변했다는 사실을 공표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어려운 마음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났다면 그것은 대개 쉽게 인식할 수 있거나 유형화할 수 있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자신의 변화를 묘사할 때 “나는 지금껏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이제부터는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거나, “마침내 나는 행동주의가 언어 습득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촘스키의 주장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등등의 말을 한다. 사람들은 자기 내면 깊숙한 곳에서 무의식적으로 연결돼 있는 ‘테마타’를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의 본질에 관한 기본 생각을 바꾸기란 더욱 어려운 법이다. 내가 쓰는 분석 용어로 설명하자면, 우리의 정신이 동조하는 것들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실상 성격이 매우 변덕스럽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라야만 마음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또 스스로 마음을 바꿨노라고 떠벌리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그러 식의 마음의 변화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마음의 변화는 그 사람의 생각보다는 성격을 더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휘태커 체임버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또는 뤼시앵 레비브륄 같은 사람들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한 가지 관점에 대해 진지하고 끈질기고 열정적으로 임하다가, 결국에 가서는 그것과 매우 다른 새로운 견해를 채택했다는 데 있다. 매우 중요한 마음의 변화가 일어날 때, 그리하여 마침내 저항이 사라지고, 일련의 새로운 동조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결과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종족 중에서 인간은 자발적으로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도 바꿀 수 있다. 나아가 우리는 마음의 변화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강력한 기술을 발달시켜 왔다. 글 쓰는 도구, 텔레비전, 컴퓨터 같은 기계적 발명품과 교수 방법, 교과 과정, 학과 시험같이 인간이 고안한 장치들이 여기에 속한다. 다가오는 미래에도 마음의 변화는 계속될 것이며, 오히려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나는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마음의 변화가 다음의 세 가지 영역에서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 나는 그것을 웨트웨어wetware, 드라이웨어dryware, 굿웨어goodware로 명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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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은 기술적 탁월성과 도덕적 우수성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는 한 인간이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도덕적으로는 형편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반대로 필요한 능력은 갖추지 못했어도 도덕적으로 훌륭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기술적 능력에서도, 사회적 책임에서도 그리 탁월하지 못하다. 또한 대부분의 위인들의 삶은 도덕적 행위와 비도덕적인 행위가 혼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젊은 시절 용기와 영웅적 행동을 보여준 청년 마오쩌둥과 늙어가면서 독재자로 변한 노년의 마오쩌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더 나아가 능력과 도덕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마음을 바꿀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해볼 수도 있겠다. 나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윌리엄 데이먼과 함께 우리가 GOOD WORK 라고 명명한 연구에 착수했다. Good Work란 기술적으로 탁월하지만, 동시에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책임감 있는 결과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어떻게 굿워커가 될 수 있을까? 갖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굿워커로 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연구 결과로는 다양한 요소가 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어렸을 때 강한 도덕적 규범을 확립시키는 것이라든지, 초기 교육 환경, 첫 직장 동료들의 지원과 가르침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를 다 갖추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굿워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혹은 도처에 널려 있다.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는 비도덕적인 행동이나 적당히 타협하는 것을 더 높이 살 수도 있다. 환경이 너무 급변해서 이제 어떤 것이 굿워크이고 어떤 것이 굿워크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굿워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어떻게 굿워크를 실천하는가를 보여주는 강력한 체험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첫째, 자기 직업의 사명을 인식하고 확인해야 한다. 자신이 왜 그 직업을 선택했으며, 직업을 통해서 사회에 무엇을 공헌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그 직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모범으로 삼을 만한 모델을 찾아내고 또 따라야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우리가 정말 존경하고 본받을 만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또한 부정적인 역할 모델을 통해서도 배우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은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마지막으로 거울 테스트가 있다. 모든 사람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나는 정말로 굿워커인가?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굿워커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만일 자기 자신을 속인다면 이런 거울 테스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당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평가에 비추어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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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마음의 변화는 정신적 표상의 변화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정신적 표상을 가꾸어나간다. 우리가 사용하는 정신적 표상 중에는 매우 유용하고 뛰어난 장점을 가진 것들도 있지만, 어떤 것들을 불분명하고 완전히 잘못된 것들도 있다. 정신적 표상은 내용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는 생각, 개념, 기술, 이야기, 혹은 완성된 이론(세상에 대한 설명) 등이 있다. 이 내용들은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책이다. 그러나 동시에 거의 모든 내용은 다양한 형식이나 매체, 상징 체계를 통해 표현될 수 있따. 우리는 또한 마음의 변화가 갖는 역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마음의 변화는 언제나 일어나고 죽을 때까지 계속되지만, 특히 어렸을 때 가장 쉽게 일어난다. 그러나 어떤 생각은 유년기에 자리잡으며 놀라울 정도로 변화에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의 변화와 같은 심리 수술(psychosurgery)의 요령은 어차피 일어날 변화를 받아들이고, 어떤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매우 중요하지만 저절로는 일어나지 않는 변화, 그러나 충분한 노력과 동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변화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우선 현재의 마음의 내용, 즉 생각, 개념, 이야기, 이론, 기술 등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바꾸기를 원하는가가 분명히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희망하는 마음의 내용이 확정되면, 그 경쟁 상대인 다양한 이론들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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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원리는 너무도 복잡해서 우리는 차라리 두 손 들고 선언해 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의도적으로, 확실하게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전히 결정론에 빠지지 않는 한(어느 누구도 결정되어 있는 삶을 그대로 살지는 않는다) 우리는 인간의 의지는 자유로우며 모든 사람은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의 창조물이며,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변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생물학적 유산이나 문화적∙역사적 전통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