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은 예상 가능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재밌겠지

대화는 치유의 힘을 지닌다는 걸 깨닫는 하루 였다.많은 일들이 있어서 힘든 하루였지만 후배와 대화를 나눈 후 기분이 나아졌다.얼마나 피곤했으면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잠이 들어서 거의 신설동 근처 까지 갔다버스에서 자다가 훌쩍 40분이 지난 것이다.

후배와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지금은 시간이 늦었기에 대화의 자세한 내막까지는 쓰지는 못하겠고.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정리를 해봐야겠다. 인간은 기록하는 동물이니까. (최근에 인간의 기억력이 기록 때문에 약해지고 있다는 책을 읽었다. 기술의 발달로 기록하는 게 갈수록 편리해짐에 따라 더 이상 기억력을 사용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 착각에 대한 이야기. 무언가를 (없다는 게 알지만) 있다고 믿는 것과, 정말 있다는 것(본인은 그게 착각인지 모르는 것

# 무신론자 유신론자의 넘나들 수 없는 경계, 이 부분에 대해서 난 뇌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다시 말하자면 믿고 안 믿고의 경계. 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닌 이상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고 체계

# 왜 살아야 하는가. 우린 왜 살지?
살면 살수록 더 많은 짐을 짊어지게 되고 더 많은 고통을 경험하는데 계속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이 놀이동산과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롤러코스터 2, 바이킹 2, 등등 놀이기구를 타는 시간이 길어야 모두 합쳐 30분도 안되겠지만 그걸 타기 위해 기다리는 10시간 (우리가 현재에 투자하는 길고 긴 시간들. 은퇴 후 세계여행을 위해 평생 돈을 모으기 위해.와 같은 목적처럼
우리는 우리가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마음대로 탈 수 있다. (마음대로 진로를 정할 수 있다
우리는 놀이동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대로 퇴장할 수 있다. (인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이 될 수도 있고, 그 사회(체제, 혹은 빅브라더스에 의해 지배되는 구조)를 벗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놀이동산은 대개 코스가 정해져있다. 거기가면 '이건 꼭 타야돼, 저건 꼭 타야돼' 등등 필수코스가 있다. (우리 인생에서도 꼭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코스들이 있다. 대학진학, 취업, 결혼, 승진 등등)
정말 스릴넘치는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2시간을 기다릴지, 아니면 2시간동안 그보다는 조금 시시한 놀이기구 5개를 탈지, 그건 우리 모두가 선택해야만 하는 것(긴 시간을 투자하여 값진 결과를 이뤄낼지, 아니면 소소한 작은 재미들을 즐기며 살지)
아니면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도 된다. 그냥 혼자 (혹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재밌게 논다. (사회가 정해놓은 필수코스(취업, 결혼 등등)을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

# 주말의 친구와의 즐거운 약속을 기다리며 보내는 일주일
고통스러운 일주일과 기분 좋은 일주일의 경계는?

# 인생에서의 로맨스. 영화같은 로맨스를 하기 위해서는 외모가 필수적인가.

# 누군가가 결혼한다는 것의 의미는

# 성공한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

# 누군가가 죽는다는 의미는. 어차피 평생 다시 보지 않을 먼 곳에 있는 사람이 죽었을 때. 죽어서 이제 영영 못 보지만, 어차피 살아있어도 안 볼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그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슬퍼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죽을 때 슬퍼하는 이유가 누군가를 다시는 영원히 못만나는 것이 그 이유라는 전제 하에서

# 죽은 자에게 예의를 표한다는 것. 생에서 한번도 만난적도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는 친구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 가서 그 할아버지에게 절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우린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해 진정으로 슬픔을 느끼는가. 어디까지나 산 사람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것 뿐인가. 그것도 하나의 사회생활이라고 불리는 따분한 영역인지

# 모든 죽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표해야 하는가. 어떤식으로든 우리는 연결되어있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삶을 공유한 사람들간에 그런 예의가 필요할까

# 진심으로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 나는 다시는 내 생에 못 볼수도 있는  ISP 외국친구들 중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엄청나게 슬플 것이다.

# 희망을 가지고 사는 건 행복인가 불행인가. 희망이 있다고 믿고 살아가는 것과 없다고 현실을 직시하고 사는 것 뭐가 더 좋은가


# 그리고 마지막 대화

A: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도 전에 안봐도 뻔한 스토리라고 하면서 영화를 평가하잖아.

B: 당연히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보러 가는거니까 뻔하지 않은 새로운 걸 기대하지. 스토리가 예상 가능하다면 재미가 떨어지잖아.

A: 그건 우리 인생도? 우리 인생은 다 예상가능 하잖아.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들처럼 대부분 그걸 바라고 있잖아.

B: 참 미묘하게 어쩔때는 그렇고 이렇고 하네.

A: 예상 가능하면 재미가 떨어지니까 우리 인생은 예상 가능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재밌겠지. 온갖 불확실성을 모두 끌어안는 거야. 물론 그러기 위해선 재밌다는 것이 더 가치서열에서 우위에 있어야함을 전제로 하고 동시에 가치서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이 좋다는 전제가 필요하고 또 좋은게 좋은 거라는 것도 전제를 둬야지

B: 복잡하고 모르겠다.일단은 살아보는 걸로 결정.

A: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