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게 번번이 내 의지를 조롱하고 희망을 비웃지만 아직 완전히 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나인 : 아홉번의 시간 여행을 보고 느낀점 및 결말

결말에 대한 나의 생각

운명과 의지의 싸움
애초에 선우는 뇌종양을 가지고 죽을 운명이었다.선우는 죽으면서 "내가 곧 향이었다"며 말하고 향을 다 쓰는 순간 자신도 소멸된다.

결말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운명은 피해갈 수 없다'는 거 아닌가. 죽음만큼은 어떻게든 손대지 못하는 영역이다. 마치 영화 데스티네이션처럼 한 순간 죽음을 피하더라도 다시 찾아온다. 방화로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를 살리려 과거로 되돌아가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했고, 우울증에 빠진 형을 살리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게 하지만 결국 자살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친구 영훈이가 오히려 향을 찾다가 죽는 편이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더 나았을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말이 참 가슴이 아팠다.)

운명은 정해져있다고 믿는 것과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의지)이라고 믿는 것, 이게 참 재미있는 거다.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 결국 '스스로 개척하는 운명'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의 운명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우리가 흔히 운명이라고 말하는 불가항력적인 무언가의 일을 바꾸기 위해 '의지'를 발휘하지만, 그 조차 운명의 범위 내에서 돌아가는 것이라면 '의지'를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그 조차 운명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운명과 의지'에 관하여, 이 가장 멋진 대사가 드라마를 가장 크게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끝까지 해보겠어. 모두가 행복해질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서. 운명이란게 번번이 내 의지를 조롱하고 희망을 비웃지만 아직 완전히 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자신을 포함한 우주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누군가는 그것을 운명인냥 받아들이지만 누군가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의지를 발현한다. 끝없이 운명과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은 마지막에 과거에 갇혀 죽어버린 선우. 19화에서 모든게 해피엔딩으로 가는 것 같았지만, 선우가 죽으면서 그건 결국 불행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즉, 선우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불행을 해결하기 위해 운명을 거스르고 그것을 바꾸려 하지만,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삶이 비극일지라도
선우가 죽으면서 영훈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몇 번의 생을 살아도 계속 친구로 있어줘서 고마웠다1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정말 가슴이 너무 뜨거웠다. 선우가 몇번이나 운명을 바꾸려고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주변 인물은 변하지 않고 모두 선우의 주위를 맴돈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어떻게든 만나는 것이다. 함께 운명의 수레바퀴에 타고 있다. 그 끝은 비극이었지만 비극의 삶을 살아가면서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운명에 저항하며 살아온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삶이었을 듯 싶다. (이런 생각으로 이끌어내지 않으면 결말의 팩트가 너무도 잔인한 비극이라서 그걸 받아들이기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삶에 대한 팩트와 판타지
우리의 삶이 해피엔딩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깨어나지 못하는 판타지다. 사회는 정의롭기를 바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판타지는 말그대로 허구이며, 세상은(운명은) 우리가 바라는 판타지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팩트다. 허나 또, 팩트만으로 살아가는 게 우리 인간은 아니다. 우리에겐 자유의지가 있으니 믿고 싶은 건 믿고,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면 된다. 운명이 우리를 속이고 조롱할지라도 말이다. 인간은 그걸 뛰어넘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이 선우를, 민영이와 형을 그리고 친구 영훈이를 행동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정말 흥미진진하고 전해주는 메시지도 진한 훌륭한 드라마였다.

 그 운명을 선택해준 사람들에게 매번 내 생애마다 한결같이 내 가장 진실한 친구가 되어준 너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