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블로그에 자주 들러 글을 쓰던 것이, 최근엔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이유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게으름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예전엔 글 쓸 단서를 잡으면 어떤 식으로든 문장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요새는 그러질 못하고 있는데, 그건 게으름으로 모두 설명된다.
그 밖의 다른 변명을 더 대보자면
1. 트위터를 다시 하면서
- 순간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트위터에 잠깐씩 기록한다. 그러다보니 정말에 단순하며 생각의 확장에 이르지 못하는 문장들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에 별 내용이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그저 느낌들을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든 '기록'을 남기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항상 어딘가에 적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는 것이 나의 일상을 기록하지 않음은 아니다. 군대에 들어가 훈련병이 되었을 때도 노트와 펜을 받자마자 훈련병의 일상을 기록했다. (일상을 어느정도 깊이로 기록하느냐는 물론 차이가 있다.) 지금은 트위터며, 구글플러스며, 페이스북이며, 내 PC의 파일들, 또는 클라우드 상의 파일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 다만 블로그에 기록할 만한 '일'이 없는 것. 어쩌면 공개할만한 기록이 없는 것. 비밀글은 많이 작성하고 있다.
2. 블로그 정체성에 대한 고민
- 내 블로그는 '나'를 그려왔다. 2005년 무렵 고등학교 때부터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벌써 9년이 채워져 간다. 그래서 주위 친구들에게 내 블로그만 잘 읽어보면 나라는 사람을 100% 알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곤 했다. 심지어 내 가족 내 친구들 내 지인들의 관계도 모두 알 수 있다. 그만큼 내 블로그는 나와 이미 동일시되어 있다. 내가 보이고 싶은 모습만을 기록하는 나의 페르소나로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보니 블로그의 정체성은 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취미들, 이를테면 영화, 음악, 책, 사진 등을 모아놓는 저장소로서의 역할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대학생활의 모든 경험과 생각들, 나의 역사들이 고스란이 남겨지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나의 개인적인 역사를 이곳에 쌓아가고 있는 것이 좋은 걸까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사실 서로가 살아온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나도 좀 더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생산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는 중.
3. 네이버 블로그 유지해야 하나
- 네이버의 서비스가 폐쇄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는 바였지만, 최근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새삼스레 폐쇄성을 느끼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용자의 대부분은 네이버 검색을 통해 들어온다. 그만큼 국내시장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과, 네이버가 자사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한 네이버 블로그에 나는 9년간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그리고 나에게 큰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나는 네이버에 계속 내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고 그 기간이 길어질 수록 이곳으로부터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단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모든 데이터를 백업해 놓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검색해봤더니, 그 방법은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고 너무도 불편하며 파일 포맷도 PDF만으로 제공하더라. 순간, 위기 의식을 느꼈다. 발을 쉽게 못 빼버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선택지는 1)정말 오랜시간을 걸려 자체적인 백업방법으로 백업을 할 것이냐 2)네이버 블로그를 그냥 끝까지 이용할 것이냐 3)네이버 블로그를 폐쇄할 것이냐 등이다. 1번은 그 동안 올린 데이터(글과 사진과 영상)가 너무 방대해서 매우 힘든 작업이 될 것이고, 2번은 솔직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이후로 모든 검색은 구글을 이용하고, SNS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기타 등을 이용하고 있는데 폐쇄적인 네이버는 그런 것들간의 동기화 혹은 호환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조금 더 네이버에 대한 느낌을 말하자면, 광고액에 따라 우선적으로 광고를 노출시키는 네이버 검색이야 진작에 사용하기를 포기했고, 메인화면에 둥둥 떠다니는 신문 모양의 언론사 링크는 클릭할 동인이 없고, 그마저도 뉴스 기사를 읽으면 표현의 자유가 난무하는 댓글들에 다시 고개를 돌려버린다. 잘 쓰고 있는 것도 있다. 네이버 사전과 지도! 특히 네이버사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네이버랜드에 내 역사를 쌓아가는 일을 재고하고 있는 중이다.
각각에 대한 결론
1. 트위터에 짧은 단상을 적더라도 그 생각을 확장하여 글을 쓰는 연습을 하자.
2. 세상에 의미있는 정보를 줄 수 있는 분야를 정하자. (무엇보다 나의 관심사와 연결이 될 수 있는 글)
3. 당분간은 현상 유지를 하는 동시에 네이버를 탈출하여 둥지를 틀 수 있는 새로운 스페이스를 모색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