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파이
2013년 1월 4일 / 건대 롯데시네마 / 현주
중학교 때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영화화 되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영화화된 작품을 만나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박진감이 넘치고 입이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화물선이 좌초되면서 구조정을 타고 227간 바다를 표류하는 소년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면서, 인간과 동물,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파이)가 나랑 많이 닮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생각하고 싶다)
힌두교, 천주교, 이슬람교 3개의 종교를 믿고 있는 그에게 그의 아버지가 '종교를 3개나 가지고 있는건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자 그는 왜 하나의 신 (하나의 종교) 만을 믿어야 하는 건지 의문을 품는다.
나 또한 종교에 대해서 사고가 유연하다. 기본적으로 신의 존재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 무신론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종교의 신에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고 신자들을 존중한다.
작품의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화자(파이)가 말하듯이, 이야기 (또는 신)을 믿고 안믿고는 모두 각자의 몫이다. 믿으면 존재하고, 믿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작품에서도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대해서 상반된 견해를 가진 사람이 등장한다. 일본 선박 회사의 관계자들 은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서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요구하고, 작가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와 '믿을 수 있는 이야기' 중 어느 쪽이 좋은지 물어보는 질문에 작가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택한다.
영화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파이: So which story do you prefer?
작가: The one with the tiger. That's the better story.
파이: Thank you. And so it goes with God.
작가: [smiles] It's an amazing story.
그 이유는 참 간단하다. That's the better story. It's an amazing story. 더 좋은 스토리고, 놀라운 스토리다. 세상에는 기적을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 운명을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 사랑을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것들을 믿는 사람들에겐 존재하는 것이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그건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나의 선택은?
믿는다. 기적도 믿고, 운명도 믿고, 사랑도 믿고, 외계 생명체도 믿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하는 사람의 위대함도 믿는다. 이유는 똑같다. 그걸 믿는 편이 더 재밌고, 더 놀라우니까. 그걸 믿으면서 살아가는게 더 재밌고 놀라운 삶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