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는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가지는 것 같다

1Q84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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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6일

오늘도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3시 부터 12시까지 콜드스톤에서 일을 했다.역시 토요일이라 그런지 숨 돌릴 틈도 없이 매우 바빴다. 하지만 일하는 내내 정말 즐거웠다. 일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노는 것과 다름없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면서 아이스크림을 만들다 보니 일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건 고객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순전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다. 그러다 보면 손님들도 즐거워하면서 웃는다. 그러면서 사람을 기쁘고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고 깨닫는다.

  저녁 시간에 점장님과 함께 가츠동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저스틴(콜드스톤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언제 한국에 돌아간댔지?"
"내년 2월요. 한국에 돌아가서 복학해야죠."
"2월인가... 이제 5개월도 안남은 거네. 저스틴이 계속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저야말로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하지만 역시 한국에 돌아가서 해야할 일도 있고 하니.."

  '뜨거운 침묵' 이라는 책을 읽은 뒤부터 일까. 아니면 시기적으로 그런걸까. 요새는 복잡했던 여러가지 생각들이 다 정리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상황과 앞날의 상황에 대해서 초조하지 않고, 온전히 시간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 노력이 지켜지지 않아도 자신을 나무라지 않는다. 뭐랄까, 지금 가진 것들에 대해서 다 감사하고 있다고 할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려서 사온 맥주 한 캔과 과자 한봉지 때문에 내일 기상 시각이 늦어질지도 모르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속이 안 좋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이 여유로움에 감사하고 여유를 즐긴다. 나를 믿는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가지는 것 같다. 나 같지 않은 모습으로부터 충분히 스스로 경계할 수 있다는 믿음.

  1Q84를 읽기 시작했다. 하루키를 만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1Q84를 읽는 도중에 또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읽고 나서도 또 다른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는다. 어젯밤도 그랬지만, 오늘밤도 참 멋진 밤이다. 내일 밤도 분명히 멋진 밤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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