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8일
유독 네이버와 네이트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들의 노출빈도가 높아서 잘 안들어가려고 노력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들어와 뉴스나 보면서 숨을 돌려볼까라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네이트에 들어갔더니 결국 실시간 급상승 관심뉴스의 자극적인 제목들을 클릭 아니하지 못하고 모두 읽어버렸다.
우리 사회가 언제라도 한 번 조용한 날이 있었을까 하냐마는, 뭘 기대하고서 포털에 접속해서 기사들을 읽었는지 싶다.오늘 날짜 뉴스에는 10대들이 또래 여자를 살해하고 암매장했다는 얘기, 버스가 2시40분 늦게 도착해 관계자를 무릎꿇어 사과하게 했다는 '무릎녀'이야기, 얼마전 당선된 국회의원이 대필논문 논란으로 탈당한다는 얘기, 10대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고 자살했다는 얘기. 누구라도 그 제목만 보면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모두 안타깝고, 분노하게 되고,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들)
미디어는 이렇게 사회의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오늘의 관심뉴스는 무엇인가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뉴스창을 둘러보는 나와 같은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은 '이 기사', '저 기사'를 클릭하고 읽어내려가면서 결국 분노게이지만 상승시키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향한 분노. 그리고는 '이 나라는 안되겠다' '이 나라는 미쳤다' 라는 염세주의적 사고를 표출하기도 하고, 특정 인물에 대한 분노로 표출하기도 한다.
아래는 '10대들의 집단 구타-살해' 관련 기사에 달린 (베스트)댓글들이다.
모두들 '사형시켜라'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만큼 흉악한 사건이기 때문에 댓글들의 수위도 높은 점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분노케 만드는 사건이다. 불특정다수의 말대로, 살인을 한 사람들을 사형시키고, 그리고 흉악범으로 클 것 같은 사람은 아예 싹부터 잘라버린다면 그럼 이 사회는 더 나아질까. 그때서야 그들의(우리들의) 분노가 좀 가라앉을 수 있을까. 조금 더 과학이 발전하게 된다면 아예 범죄인자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사전에 차단하자는 소리도 할까. (혹시나 해서 구글에서 검색해봤는데 영국의 과학자들이 범죄인자를 식별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는 뉴스를 발견했다.)
(과학자들, 범죄자로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 식별하는 기술 개발)
그래서 결론은, 네이트의 실시간 톱뉴스를 보면서 드는 짧은 생각은 미디어가 너무 쉽게 국민들을 분노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닌가라는 것이다. 그것은 미디어의 순기능일수도 있고 역기능일수도 있다. 그들은 국민들을 '분노할만한' 기사에 노출시켜서 '댓글'이라는 수단으로 그들의 분노를 표출시키게 하고, 그걸로 끝이다. 누군가는 한숨을 쉬며 창을 내릴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웹사이트로 접속해 언제 그런 분노를 가졌냐는듯 옷을 쇼핑할 것이고, 누군가는 분노를 더 공유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다른 사이트에 퍼다나르기도 하고, 더 분노한 누군가는 사건의 가해자들(혹은 주인공)의 정보를 파헤치면서 흔히 말하는 '마녀사냥'을 한다. 포털사이트의 입장에서는 페이지뷰 수가 곧 광고수익으로 연결되니 최대한 많은 네티즌들이 그들의 포털에서 기사를 봐주는 것을 좋아할 것이고, 네티즌들이 더 그 사이트에서 오래도록 머물도록 하기 위해서 사건에 대한 제목을 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만들어서 계속적으로 클릭하게 만들 것이고, 결국 우리들이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소모적인 댓글 논쟁을 벌일수록 올라가는 건 페이지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너광고의 자릿세이다. 솔직히 그건 퇴근길의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대가에 비할게 못되지 않는가.
아... 결국 이모든 것은 사랑의 결여라는 생각도 든다. 같은 반의 친구를 사랑하지 못하고, 버스기사님을 존경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지 못하니까 대필 논문도 쓰는 거고...
미디어가 국민들에게 '분노'를 배포하여 사회적으로 공론화시켜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국민들에게 '사랑'도 있다는 걸, 여전히 이 사회는 아름답다는 걸 알려주는 기사들 또한 많이 보여줘야 하는건 아닌지 싶다.


